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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모음/두려움

사랑의 경제학

by Frais Feeling 2020. 8. 24.

  우리의 '기술'은 큰 자본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강요'로  특징 지워진다. "난 이 관계에 
정말 많이 투자했어"라는, 주로 손실에 대한 우울한 되새김과 결부된 일상적 문구를,  우리는 흔히 들을 수 
있다. 투자 조절, 위험 분산, 비용 계산,  결산 등과 같은 경제학적 개념들이 사적인 인간관계에  어느 정도 
뿌리 박혀 있다는 건 분명하다. 여기에 물론 처음부터 그런 개념의 원리들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
가 한 번 혹은 여러 번 실패를 경험할 때 비로소 이  원리들이 적용된다. 이 원리들은 처음엔 실패를 규명
하는 데 쓰인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너무 많이 투자했고,  다시 회수할 수 있는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
았다. 속았다. 파트너는 감정으로 사기를 친 것이다. 마치 상대방 무역상이 검은 돈을 스위스의 비밀계좌로 
감추듯이." 여기에 중요한 문제가 감춰져 있다. 관계에 너무 많이 투자했다는 결론에  도달한 이 불행한 사
람은 이러한 화폐 경제의 세계에 감정을 위한 자유로운 공간이 남아 있으리라는 희망을 땅에  묻어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꿈이었고, 그것이 결국 그를 끝장내 버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나중에 자기의 감
정을 자로 재고, 무게를 달고, 비용에 대한  철저한 감시를 하고, 가금은 결산을 통해 손익  계산을 한다면, 
그는 자기가 벗어나려고 하던 법칙을 그대로 자기가 갈망하던 자유 공간에 적용한 셈이 된다. 이미 수백만
의 사람들이 경험한 것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감정에 근거한 판단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곳은, 그것이 
화폐 경제의 원리 속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야 비로소 인식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심연에서 솟아나오는 
이 괴물을 개인의 무의식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 생산 수단의  구조에서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가? 그것은 
그것을 설명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서라기보다는, 그것이 우리에게서 너무 많은 희망을 빼앗아 가기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우리는 믿고 있다. 개인의 무의식이 치료가 불가능한 산업사회와 달리, 우리의 문제를 개선
하고 치료할 수 있는 시발점이라고. 사적 영역은 엄청난 수로 불어난 상담치료가로도 막을 수 없는 파괴적
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경작지가 위성도시로,  고원 목장이 스키장으로, 수공업자가 수입에 급급한 
상인으로 변질되는 것과도 비교될 수 있다. 감정의 정립, 감정의 표현은 평가될 수 있는  곳과 최대한의 이
윤을 낼 수 있는 것에 대한 신중한 고려로 대체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치 고슴도치 앞의 토끼처럼 시장
경제의 차가운 세계로부터 사적인 영역으로 도망을 치지만, 차가운 화폐의 세계라는 고슴도치가 이미 앞에 
와 있다. 만일 우리가 야만적인 진보의 과정에서 탈출하고자 한다면, 출구를 찾기까지는  심한 고통과 슬픔
이 뒤따를 것이다. 이제까지 제시된 해결 방법은 어떻게 하면 슬픔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이루어 낼 수 있
는지에 대해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제 나는 그것을 사랑의 관계라는 영역 안에서 논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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