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의 기본정신은 말한는 사람과 듣는 사람을 동시에 즐겁게 만드는 '상생'에 있다.
그것은 '윈/윈' 전략과 '시너지 효과' 라는 현대 경영학의 핵심주제와 정확히 일치한다.
유머를 통한 인간관계의 혁신. 그리고 유머와 웃음이 만들어내는 조직적 상승효과. 2장
에서 제시하는 '유머경영학'의 의의와 가치는 바로 거기에 있다.
1. 유머는 가장 인상적인 명함이다
("하나님 앞에서는 울어라. 그러나 사람들 앞에서는 웃어라"- 유태인 속담)
모든 인간관계는 상대에게 자기를 알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첫 만남에서 좋은 이
미지를 심어주지 못하는 사람은 개인적인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유권자들에게
표를 얻을 수 없고 바이어와의 거래상담을 성사시킬 수도 없다. 반대로 첫 인상이 좋은
사람은 설사 나중에 약간의 실수가 있더라도 만회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최초에 확
보한 호감이 상대방의 양해의 폭을 그만큼 넓혀주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현대의 비즈니스맨들에게 첫 인상은 때론 영업이
나 경영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 서점에 나와 있는 간부론이나 경영관련 서적들이
예외없이 이 문제를 중요한 부분으로 다루고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종합적인
이미지 메이킹, 악수 요령, 인상 관리법 등등. 그 중에는 다음과 같이 세부적인 내용들
도 포함되어 있다.
- 악수를 할 때는 손가락을 잡지 말고 손바닥을 쥐어라.
- 손은 굳게 잡되 불편한 느낌을 줄 정도로 세게 잡아서는 안된다.
- 특별히 따스함을 전하고 싶을 땐 두손으로 악수하라.
- 상대의 이름을 듣는 즉시 큰 소리로 따라 하고 몇 분 내에 다시 불러주라.
- 친밀한 느낌을 줄 정도로 가까이, 그러나 무례한 느낌을 주지 않을 정도로 멀리
서라.
- 외국인과, 특히 여성과 포옹을 할 때는 골반이 닿지 않도록 하라.
- 포옹을 푼 다음에는 눈을 쳐다보면서 미소를 짓고 천천히 뒤로 물러나라.
좋은 첫인상을 위한 수칙 중에는 '명함 매너'라는 것도 있다. 현대인들의 첫만남에서
반드시 명함이 오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것은 매우 중요한 영역에 속한다. 명함을 교
환하는 순간에 이미지를 구겨버리면 상대에게 호감을 얻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해질
테니까. 다음은 매너의 기본 원칙들이다.
- 명함은 반드시 서서 건네야 한다.
- 명함을 꺼내기 위해 지갑이나 수첩, 호주머니를 뒤지는 것은 결례다. 반드시 명함
집을 휴대하고 상대보다 먼저 꺼내도록 하라.
- 집게손가락과 엄지손가락 끝으로 오른쪽 끝을 잡고 건네라.
- 명함의 위쪽이 자기를 향하게 해서 상대가 읽기 쉽도록 하라.
- 받은 명함은 바로 집어넣지 말고 천천히 읽어본 다음 간수하라.
이런 원칙들은 확실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좋은 첫인상을 위한 이미지 메이
킹이 완성된다고는 할 수 없다. 이 정도의 매너는 리더나 간부는 물론이고 사회생활 초
년생들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악수나 명함 매너의 목적은 상대
에게 자기의 이미지를 뚜렷이 심어주는데 필요하다. 그럴 때 무엇보다도 유용한 것은
다름아닌 유머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 본부를 둔 어느 다국적기업의 대
표이사는 '얍 림 센'이라는 사람이다. 그의 이름은 미국인들로서는 철자가 낯설 뿐만 아
니라 정확하게 발음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그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반드시 자기를
기억하게끔 만드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한마디의 유머 덕분이다.
"내 이름은 얍(Yap)입니다. pay(지불)의 철자를 거꾸로 쓰면 되죠."
이것은 사실 그리 뛰어난 유머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상담을 하기 위해 그를 만
나는 영어권의 바이어들에게는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기억을 남
겨줄 것이 분명하다. '지불하다'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유머러스한 경영자... 그의 유머
가 꼭 거래를 성사시켜주는 것 은 아니지만, 자기의 이름을 성공적으로 기억시킨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최소한 산더미같이 쌓인 명함들 속의 '잊혀진' 이름들보다는 훨씬 더
낫지 않겠는가.
첫 만남에서의 유머의 효과는 이름을 기억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어색한
분위기를 친밀하게 바꿈으로써 만남의 원래 목적을 달성하는 일에도 적잖은 기여를 한
다. 사람이란 원래 자기를 긴장시키는 상대보다는 자기를 웃리고 편안하게 만드는 상대
를 더 좋아하게 되었 있다. 초면에 함께 미소를 짓거나 유쾌하게 폭소를 터뜨린 사이라
면 서로 마음을 열기도 편하고, 당연히 상담의 성공률도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물론 모든 사람의 이름이 다 'Yap'처럼 유머의 소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벨트
공장 사장 이름이 '왕대혁'이거나 출판사 대표 이름이 '서양교'라면 또 모르지만... 하지
만 유연하고 독창적인 마인드를 지닌 사람이라면 굳이 이름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다
양한 유머를 개발하여 자기를 소개할 수 있다. 농담이든 아니면 제스처든, 주어진 상황
이나 상대의 특성에 따라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이미지 메이킹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자기의 유머감각이 그리 미덥지 못한 사람이라면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 미리
적절한 유머를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이름이나 직업, 나이, 외모, 시사문제, 해외토픽
또는 날씨 등 소재는 뭐든 상관없다.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도하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만 있으면 된다. 당신이 준비한 '5초간의 웃음'은 어쩌면 5일 동안의 영업전략회
의보다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할지도 모른다.
요즘 비즈니스 환경이 날로 복잡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명함의 종류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사진이 실린 '신분증형'을 비롯하여 경력과 신상명세를 밝힌 '이력서
형', 점성술이나 건강수칙 등을 담은 '정보제공형', 바둑 묘수풀이나 퍼즐을 실은 '퀴즈
형'등등. 손바닥만한 명함에 실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목적은 단 하나, 상대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겨서 자기를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데브라 밴턴은 "좋은 첫인상을 남기려면 반드시 '4분 규칙'을 기억하라"고 강조한다.
어떤 만남에서든 첫 4분 동안은 제 행동을 의식적으로 통제하라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
히 명함을 어떤 손가락에 끼워서 전달하느냐의 문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악수를 몇 초
간 어느 정도의 강도로 하느냐의 문제도 아니다. 처음에 어떤 말과 표정과 행동으로 상
대의 마음을 사로잡느냐에 따라 만남의 결과가 180도로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유머는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만족시킬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다. 첫 만남에서 유머
로 상대의 웃음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굳이 기발한 명함을 만들거나 4분이라는
시간을 재기 위해 시계를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 그가 구사하는 한마디의 유머가 바로
가장 인상적인 명함이며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인사이기 때문이다. 사람드로과의 만남이
잦은 리더나 간부라면 헤어스타일이나 넥타이의 색깔, 향수의 종류 등을 고민하기에 앞
서 가장 먼저 '유모라는 이름의 명함을 준비해야 한다.
2. 유머는 가장 효과적인 프리젠테이션이다
("유머는 일을 유쾌하게, 교재를 명량하게, 가정을 밝게 만든다.- 카네기)
프리젠테이션(PT)은 기업을 비롯한 모든 조직활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다. 조직 내부의 발표나 보고에서 고객을 상대로 한 설명, 낯선 청중들 앞에
서의 강연에 이르기 까지 PT에 실패하면 그때까지 쏟아부은 모든 땀과 노력이 한 순
간에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성공적인 PT를 위해서는 많은 요소들이 필요하다. 논리적인 설명, 효과적인 비유, 짜
임새있는 구성, 자신있는 구성, 자신있는 표정과 말투, 그리고 시청각을 두루 활용한 입
체적 전달... 이론 요소들이 갖춰지지 않으면 제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와 훌륭한 품질
을 갖추고 있더라도 청중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없다. 결국 PT의 성패는 듣는 이들의
눈과 귀를 발표자에게 얼마나 집중시켜내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유머리스트가 PT에서 남다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
의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책을 읽든 연설을 듣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연
히 주의가 산만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순간에 적절한 유머를 사용하면 청중들의 흐트러
진 이목을 다시 집중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딱딱한 어투로 일과하
는 지루한 PT에 비해 설득력과 호소력도 훨씬 커지게 된다.
유머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PT를 시작하기에 앞서 처음부터 적절한 유머로 출발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청중들이 긴당을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듣기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작이 재미있으면 누구라도 그 사람의 이야기에 은근한 기대와 호기
심을 가지게 된다. '유머러스한 출발'은 연설이나 강연, 제품 설명회, 기자회견 등을 막
론하고 다수를 대상으로 한 발표에서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기본원칙이다.
이때 우머의 소재는 가능하면 자기가 할 발표의 내용과 연관된 것이 좋다. 듣는 사람
들의 직업, 성별, 나이, 교육수준 등 대상에 맞는 유머를 구사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그
것은 청중들을 자연스럽게 '본론'으로 유도하기 때문에 웃음의 효과를 PT의 효과로 연
결시키는 일도 그만큼 수월해진다. 다음은 '준비된 유머'로 강연과 제품 설명회에서 집
중도를 높은 사례들이다.
미혼여성들을 상대로 강연에 나선 남자 강사가 사회자로부터 소개를 받자마다 이렇
게 말한다.
"여러분을 보니 문득 생각나는 영어단어가 하나 있군요."
그러더니 칠판에 큼질하게 'Beauiful'이라고 쓴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청중들 중 일부는 철자가 틀렸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고의인지 실수인지를 몰라 입을
다물고 있다. 연사가 웃으면서 말한다.
"이것은 '뷰티풀'에서 't'가 빠진 것입니다. 여러분들처럼 '티없는 아름다움'이란 뜻이
죠."
여성들은 미소와 박수를 보냈고, 연사는 '여성의 참된 아름다움'을 주제로 한 본격적
인 강연을 시작했다.
자동차 세정액을 새로 개발한 기업의 간부가 외국 바이어들을 상대로 제품설명회를
열었다. 그의 첫마디.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서로를 바보라 부르는 앙숙입니다. 제가 언젠가 스웨덴에 갔더
니 '노르웨이에서는 자동차를 세차할 때 2명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이유를 아십니
까?"
바이어들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를 응시한다.
"한 명은 스펀지를 들고 서 있고, 나머지 한 명은 계속해서 차를 전진시겼다가 후진
시켰다가 해야 하니까요."
바이어들은 폭소를 터뜨렸고, 그는 웃음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이 제품은 간편한
세차가 가능한...' 이라는 설명을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유머러스하게 출발한 PT가. 그리고 도중에 간간이 청중들의 웃음을 이
끌어내는 PT가 지루한 PT보다 전달효과나 집중효과가 훨씬 뛰어날 것은 당연하다. 하
지만 경박한 타이밍이 맞지 않는 엉뚱한 유머를 던지면 자칫 반작용이 일어 날 수도
있다. 산만한 청중을 집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집중하고 있는 청중을 산만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다음과 같은 원칙들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 프레젠테이션에서 유머를 활용할 때 지켜야 할 10대 원칙
1. 발표의 주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유머를 활용하라.
2. 자기가 던진 유머에 대해 자기가 먼저 웃지 마라.
3. 상대의 감정이 상하지 않게 하라. 예를 들어, 지체장애인은 '팔이 부러진 서류걸이'
나 '다리가 부러진 의자'에 관한 농담을 재미있게 여기지 않는다.
4. 간결하고 핵심이 뚜렷한 유머를 구사하라.
5. 유머를 청중들과 연관시켜라.
6.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말하라.
7. 실패한 유머를 반복하지 마라.
8. 성공한 유머도 반복하지 마라. 같은 얘기는 한 번으로 족하다.
9. 자기 자신을 소재로 한 유머를 구사하라. (외모, 나이, 재미있는 경험 등)
10. 청중들과 관계있는 실제인물의 이름을 유머에 등장시켜라.
데브라 밴턴은 성공한 최고경영자들의 특성 중 하나로 '이야기를 재미있게 한다'는
것을 꼽는다. 그들에겐 똑같은 얘기라도 훨씬 재미있고 실감나게 표현하는 능력이 있다
는 것이다. 실제로 유능한 리더에게는 세상의 모든 것이 훌륭한 소재가 된다. 비즈니스,
술자리, 독서, 영화, 자녀와의 대화 등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웃음의 실마리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엔 타고난 유머감각이나 비상한 기억력뿐만 아니라 남다른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외국의 기업인들 중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주제
별 카드파일이나 컴퓨터 데이터베이스를 준비해 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그때 그때
필요한 유머를 미리 준비해서 활용하기 위함이다. 그런 정도의 준비와 노력이 없다면
청중들을 휘어잡는 유머러스한 PT는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
유머는 문제를 회피하거나 핵심을 흐리게 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PT에
서 유머를 활용하는 목적은 이야기를 정확히 이해하게 만들고 기억에 오래 남게 만들
기 위함이다. 말도 안되는 장광설이나 부적절한 비유, 정리되지 않고 핵심도 불분명한
사례 따위를 웃긴답시고 늘어놓는 것은 기업의 간부나 리더가 아닌 떠돌이 약장사들이
나 할 일이다.
물론 유머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PT는 가능하다. 웃음이 있는 재미있는 PT건 수학강
의처럼 지루한 PT건 궁극적인 목적지는 똑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발표
하는 당사자의 입장일 뿐이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후자보다는 전자의
PT가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기억하라. 유머는 프리젠테이션의 효과를
높여주는 탁월한 무기이며, 때로는 유머 그 자체가 가장 효과적인 프리젠테이션이 된다
는 것을.
3. 유머는 조직생활의 안전장치다
("너그러운 마음씨는 사나운 혀를 고쳐준다."- 호메로스)
조직에는 언제나 갈등이 존재한다. 조직원 개개인의 성격이 아무리 원만하더라도 업
무추진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갈등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상
하간 또는 동료간에 무시로 발생하는 갈등은 때로 개인적인 차원을 뛰어넘어 조직 전
체로 확산 되기도 한다. 갈등에 휩싸인 채 분열과 대립을 반복하는 조직에 비전이란 단
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유능한 리더가 되려면 조직 내분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조정하고 해소시키는 능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갈등의 발생을 미리 예방하는 일
이다. 갈등이란 교통사고와도 같아서 아무리 사소한 '접촉사고'라도 일단 발생하고 나면
충격을 피할 수가 없다. 운전자들에겐 사고수습보다 사고예방이 더 중요하듯, 사람 사
이의 갈등도 사후 대처보다는 사전 대처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는 것이다.
유머의 힘은 여기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된다. 유머는 분노와 고통을 다스리고 여유
와 자제력을 키워주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충돌할 여지를 그만큼 줄여줄 수 있다. 또
꾸지람, 직언, 비판, 충고 등을 할 때도 유머를 활용하면 상대를 불쾌하게 하지 않으면
서 효과적으로 자기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 감정의 정면충돌을 피하고 원할한 소통
을 가능케 하는 '조직생활의 안전장치'. 바로 그것이 유머의 탁월한 조직적 효능이다.
돈 씀씀이가 헤픈 신입사원이 과장에게 쭈뼛거리며 말한다.
"과장님, 실은 가불을 좀 하고 싶은데요."
그러자 과장이 기특하다는 듯이 말한다.
"그거 참 잘됐군."
"예?"
"나도 신입사원 때 곧잘 가불을 했는데, 갚을 때까지는 작업능률이 무지무지 올랐었
거든."
사사건건 따지고 드는 대리에게 과장이 묻는다.
"자네, 명석함과 지혜로움의 차이를 아나?"
"잘 모르겠는데요."
"상사의 말에서 오류를 찾아내는 건 명석함이고, 그걸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건 지
혜로움일세."
이것은 상사가 부하들에게 유머러스하게 충고를 하는 경우다. 철없이 돈을 펑펑 써대
는 부하직원들을 보면 어떤 상사라도 한마디 하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낯을 붉혀가며 잔소리를 하는 것은 유능한 리더가 할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부하의 반
발심을 사서 관계만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의 과장처럼 말한다면 누구
라도 '지출을 줄이라'거나 '가불하고 나서 열심히 일하라'는 메시지를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과장 역시 대리에게 매우 효과적인 일침을 가하고 있다. 그는 막무가내로
'상사에게 따지지 마라'로 윽박지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비판이나 문제제기는 좋지만
자넨 좀 지나쳐. 너무 튀지 않는 지혜가 명석함을 더 빛나게 할 수도 있어... 과장은 상
사로서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조심스런 충고를 유머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전달하
고 있는 것이다.
상사가 부하에게 말한다.
"자네가 일도 느리고, 걸음도 느리고, 말도 더디고, 알아듣는 것도 더뎌, 대체 자네가
남들보다 빨리 하는 게 뭔가?"
부하직원이 자신있는 표정으로 대꾸한다.
"전 일을 하면 빨리 피곤해집니다."
점심시잔에 밥을 두 그릇으나 먹어치운 부하에게 상사가 빈정거리듯 말한다.
"아예 저녁까지 미리 먹는군. 물론 일도 그만큼 열심히 하겠지?"
오후에 그 빈둥거리자 상사가 핀잔을 준다.
"이봐! 자넨 왜 일을 안하는 거야?"
"전 원래 저녁먹고 나면 일을 안하는데요."
이것은 상사의 꾸지람에 대해 부하가 유머러스하게 응수한 경우다. '사사건건 느려터
졌다' 는 상사의 노골적인 핀잔을 듣고 기분이 좋을 부하는 없을 것읻. 떠 밥 좀 많이
먹었다고 은근히 빈정거리는 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 대놓고 말대꾸를 하거나 속으로 앙심을 품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그보다는 앞의 부하들처럼 웃음이 섞인 유머러스한 항변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것이다.
유머는 분위기 전환의 수단으로도 쓰인다. 한 사람이 상사에게 꾸중을 들으면 한동안
은 그 여파로 사무실 전체의 분위기가 가라앉게 마련이다. 그것은 조직 전체의 업무능
률을 떨어뜨려서 차라리 꾸중을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심각한 실수를 해서 상사가 노발대발한 경우가 아니라면,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보다는 약간 능청맞은 변명으로 어색한 분위기를 깨뜨리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된
다.
아무리 불러도 들은 척을 하지 않던 부하가 상사에게 불러갔다.
"세 번이나 불러도 못 들은 체하다니...자네 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지난 번 직장에서 몸에 밴 습관 때문에 그렇습니다."
"전에 뭘 햇길래?"
"웨이터요."
습관적으로 지각을 하는 부하에게 상사가 호통을 친다.
"자넨 도대체 시간관념이 있는 사람인야 없는 사람이?"
그러자 부하가 억울하다는 듯이 말한다.
"과장님 말씀을 가슴에 깊이 새기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근무시간에 시계를 보지 말라는 지시를 충실히 따르다 보니 잡에서도 시계를 안 보
게 됐거든요."
이런 정도의 유머라면 잠시 경직되었던 사무실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 손색이 없
다. 불러도 못 들을 체하는 것이 웨이터 경력 때문이라는 것은 얼마나 적절하고 재미있
는 변명인가. 또 '지각한 건 잘못이지만 평소엔 과장님 말씀을 잘 따르고 있다'는 변명
에는 야단치던 사람조차 웃게 만드는 대교와 넉살이 들어 있다. 야단치고 야단맞는 순
간에도 이런 유머가 오가는 조직이라면 분위기 때문에 업무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는
절대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힘든 일이 뭐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인간관계'
라고 대답한다. "아무개 과장 꼴보기 싫어서 직장 떼려치워야겠다"거나 "아무개 부장
때문에 피곤해 죽겠다"는 식의 얘기는 직장인들의 술자리라면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
는 낯익은 푸념 중의 하나다.이처럼 사람 사이의 갈들이 개인과 조직의 활동에 장애로
작용하는 것을 막는 데 유머만큼 좋은 수단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유머가 있는 조직에는 웃음이 있다. 그리고 웃음이 있는 조직에는 활력이 있다. 늘상
신경을 곤두세운 채 '사람에 치여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유머와 웃음은 때로 회식
이나 휴가보다도 훨씬 큰 힘을 발휘한다. 온갖 종류의 갈등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조직
과 유머라는 안전장치를 통해 갈등은 예방하고 해소하는 조직. 두 조직의 앞길은 자동
차로 뒤엉킨 좁은 도로와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의 차이만큼이나 다르지 않겠는가.
4.유머는 스트레스의 천적이다.
("세상이 엄숙하면 엄숙할수록 그만큼 유머는 더 필요하다" - 휘고)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은 늘 이런저런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신체
적으로 많은 질병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해악을 미치는 '심신양
면'의 독소로 작용한다.쌓이는 스트레스를 그때 그때 풀어줄 적절한 배출구를 찾지 못
하면 일에 대해 열정을 가질 수 없음은 물론이고 나중엔 주어진 일조차 제대로 소화할
수 없다.
웃음은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최고의 수단이다. 현대의학은 웃음이 인간의 신체기능
향상과 질병의 에방 및 치료에 얼마나 큰 효과가 있는지를 다양한 실험을 통해 밝혀내
고 있다. 그트레스의 해악을 압도하는 웃음의 그같은 의학적 효능을 두고 리 버크박사
는 "웃음은 대체의학(alternative medicine)이 아니라 참의학(real medicine)"이라고까지
했을 정도다.
이는 지금처럼 경제가 어렵고 직장인들이 불안함을 느끼는 상황일수록 유머와 웃음
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퇴와 감원, 봉금삭감, 정리해고 등 듣기
만 해도 가슴이 철렁하는 단어들이 횡행할 때 마음을 달래줄 유머가 있다는 것은 얼마
나 다행스런 일인가. 다음은 IMF시대에 직장인들의 애환과 스트레스를 달래주는 유머
들이다.
동창회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서로의 근황을 묻고 있다.
'아, 넌 요새 무슨 일하냐?"
"나? 그냥 전에 하던 거 계속 하고 있지 뭐."
"니가 전에 뮈했더라?"
"놀았잖아."
"평소에 자기의 직업을 비웃던 영구에게 맹구가 전화를 걸었다.
"영구야, 나 맹구다."
"웬일이냐?"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그래. 날 생각해 주는 건 너밖에 없는거 같아서."
"뭐가 고마운데?"
"니가 전에 나한테 으랬잖아. 평생 그 것만 해먹고 살라고."
투자회사의 시장이 부하들에게 엄포를 놓았다.
"신중하게 투자하게. 만일 손해를 보면 월급에서 제하겠어."
그런데 한 부하가 그만 거액의 손해를 냈거, 사장은 약속대로 매달 일정액의 월급에
서 제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부하가 손가락을 꼽아보더니 기쁜 표정으로 전화를 한
다.
"여보, 기뻐하라구. 최소한 20년 동안은 해고될 걱정이 없어졌어."
초등학교때의 희망:"난 과학자가 되어 노벨상을 탈 거야."
중학교 때의 희망:"난 아픈 사람들을 돌봐주는 의사가 되거 싶어."
입사시절의 희망:"어차피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니 전문경영인이 돼야지."
요즘이 희망:"정년퇴직이 꿈이야."
이것은 모두 정리해고의 실업의 공포를 유머의 소재로 다룬 사례들이다. 언제 쫓겨날
지 모르는 직장인의 불안감이 짤막한 우스개속에 생생히 드러나고 있다. 이심전심, 혹
은 동병상련의 교감 속에서 터지는 웃음. IMF시대의 직장인들은 이런 유머를 주고받으
며 폭소를 초뜨리고, 그러면서 자기들이 지금 겪거 있는 고통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독자들 중에는 반론을 펴는 사람도 이씅ㄹ 것이다. 그건 희망을 담은 웃음이 아
니라 단지 자초적인 웃음에 불과한 것 아니다...하지만 유머의 고통치유력은 꼭 내용 속
에 희망이나 대안을 담을 때만 발휘되는 것은 아닏. 현실의 어려움을 징확히 끄집어내
고 끼에 웃음으로 공감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인간은 자기의 위치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의욕을 얻을 수 있지 때문이다. 바로 그것이 1장에서 말했던 유머의 '초월효과'가 아니
겠는가.
하기야 현실에 대한 스트레스가 분노로까지 이어진 사람이라면 '자조적ㅇ니 공감'이
나 '개인적 넋두리'의 차원을 뛰어넘는 고차원의 풍자를 원할 수도 있겠다. 그래야 현실
비판적 유머가 갖는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다음의 사례를
보면 이 땅의 유머리스트들이 그런 점에서도 결코 무능하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
이다.
자수성가한 재별이 자기의 성공비결을 기자에게 떨어놓았ㄷ.
"봉 느 직장생활에서 가장 사소한 문제라는 것이 내 소신입니다. 중요한 것은 돈보
다 큰 보람과 성취감을 얻는 것이니까요."
"회장님은 그런 진리를 깨달았기에 부자가 되셨군요."
그러자 회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아니죠. 그런 진리를 부하들에게 인식시킨 덕분이죠."
간부회의가 끝난 뒤 한 간부가 투덜댔다.
"사장님은 파괴적인 비판을 삼가고 건설적인 비판을 하라느데 대체 뭐가 건설적이고
뭐가 파괴적인 거야?"
그러자 다른 간부가 말한다.
"간단하지. 부하에 대한 비판은 건설적이고 사장에 대한 비판은 파괴적이야."
비래의 사무실에는 필요한 것이 세 가지밖에 없다. 컴퓨터와 사람 한 명, 그리고 한
마리, 사람은 개에게 먹이와 물을 주는 데 필요하고, 개는 사람이 컴퓨터에 접근하는
걸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
앞의 두 개는 경제위기의 주변으로 지적받는 재벌의 문제점을 풍자한 것이다. 봉급은
짜개 주면서 그럴싸한 말로 부하들을 쥐어짜는 일부 경영인들의 행태. 그리고 조직의
언로를 차단하고 생산적인 비판을 외면하는 독선적인 기업관행이 풍자의 대상이다. 이
런 유머들은 아마 대다수 직장인들에게 웃음과 더불어 후련함을 선사해 줄 것이다. 우
리나라에서 이런 풍자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재벌은 많지 않을 테니까.
세 번째 얘기는 아예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머지않아 인간의 역
할이 개한테 먹이 주는 것으로 전락해 버릴 것 이라는 말이다. 이는 '컴퓨터 혁명으로
인해 다수의 영구실업집단이 발생한다'는 제레미 리프킨의 <노동과 종말>을 연상시킨
다. 생존을 위협받는 직장인들의 각박한 현실과 불투명한 미래를 담은 이유머는 경제위
기에 대한 비판을 넘어 과학기술의 비인간성까지 풍자하는 뛰어난 유머라고 할 것이다.
유머는 스트레스의 천적이다. 유머를 즐기는 사람은 아무리 극심한 스트레스가 닥치
더라도 그것을 몸 안에 쌓아두지 않고 즉시 배출하는 '자정능력'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위에 웃음을 퍼뜨려 조직 전체를 스트레스로부터 차단하는 능력 또한 가지고
있다. 한 조직의 활력과 생기는 내부에 얼마나 많은 유머리스트가 있느냐에, 혹은 조직
원들 사이에서 유머가 얼마나 일상화되어 있느냐에 정확히 비례한다.
마지막으로, 언젠가 PC통신에 올라온 재미있는 '유머 공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게시
자에 의하면 자기의 직장동료가 이 공문을 사내 통신망을 이용하여 전직원에게 메일로
보냈는데, 그로 인해 온 회사가 웃음바다가 되었으며 사원들 사이에서도 한동안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독자들 역시 그처럼 조직에 웃음을 제공하고 동료들의 스트레스
르 풀어줄 좋은 방법을 다각도로 궁리해보기 바란다.
수신: 전직원
제목: 화장실 운영계획
발신: 인사부장
그간 화장실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야기된 문제점을 일소하기 위하여 아래와 같
은 화장실 운영계획을 알려드리오니 업무에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1. 0월 0일부터 부은 직원은 한달에 20점의 화장실 점수를 받습니다. 1점에 3분씩의
사용이 허락됩니다. (1달에 총 1시간)
2. 사용하지 않은 점수는 자동적으로 '화장실 사용은행'에 적립되어 그 다음달로 이월
됩니다. 단, 대출은 안됩니다.
3. 화장실 문은 음성감응장치로 작동되니 모든 직원은 시행일 이전에 2가지 목소리를
제출하시기 바랍니다. (평소 목소리와 스트레스 받은 목소리)
4. 점수가 0점이 되면 화장실을 사용할 수는 있으나 용변 볼 때 안에서 문을 잠글 수
없습니다.
5. 만일 0점인 사람의 화장실 사용시간이 3분을 초과하면 알람장치가 작동됩니다. 알
람 후 30초가 지나면 화장지가 안으로 말려들어가 쓸 수 없어지고 물이 자동으로 틀어
지며 문이 활짝 열립니다. 그래도 안 나오고 버티면 전신사진이 찍히며, 사진은 다음날
본관 정문 앞에 게시됩니다. 사진이 3번 게시되는 사람이 있으면 즉시 해고 됩니다.
6. 이제도는 화장실에서 빈둥거리는 것을 없애기 위한 것이니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합니다.
7. 질문이 있으시면 인사부로 문의 바랍니다.
5. 유머는 '멘탈리스트럭처링' 이다
("유머는 사람의 사고방식을 바꿀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김진배)
요즘 경영학 관련서적과 경제학 논문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은 아마 '리스트럭처
링(restructuring:개조, 재구성)'일 것이다. 최근에 진행되는 기업구조조정과 빅딜, 워크
아웃 등은 모두 과거의 낡은 시스템을 개조함으로써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는 데 목적
을 두고 있다.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와 행정서비스와 교육, 문화에 이르기까지 이제 리
스트럭처링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리스트럭처링은 단순히 구조나 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진정한 개조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사람의 생각을 바꿔내는 일이다. 낡은 사고
방식을 털어내고 혁신적인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는 '정신구조조정'이 없으면 아무리 파
격적인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현실의 문제점은 사라지지 않는다. 모든 변화와 개조의
성패는 제도가 아니라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유머는 사람의 사고방식을 바꿀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유머 속에는 '멘탈 리스트럭
처링(mental restructuring:사고개조)'과 '멘탈이노배이션(mental innovat
ion:사고혁신)'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이 골고루 담겨 있다. 긍정적 사고, 여유있는 사고,
개방적 사고, 독창적 사고, 그리고 열정 등의 요소들은 개인뿐 아니라 조직 저체에 개
조와 혁신의 마인드를 확산시킴으로써 탁월한 정신구조조정의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사고개조와 혁신의 출발점은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누구나 할 수 있
는 생각이나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로는 낡은 의식구조를 혁신적으로 뒤바꿀
수 없다. 하지만 유머 발상법의 핵심은 '뒤집에 생각하기'에 익숙해지면 '상식적인 사고'
의 외피를 쓴 고정관념을 몰아내고 머리 속을 참신하고 독창적인 생각으로 가들 채울
수 있게 된다. 예들을 보자.
악천후 속의 괌 국제공항. 완전초보인 기장이 운전하는 비행기가 착륙을 시도하고 있
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활주로가 다른 공항에 비해 유난히 짧은 것이 아닌가. 몇 차례
의 실패 끝에 아슬아슬하게 착륙에 성공한 비행사가 이마의 땀을 씻으며 중얼거린다.
"망할 놈의 활주로. 세로는 짧으면서 가로는 왜 이렇게 길어?"
젊은 친구들 몇몇이 모여 함께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일에 착수하고
보니 자금부족으로 점차 경영에 자신을 잃게 되었다. 대책회의를 연 자리에서 한 사람
이 말한다.
"신문에 광고를 내볼까?"
"무슨 광고를?"
"사무실 구함. 단, 유능한 사장이 딸린..."
어느 날 아들이 어머니에게 떼를 쓰기 시작했다.
"엄마, 나 학교 안 갈래요. 가기 싫어요."
"대체 왜 그래? 이유가 뭐야?"
"얘들이 나랑은 안 놀아주고 자꾸 왕따시킨단 말이에요."
그러자 어머니가 한숨을 쉬며 타이르듯 말한다.
"그래도 가야지. 니가 선생인데 어떡하겠니..."
세 개의 유머는 모두 일반적인 예측이나 생각을 뒤집는 것이다. 활주로의 가로와 세
로가 바뀌었고, 상식적인 구인광고와는 반대로 사원이 사장을 구하는 광고를 낸다. 학
교에 안 간다는 떼를 쓰는 왕따가 학생이 아니라 교사라는 것도 듣는 사람의 예측을
완전히 뒤집는 내용이다. 이런 유머를 창조할 줄 아는 사람은 사고가 유연하고 세상을
뒤집어보는 통찰력이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고정관념 따위에는 빠지지 않는다.
뒤집기에 능한 사람은 추리와 독창적 사고에도 능하다. 그들은 남이 A를 말 할 때
A'를 생각하고, 상대가 하나를 얘기할 때 둘을 떠올린다. 평범한 사고방식으로는 좀처
럼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을 짧은 시간 동안에 끄집에내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이면을
정확히 꿰뚫어본다. 그런 사람들이 남들보다 뛰어난 판단력과 순발력을 지니는 것은 당
연한 일이다.
컴퓨터 매장을 찾은 고객이 주인에게 묻는다.
"이 최신형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업무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광고내용이
사실입니까?"
"그럼요, 정말이구요."
"그럼 두 대 주세요."
손오공 일행이 서역으로 가는 길에 요괴들을 만났다. 저팔계와 사오정이 합세했는데
도 힘이 부치자 마침내 손오공이 털을 뽑아서 하늘로 날렸고, 털들은 모두 손오공의 분
신이 되어 요괴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중에 왠 늙은 원숭이 한 마리 끼어
있는 것이 아닌가. 의아해진 손오공이 물었다.
"영감님은 누구세요?"
그러자 늙은 원숭이가 공손하게 대답한다.
"전 주인님의 새치입니다."
컴퓨터 한 대가 업무량의 절반을 줄여주니까 두 대면 1백%가 줄어든다는 것은 물론
터무니없는 궤변이다. 하지만 광고내용을 곧이 곧대로 해석하면 그건 전혀 이상하지 않
은 '수학적 진실'이 된다. 광고주도 광고회사도, 혹은 판매업자나 다른 고객들도 염두에
두지 못했을 그런 계산을 즉석에서 해내는 사람이라면 업무의 요점을 파악하거나 허점
을 보완하는 능력도 그만큼 뛰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뒤의 얘기도 마찬가지다. 이 얘기를 사람들에게 퀴즈로 냈다고 가정해 보라. 손오공
의 분신들 틈에 섞인 원숭이로부터 즉시 '새치'를 떠올리는 것은 웬만한 순발력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분신들은 털에서 나왔다. 그러므로 늙은 분신이 나왔다는 것은
그 털이 늙었다는 뜻이다, 젊은 털 속에 섞인 늙은 털은 다름아닌 새치다...' 이런 생각
들이 순식간에 머리를 스쳐야만 비로소 정답을 맞힐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남이 구사하는 유머를 듣는 것과 직접 유머를 창조하는 것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를 뚜렷이 보여준다. 듣고 웃는데는 그 유머를 이해할 수 있는 이해력만
있으면 충붕하다. 하지만 남을 웃기려면 상식의 허를 찌르고 인간사고의 허점을 공략하
는 능력이 반드시 요구된다. 그같은 창조성과 순발력과 판단력을 갖춘 사람은 현대의
조직이 필요로 하는 정신구조조정에도 그만큼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유머의 리스트럭처링 효과는 개인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변사람
의 의식을 바꾸는 것으로까지 이어진다. 비관에 빠진 동료나 열등감에 빠진 부하에게
유머는 지루한 훈계나 의레적인 충고보다 더 큰 감화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것을 가능케 하는 힘은 유머에 깃든 따뜻한 마음과 함축적 전달효과에서 나온다. 다음
의 사례를 보자.
독일의 재상 비스마르크가 친구와 사냥을 나갔는데 친구가 그만 발을 헛디뎌 늪에
빠졌다. 비스마르크가 총대를 내밀었지만 닿지 않았고, 친구는 점점 더 깊이 빠져들며
겁에 질린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여보게, 제발 날 좀 살려주게."
그러자 비스마르크가 갑자기 총을 들어 친구를 겨누며 말했다.
"자네의 죽어가는 모습을 도저히 볼 수 없으니 차라리 내 손으로 고통을 없애주겠네.
날 원망하지 말게나."
그가 실탄을 넣고 방아쇠를 당기려 하자 놀란 친구는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렸고, 덕분
에 몸을 늪가로 움직일 수 있었다. 비스마르크가 총대를 내밀어 친구를 구해주며 말했
다.
"이제 알겠나? 아까 내 총은 자네의 머리를 겨눈 것이 아니라 자네의 분발력을 겨누
었던 것이네."
유명한 지휘자에게 기자가 물었다.
"지휘자로 성공하게 된 가장 큰 비결이 무엇입니까?"
"전적으로 부모님 덕분입니다."
"부모님이 조기교육을 시켰습니까?"
"그게 아니라, 처음엔 첼로를 배웠는데 시끄럽다고 그만두라시더군요. 다음엔 트럼펫
을 배웠는데 그것도 시끄럽다고 못하게 하셨고, 피아노와 바이올린 역시 마찬가지였습
니다. 결국 유일하게 남은 분야가 지휘였기 때문에..."
"키 큰 사람은 비가 와도 빨리 젖으니 손해요, 키가 작은 사람은 날이 개어도 더디게
마르므로 손해다. 뚱뚱한 사람은 비를 많이 맞기 때문에 손해요, 마른 사람은 날이 개
어도 햇볕을 적게 받기 때문에 손해다. 걸음이 빠른 사람은 앞에 오는 비까지 맞기 때
문에 손해요, 걸음이 느린 사람은 뒤에 오는 비까지 맞기 때문에 손해다. 결국 세상은
공평하다."
비스마르크의 일화가 실화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거기에 담긴 정
신이다.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도 그보다 더 나쁜 상황에 비하면 아직은 기회가 있다
는 것. 그러므로 낙담하거나 비관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면 결국엔 좋은 결과가 온다는
것이다. 이런 유머를 의기소침한 부하에게 들려주거나 상황에 맞게 응용해서 활용한다
면 그것은 '분발하라'는 말을 백 번 하는 것보다도 훨씬 나을 것이다.
두 번째 얘기는 타고난 재능보다 노력이 더 중요한을, 그리고 세 번째 얘기는 불필요
한 열등감을 갖지 말고 거꾸로 자기가 남들에 비해 나은 점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런 유머들은 꾸준한 노력없이 매사를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때로는 회초리보다도 높은 교육효과를 발휘한다. 부하의 분별력을 향해 총을 겨눠야 하
는 조직의 리더들은 유머의 이같은 효과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유머는 인간의 사고방식을 바꾼다. 낡은 고정관념을 신개념으로 바꾸고 폐쇄적인 사
고를 개방적으로 바꾼다. 진부한 생각을 창조적으로 바꾸고 완고한 생각을 유연하게 바
꾼다. 그뿐인가. 둔감한 두뇌를 순발력있게 바꾸고 좁은 시야를 트인 시야로 바꾼다. 유
머는 멘탈 리스트럭처링과 멘탈 이노베이션을 통해 개인과 조직을 변화시키는 탁월한
수단이다.
개중에는 '그래봤자 농담은 농담일 뿐' 이라거나 '우스개 따위가 뭐 그리 대단한 효능
이 있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정신구조조정을 통
해 깨뜨려야 할 그릇된 고정관념에 해당한다. 유머와 사고방식, 혹은 유머 구사능력과
업무 수행능력 사이의 함수관계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사고의 개조와 혁신을
이뤄낼 수 없으며 리더로서 부하들을 다스릴 수도 없음을 분명히 지적해 둔다.
6. 유머는 정신적 비아그라다
("젊은 세대를 놓고 한탄하는 것만큼 사람을 늙어 보이게 하는 것은 없다."- 스티븐
슨)
많은 사람들을 이끌어야 하는 조직의 간부나 리더에게 늘 골치아픈 문제 중의 하나
는 '세대차이'다. 특히 요즘처럼 신, 구세대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것은 때로 직접적인 업무보다도 더 큰 스트레스의 요인이 된다. 필자는 기업강연을
다니면서 많은 간부들을 만나는데 대부분이 "세대차이 극복의 비법을 가르쳐달라"고
호소하곤 한다.
세대차이는 리더의 입장에서 볼 때 수만금을 들여서라도 극복해야 할 절대적인 해결
과제에 속한다. 세대차이가 심하면 간부뿐만 아니라 부하들 역시 마찬가지로 답답함과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말이 안 통하고, 정서와 가치관이 완전히 다르고, 어쩌다 회식을
해도 꽁무니 뺄 궁리만 하고... 결국 상하간에 신뢰와 애정을 쌓는 일은 영영 불가능하
다. 세대간의 벽은 곧 조직의 장애물이 되는 것이다.
유머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세대간의 어우러짐을 가능케 하는 좋은 수단이다. 웃음
이란 문화나 계급, 나이, 출신 등의 차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위대한 평형장치'이기
때문이다. 유머로 뷰하들을 즐겁게 만드는 간부는 설사 상대가 손주뻘이라고 해도 얼마
든지 친해질 수 있으며 이해의 폭도 그만큼 넓힐 수 있다. 그것이 원할한 커뮤니케이션
으로, 나아가 조직의 활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대차이가 있는 조직에는 으레 상호간의 비난이 존재한다. 구세대는 신세대의 경박
함과 무례함을 탓하고, 신세대는 구세대의 고리타분함과 형식주의를 비웃고, 중간에 있
는 '낀세대'는 양쪽 모두를 싸잡아 비난하게 된다.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일
단 신세대의 눈에 비친 구세대의 모습을 살펴보기로 하자. 다음은 PC통신과 인터넷 유
머란에 실린 글들이다.
우리 부서는 사내기밀을 많이 취급하기 때문에 복사기 옆에 문서 절단기가 설치되어
있다. 보존기간이 지난 문서, 회의 때 긁적거린 낙서, 사장을 목매다는 그림, 연애편지
등은 모두 절단기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하루는 퇴근을 하려는데 이사님이 문서를 손
에 들고 절단기를 이리저리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사님, 도와드릴까요?"
"그래주겠나? 기계작동법을 몰라서 말이야."
나는 스위치를 켜고 이사님이 준 문서를 절단기 속으로 밀어넣었다. 문서가 말려들어
가자 이사님 왈.
"잘하는군. 한 부 더 복사해 주게."
- 부장이란?: 일반 직원으로는 최고의 직급. 오랜 회사경험이 말해주듯 실무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풍부하지만 낡은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실제로 업무에 저용하려고 하
면 별로 쓸모있는 것이 없다.
- 과장이란?: 부장 승진을 눈앞에 둔 사람. 이들의 지상과제는 부장이 되는 것이므
로 윗사람에게는 간도 쓸개도 없는 것처럼 행동해서 '우리 과장님이 혹시 사이보그?'
라는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 이사란?: 회사의 '임직원' 중 임원에 해당하는 계층. 이것저것 지시는 많이 하지만
책임지는 경우는 드물다. 실부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만큼 하는 일도 별로 없다.
그러나 회사 돈을 축내는 것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이 글들에 실린 구세대의 모습은 참혹하다. 간단한 기계 작동법도 몰라서 복사할 문
서를 절단기에 집어넣고, 나이만 많았지 실제로 쓸모있는 능력은 아무것도 없고, 무책
임하며, 심지어는 부하들로부터 사이보그라는 오해까지 받는다.
아무리 유머란에 실린 글이라 해도 글쓴이들이 '윗분'들에게 공연한 억하심정을 가질
리 없고 보면, 결국 이것이 구세대에 대한 신세대들의 일반적인 평가라고 해도 크게 무
리는 아닐 것이다.
물론 구세대들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으리라. '나이를 먹고 싶어서 먹었나. 우리 때
는 컴퓨터도 없고 OA(사무자동화)도 없었는데 그럼 어쩐란 말이냐, 나이 좀 먹었기로
서니 무조건 낡은 지식이라고 매도하면 되느냐, 간부라고 해서 스트레스가 없는 줄 아
느냐' 등등.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런 '오욕'과 불협화음을 극복하고 세대간의 조화를
꾀하려면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와 간부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를테면 컴퓨터 문제를 보자. 나이 든 구세대가 컴퓨터를 끼고 사는 신세대보다 PC
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지금이라도 배울 수는 있겠지만 이사
나 부장이 업무시간에 더듬더듬 자판을 두드리며 타자연습을 할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
다고 부하들이 컴퓨터에 대해 이야기할 때 눈만 멀뚱거려서는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말을 듣기 딱 좋다. 방법은 하나, 컴퓨터에 대한 유머로 대화에 끼여드는 일이다.
인터넷을 배우기로 결심한 영구가 동생에게 넷스케이프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영구가 건네준 쪽지에는 'NETSCAPE4.03'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 동생이
사온 물건을 보고 영구는 그만 기겁을 하고 말았다. 엉뚱하게도 캔커피를 하나 사왔기
때문이다. 캔커피의 이름은 '네스카페'였고, 상단에 적힌 유통기한은 4월 3일(4.03)이었
다.
- 컴퓨터가 암컷이라는 증거
(1) 사자마자 더 좋은 것이 나타난다.
(2) 컴퓨터끼리 소통하는 언어는 절대 이해할 수 없다.
(3) 만든 사람 외에는 내부 로직을 이해할 수 없다.
(4) 한 번 빠지게 되면 월급의 반은 컴퓨터의 액세서리 구입에 바쳐진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빌 게이츠가 신혼여행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공항에서 신문기
자가 부인에게 묻는다.
"첫날밤은 어땠습니까?"
그러자 부인이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Micro & Soft."
컴퓨터를 모르는 구세대들에게 이런 유머들은 별로 재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넷스케이프와 네스카페를 혼동한다거나- 두 단어는 실제로 철자가 비슷하다- 컴퓨터
와 애인의 공통점을 찾는 다거나, 빌게이츠의 특정부위가 'MS'하다는 등의 얘기는 신
세대들의 웃음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르건 얘기들이 컴맹상사의 입에서 나
온다는 것은 어쩌면 유머의 내용보다도 더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유머로 부하들을 웃기고 나면 자기를 대하는 태도도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부
장님, 이 얘기 아세요?"라거나 "과장님, 통신 ID와 애인의 공통점이 뭐게요?"라는 식으
로. 말하자면 상사를 왕따시키지 않고 대화에 기꺼이 끼워주게 되는 것이다. 덕분에 전
에는 배우기가 쑥스러웠던 컴퓨터까지 덤으로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부하
들과 소프트웨어를 주고받거나 메일을 교환할 정도가 되면 세대차이의 벽은 한결 낮아
지게 될 것이다.
신세대들이 즐기는 유머의 소재는 컴퓨터뿐만이 아니다. 그들과의 대화에 끼어들어
함께 농담을 즐기기 위해서는 '덩달이 시리즈'나 '썰렁 시리즈', '만득이 시리즈', '최불암
시리즈' 등 유명한 유머 시리즈들을 최대한 많이 알아두어야 한다. 그리고 요즘 어떤
유머들이 유행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가끔 서점에 들르거나 잡지의 유머란을 뒤적이는
성의도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그게 왜 웃기는지 이해가 안될지도 모르지만 꾸준히 과심을 기울이면 그
속에 신세대의 웃음보를 자극하는 키워드가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그러면 나중엔 자
기도 감각이 바뀌어서 부하들과 똑같이 웃음을 터뜨릴 수 있게 된다. 부하의 말을 짐짓
못 들은 체하며 사오정 흉내를 내거나 일부러 썰렁한 말로 부하들을 춥게 만드는 간부
라면 더 이상 '쉰세대'라는 비난을 받을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유머는 정신적 비아그라다. 그것은 세대간의 이질감을 극복하고 조화를 이뤄내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구세대에게 신세대적인 감각을 부여함으로써 '정신적 회춘'이 가능
하게끔 만들어준다. 그러므로 세대차이 극복을 원하는 간부나 리더라면 회식의 횟수를
늘리거나 '대화의 날' 같은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보다 유모감각을 익히고 활용하는 일
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어쩌면 그것은 정신적 회춘을 뛰어넘어 육체적인 회춘까지도 가져다줄지 모른다. '일
소일소'라 하여 한 번 웃으면 그만큼 젊어진다고 했는데, 거기에다가 젊은이들과의 어
울림에서 오는 신선함과 조지그이 활력에서 오는 만족감까지 합쳐지면 진짜 비아그라
와 똑같은 효과를 내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겠는가. 무디 독자들에게 그런 '뜻밖의 행
복'이 찾아오길 기원해 본다.
7. 유머경영학:유머는 '윈/윈' 전략이다
("친구를 얻는 확실한 방법은 나 스스로가 남의 친구가 되는 데 있다."- 에머슨)
경영학의 핵심은 재화가 아니라 인간이다. 인간을 제대로 경영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
른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유능한 경영자가 될 수 없으며 성공하는 기더가 될 수
도 없다. 인간경영이란 단순히 조직의 구성원 개개인을 다스린다는 뜻이 아니라 조직
안팎에서 발생하는 모든 인간관계를 효과적으로 조정하고 이끌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스티븐 코비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인간관계의 패러다임을 6개로
구분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차원의 방식은 '나도 이기고 상대방도 이기는', 즉 서
로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윈/윈(win/win)'적 사고방식이다. 승패를 가르는 경쟁이
나 대립보다 협력을 중심에 두는 이 방식에 대해 코비는 "기법이 아니라 인간관계에
대한 절대적인 철학" 이라고 말하고 있다.
'윈/윈'적 사고방식은 유머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유머의 목적은 웃음을 통해 함께 기
쁨을 느끼고 그로부터 삶의 활력을 얻는 것에 있으며, 이는 곧 현대 경영학과 조직론의
주요관심사인 '윈/윈'과 '시너지 효과'를 의미한다. 유머에는 이처럼 바람직한 인간관계
와 효과적인 조직경영에 필요한 요소가 두루 포함되어 있고, 바로 그것이 '유머경영학'
의 출범점이다.
"IBM은 매년 뉴욕 허드슨 강변에 있는 펠러세이드에서 중역회의를 열 때마다 존 모
리얼이라는 유머 컨설턴트를 빠짐없이 기조연설자로 초청한다. 모리얼은 중역들을 웃기
는 것은 물론 웃음이 부하직원과의 의사소통에 '경이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도 가르친
다..."(동아일보 1999. 2. 10)
이것은 유머가 기업의 조직운영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
례다. IBM 외에도 많은 세계적 대기업에서 유머를 통해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한 활발
한 연구와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유머 컨설턴트는 그 과정에서 새롭게 각광받기 시작
한 '웃음 전문가' 들이다. 보도에 의하면 1급 유머 컨설턴트가 1시간 강연료로 받는 액
수는 무려 5천 달러. 우리 돈으로는 약 6백만 원에 해당하는 엄청난 액수다.
적은 돈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기업에서 이런 거금을 들이면서 까지 웃음 전문가를
초빙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창의성이 요구되는 정보화시대에 기업의 경쟁럭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자비한 감원이나 해고로 노동자들을 압박하기보다 유머를 통해 조직에 웃
음과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필자가 말하는
'유머경영학'을 이미 진작부터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웃음의 효과는 '의욕'이나 '활력'이라는 추상적인 영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유머 컨
설턴트들은 "조직에 웃음이 퍼지면 근로자들이 건강해지기 때문에 의료보험 부담도 그
만큼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또 소속감과 연대의식이 강해지기 때문에 고급인력을 경쟁
회사에 빼앗길 위험도 그만큼 줄어든다고 강조한다. 유머경영학은 이처럼 무형의 효과
(의욕과 활력)와 유형의 효과(비용절감. 인력 유지)를 동시에 낼 수 있는 효율적 경영
방식인 것이다.
유머경영학의 효능을 동양에서도 일찍이 강조되 바 있다. 당나라의 전설적 걱부인 송
청이라는 사람이 말했던 '구불약'이 바로 그것이다. 구불약이란 그가 실천해서 득을 본
웃음을 일컫는다. 다시 말하면, 웃음 속에 아홉 가지 '불'을 극복하는 묘약이 있다는 뜻
이다. 요즘 경영학 관련 논문이나 칼럼에서 자주 거론되는 구불약의 내용은 이렇다.
1. 불신: 웃음은 상대방이 내게 갖는 불신을 없애준다.
2. 불안: 웃음은 나와 타인의 불안을 잠재운다.
3. 불앙: 웃음은 원망과 앙심을 없애준다.
4. 불구: 웃음은 내 마음이 곧음을 드러내준다.
5. 불치: 웃음은 물건의 값을 속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6. 불의: 웃음은 나에 대한 거리감을 없애준다.
7. 불충: 웃음은 성의가 없다는 생각을 없애준다.
8. 불경: 웃음은 공손하지 않다는 생각을 없애준다.
9. 불규: 웃음은 원칙을 어길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없애준다.
요약하면, 웃음은 나에 대한 상대방의 모든 의혹과 경계심을 없애줌으로써 서로간에
믿고 거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피차간에 득이 되는 의미
있는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송청의 생각이야말로 '윈/윈' 전략으로서의
유머경영학이 갖는 대외적 효능을 정확히 꿰뚫은 혜안이라고 할 수 있다.
유머경영학은 이처럼 내부적으로는 인간관계의 '윈/윈'을 실현하여 시너지 효과를 이
끌어내며, 대외적으로는 상호이익을 추구하여 거래관계의 '윈/윈'을 실현한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유머의 효능을 과소평가했던 사람은 이제부터라도 조직 전체에 유머를 보급
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 출발점은 당연히 자기 스스로 먼저 유
머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유머리스트가 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조직의 리더를 유머리스트로 바꾸는 데 있어서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은 관습과 편견
과 권위의식이다. 조직원들에게 '엄숙함'과 '정숙함'을 요구하는 관습, 잘 웃는 사람은
싱겁고 가벼운 사람이라는 편견, 그리고 '리더가 어떻게 부하들 앞에서 실없는 농담을
하느냐'는 권위의식은 리더가 유머경영학을 도입하고 스스로 변신하는 것을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이다.
그러나 재차 강조하건대, 맨 윗사람이 먼저 변하지 않으면 조직은 절대로 변하지 않
는다. 게다가 쓸모없는 권위의식에 빠져 조직의 발전을 포기하느니 자기의 권위- 물
론 조직운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권위다- 를 포기하고 조직을 발전시키는 것이 경
제적으로도 훨씬 '남는 장사'가 될 것이다. 한국기업의 고질병 중 하나인 경영자의 권위
의식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는 다음과 같은 데브라밴턴의 말 속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나는 최고경영자가 종업원들의 얼굴에 파이를 던지고, 행운의 편지를 써서 보내고,
공개적으로 속옷을 선물하고, 긴 내의를 입고 식탁 위에서 춤을 추고, 친구의 화장실
변기 위에 가짜폭탄을 설치 하는 등의 익살스런 장면을 많이 보았다.
이 밖에도 거래처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때 자기를 비서라고 소개하고는 상대에게 '사
장님이 당신과는 절대 통화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셨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팩스로
만화를 보내거나, 근무시간에 국제전화를 걸어 야한 농담을 하는 등 비즈니스에 유머를
불어넣은 사례도 많이 있었다.
유머를 잘 사용하지 못하거나 재미있는 말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사람은
정상에 올라가기 힘들다. 설사 정상으로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그와
함께 등반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유머를 구사하고 웃음을 나누는 능력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다. 그것은 인간의
의식과 행동을 바꾸고, 인간관계를 바꾸고, 인간들이 모인 조직을 바꾼다. 뿐만 아니라
조직과 조직간의 관계까지도 바꾼다. 서로에게 이익을 주고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윈/
윈'전략으로서의 유머, 그리고 그것을 경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유머경영학. 이는 21
세기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아가 궁극적인 승자가 되기 위해 모든 리
더들이 도입하고 연구해야 하는 미래형 경영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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