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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모음/어른동화

신 별주부전

by FraisGout 2020. 6. 22.

 옛날, 어느 바닷가에 가난한 어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사십이 되었지만 아
직 장가도 못간 채 팔십먹은 노모와 단둘이 살고 있었습니다.
 "얘야, 언제나 며느리를 얻을 거니?"
 늙은 어머니는 매일 아들을 붙들고 투덜거렸습니다.
  "가난뱅이 주제에 마누라를 얻으면 뭐해요. 제대로 먹여 살리지도 못할텐
데요. 어머니가 살아계신 동안에는 마누라를 얻지 않을 생각이예요."
  늙은 아들이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어머니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
습니다.
 "내가 없어진다 해서 너 같은 사내에게 시집을 올 여자가 있겠니."
  가을이  되어 폭풍이 불고 고기잡이를 못나가는 날이 계속되자 먹을 것도 
궁해져 어부는 노모와 입씨름할 마음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저 날씨만 좋
아지기만을 기다리며 빈둥빈둥 하루를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날씨가 약간 좋아지자 어부는 배를 타톡 고기잡이를 나갔습
니다. 그러나 고기는 한마리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글너데 해가 높이 떠 있어야 활 하늘이 점점 낮게 드리워지더니 주위는 낮
도 밤도 아닌 누런빛으로 가득찼습니다. 바다는 하얀 파도도 없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쩐  일인지 물도 뜨뜻미지근 하고 피라도 섞인 듯한 역한 
냄새마저 났습니다.
  불길한 생각이 든 어부가 배를 돌리려고 할 때, 커다란 고기가 그물에 걸
렸습니다. 끌어 올려 보니 난생 처음 보는 큰 거북이었습니다.
 "도미인줄 아랐더니 거북이네. 너같은 게 있으니까 다른 고기가 잡히지 않
는 거야. 놓아 줄테니까 멀리 가거라."
 인정 많은 어부가 거북이를 놓아 주었습니다.
 하늘이 점점 낮고 좁아져 주위는 어둑어둑해졌습니다. 어부는 잣니이 어디
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노를 저었습니다.
  그런데 아까 잡은 커다란 거북이가 또 잡혔습니다. 어부는 이번에도 거북
이를 놓아 주었으나 왠지 마음이 우울했습니다.
  "저런 거북이라도 껍질을 벗겨서 고기를 먹을 수만 있다면 어머니와 둘이
서 며칠은 연명할 수 있을텐데. 하지만 입에 맞을런지......"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별안간 거북이가 배언저리에 양손
을 걸치고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깜짝 놀라는 어부에게 거북이가 말을 걸었
습니다.
 "용궁에 가보지 않겠어요? 용녀도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안내를 하지요."
 "내가 이대로 용궁에 가버리면 홀로 계신 어머니가 곤란하셔. 그렇게 맘대
로 할 수는 없어."
  어부가  거절하자, 거북이는 어부가 없는 동안 어머니에게는 고기를 잔뜩 
갖다드려  먹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어부는 결국 그
렇게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어느 거북이의 껍데기가 좌우로 갈라져 남자 한명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
을  정도로 틈새가 생겼습니다. 마치 관에 들어 가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어부가 들어가자 껍데기가 닫히고 거북이는 바다 밑 깊숙히 들어갔습니다.
  어둠 속에 갇힌 어부는 거북이 살 속에 둘러싸여 잠에 빠졌는지 죽었는지 
그것마저  분명치않게 되었는데 갑자기 거북이의 등껍질이 열리더니 주위가 
환해졌습니다. 두리번거리며 보니까 그곳은 용궁이었습니다.
 기둥도 방도 모두 어둑어둑한 물 밑에서 흔들리고 있었는데 용궁의 모습은 
언젠가 어디서 본 듯한 경치같이 느껴졌습니다. 용녀도 그랬습니다. 어머니
가 어렸을 적에는 이런 모습이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젊은 여자
들이 물거기처럼 물기둥 사이를 누비며 헤엄쳐 다니고 있었는데, 말로만 들
은 유곽도 이런 모습일꺼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부는 용녀와 시녀들이 갈아 입혀 주는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
으며  융숭한 대접을 받는 동안에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
다.
 "어머니가 보고 싶으세요?"
  가끔씩 용녀가 어머니 이야기를 꺼냈으나 어부가 우물쭈물하고 있자 굳이 
돌려  보내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근심 걱정을 떨쳐버리고 하루하루
를 꿈같이 지내다 보니 어느덧 삼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어느 날 문뜩 어부는 고향집에 홀로 계신 어머니가 미치도록 보고 싶어졌
습니다. 용궁이 제 아무리 좋다고 해도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한 곳은 이 세
상 어디에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이제 돌아가야겠어."
  어부가  말을 꺼내자 용녀는 붙잡으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슨 
내력이 있을 법한 상자를 내밀면서 말했습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이 구슬상자를 열어보세요."
 선물까지 받은 어부는 용궁에 올 때처럼 거북이 껍데기 속으로 들어가, 올 
때와는 달리 눈깜짝할 새에 고향마을에 돌아왔습니다.
  마을의 못브은 완전히 변해 있었습니다. 정답게 지내던 이웃은 한명도 살
고 있지 않았으며, 어부나 노모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 어기둥절하고 있던 어부는 용녀의 말이 
생각나서 구슬상자를 열어보았습니다. 안에서 하얀 연기같은 것이 나왔습니
다. 연기 속에 갇힌 어부는 느닷없이 갓난아기로 변해버렸습니다.
  목이 터져라 울고 있는데 남편을 잃은 과부가 지나가다 갓난 아기를 줏어 
안았습니다.  피붙이 하나 없이 외롭게 살고 있던 과부는 용왕님께 머리 숙
여 감사를 드린 다음 아이를 자기의 아들로 키웠다고 합니다.

 ? 교훈 - 독신남자에게는 모태회귀 성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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