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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간단하나 적응은 복잡하다 나는 이제까지 '관계의 어려움'을 두 종류로 나누어 기술했다. 관계의 어려움은 비록 여러 가지 형태 로 나타나지만, 하나의 비슷한 '근본 장애'를 갖고 있다. 그것은 '적응을 통한 표현의 보상' 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자기 고유의 감정과 기대치를 표현함으로써만 해결될 수 있는 인간관계의 문제가 통제적인 적응 능력을 통해서 더 악화되고 있다. '가까워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강렬한 사랑의 감정에 대한 두려 움은 파트너십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든지, 상대방에게 모든 문제를 맡겨 버리게 하든지, 둘 중 하나다. 그러면 상대방은 그가 충분히 사랑을 맡겨 버리게 하든지, 둘 중 하나다. 그러면 상대방은 그가 충분히 사랑을 표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끊임없는 전쟁에 시달리게 된다. 관계는 늘 '더 좋아져야 하고',.. 2020. 8. 24.
상대방을 사랑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잃을까 두려워 마라 가까워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의존성에 대한 두려움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많은 사람들의 바람 은 친밀한 거리를 확보하되, 서로 의존적이지 않은 것이다. 때로는 그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다. 당사자가 자신이 얼마나 의존적인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는 스스로를 자 신의 파트너와 거의 동일시함으로써 마치 그 양이 희박해져야만 겨우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는 공기처 럼 안전하게 여긴다. 이제까지 지구상에 존재해 온 대부분의 인류는 현대 유럽인의 '의존성에 대한 두려 움'을 말도 안 되는 미친 생각이라고 여길 것이다. 의존성이란 당연한 게 아닌가, 라고 말이다. 어떻게 자기 외에 모든 타인과 독립적으로 판단을 하고, 가치관을 형성하고, 자신의 삶을 모양지을 수 있겠는 가! .. 2020. 8. 24.
많이 바랄수록 적게 얻는다 인간 대부분이 감정적인 삶을 좋은 평가나 점수와 연결짓는 걸 터득해야 하는 이 사회에서, 사랑은 위태로운 처지에 놓여있다. 게다가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그 단어는 많은 사람들이 차마 입에 올리려 고 하지 않는다. 아버지와 어머니, 코카콜라와 페르질(세탁비누 상표명), 아내와 여자 친구를 똑같이 사 랑할 수 있을까? 산업사회는 개인의 정서를 위축시키고, 광고를 비롯한 소비 세계는 우리의 꿈과 희망 을 오용한다. 그 결과, '진실'은 없어서는 안 되면서도 동시에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것이 되고 말았 다. '모호함'과 '거부'가 침해받기 쉬운 '친밀의 영역'에서 일종의 보호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자신의 감 정을 결코 표현하지 않는 사람은 최소한 매스 미디어로부터 강요받는 '유치함'의 관념에서 자신을 보.. 2020. 8. 24.
이별은 사랑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이 글의 첫 장을 완성했을 때, 베아테가 상담을 받으러 왔다. 그녀의 기분은 무척 좋아 보였 다. 오랫동안 차갑게 보이고, 자기한테 무관심하던 아버지가 다른 면을 보였던 것이다. 그가(어린아이들 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던 베아테의 아버지가) 베아테와 그녀의 딸을 데리고 여행을 갈 생각을 한 것이다. 우리는 그녀가 어떻게 전남편을 만나게 됐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베아테는 대학 시 절 한 남자 친구를 알게 되었는데 그는 그만 사고로 죽고 말았다. 그녀는 죄의식을 느꼈다. 원래 그는 그녀와 함께 방학을 이용해 여행을 떠날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부모님이 반대했기 때문에 그녀는 거절했다. 그 사고가 있은 후 그녀는 다른 도시로 여행을 떠났고, 나중에 남편이 된 한 남자의 차에 동 승하게 .. 2020. 8. 24.
슬픔의 회피 베아테와 남자들 간의 관계의 본질은, 그녀가 정말로 슬픈 일이 드물다는 데 잇다. 그녀는 싸우고 분 노하는 게 두렵다. 그녀에게 슬픔은 성과물이 아니며, 상처를 다른 식으로 가공할 수 있는 감정이다. 한 편 베아테는 자신의 행동이 좋았는지 나빴는지, 혹은 옳은 것이었는지 그른 것이었는지를 심리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늘 나에게 물었다. 그녀는 그것을 알고 싶어했고, 앞으로는 더 잘 하리라 다짐하는 것이 었다. 슬픔의 회피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작은 사건이 있었다. 그녀는 이전의 남자 친구와 그래도 한번 더 사귀어 보는 게 어떨까, 하면서 망설였다. 그리고는 그와 만나기 전, 캄캄한 지하실에서 등을 구부리 다가 나뭇조각에 눈의 각막을 다쳤다. 그녀는 자기가 거기서 뭘 찾고 있었는지 조차 몰랐다. 마침내 그 남.. 2020. 8. 24.
깨지기 쉬운 내적 표상 정신분석에서 흔히 '대상불변'과 '내적 대상'이란 개념으로 표현되는 현상이 있다. 그것은 감정으로 채 워진, 대상에 상응하는 내면의 표상을 의미한다. 이 표상의 불변성은 사람이 성장하는 동안에 얻어지는 데, 가까워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가진 내적 표상은 매우 손상되기 쉽다. 어린아이들 은 생후 4개월이 지나면, 기대했던 대상(엄마나 아빠)이 아닌 낯선 타인이 안아주거나 가까이 다가올 경 우, 얼굴을 찡그리거나 울면서 '낯가림'을 보인다. 이러한 낯가림은 일종의 내적 표상이 이미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내적 표상은 점점 강해지고, 지속성을 띠게 된다. 아이는 자라면서 점차 혼자 서도 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는데, 그러다 어느 날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되면(예를 들어, 사.. 2020. 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