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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초능력

UFO 영화 속의 외계인

by FraisGout 2020. 5. 31.

  인류사상 가장 큰 격변과 동란을 겪었던 20세기의 마감 시간이 불과 2년 남은 지금, 세계
는 온통 '세기말 증후군'으로 뒤숭숭하다.
  또 한편으로는 지난 2천 연대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새로운 천년기를 맞이하게 되는 시
점이라는 데에서 '밀레니엄 중후군'으로 들떠 있기도 하다.
  그리하여 요즘 유행하는 말 그대로 '불확실성의 시대'를  실감하는 사람들은 불안과 희망, 
두려움과 기대가 겹치고 섞인 모순되고 양면가치적인 정신과 심리 상태로 살고 있는 것 같
다.  이러한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현상 가운데 하나가 바로 최근의 UFO/외계인 영화의 
범람이 아닌가 한다.  

    외계인은 괴물 아니면 코미디언?
  사실 앞 장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SF와 마찬가지로 UFO 난 외계인을 소재로 한  영화의 
역사는 매우 오래 되었다.
  그러나 1997년 처럼 이런 장르의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크게 성
공하여 매스컴까지 떠들썩하게 한 예는 달리 찾아볼 수가 없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 미국이나 전 분야에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
듯이 대부분 할리우드 영화 산업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할리 우드 영화는 우선 제작 물
량으로는 최대이고, 그 질은 어떻든지 간에 철두철미하게 상업주의적으로 전 세계적인 수요
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러한 소재에 대한 온 인류의 관심과 열광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또한 그 여파는 국내외의 영상 광고 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TV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20세기 폭스사가 제작, 1995년 7월에 개봉한 인디펜더스 데이는 
세계적으로 수억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렸고, 이러한 성공에 자극받은 할리우드에서는 10여 
개의 UFO 영화를 기획 제작하여 역시 전 세계에서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들 가운데 대표적인 영화가 바로 얼마 전에 국내에 수입 개봉된 화성 침공 맨인블랙 스
페이스 잼 제5원소 등, 그리고  최근 수입되어 상영되었던 콘택트와  스타쉽 트루퍼즈 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상업적인 성공에만 골몰한 이들 영화들은 당연히 작품성으로 볼 때 대부분 
B,C급 영화일 수밖에 없으며, 제작에 투입, 동원된 거액의 비용과 첨단 기술에 비해 작품이 
담고 있는 주제 의식이나 메시지의 측면에서는 매우 불건전하고 퇴폐적이라는데 문제가  있
다. 사실상 이들 작품 가운데 하나인 '인디펜던스 데이'는 '역시 미국은 최고이며  과거와 현
재는 물론 미래에도 인류와 세계를 책임질 유일한 나라'라는  식의 오만과 우월감이 표출된 
영화라 할 수 있다.  그 점에서는 '화성 침공'역시 마찬가지로 감독인 팀 버튼 자신이  '걸프
전에서 영감을 얻었다.'라고 밝힌바 있다. 또 마이클 조던을 주인공으로 한 '스페이스 잼' '제
5원소' 등도 동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화성 침공'의 경우,  바로 그러한 미국인의 의식과 
안일무사주의  등을 야유하고 풍자하며 반자연적인 문명사회에 대해 경고하는 듯한 느낌도 
받지만,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냉소적이고  가벼운 표현방식이나 연출이 이
를 상쇄시키고 있다.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최근  전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이른바  'UFO신드롬'에 편승한 
혐의가 농후한 이들 영화가, 정작 UFO/외계인 사건의 진상이나 실체에  대한 이미 널리 알
려진 진실조차도 외면하거나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어쩌면 외계인과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만남이 머지 않은 미래의 일이 될지도 모르
는 이 시점에서, 이들 영화들은 한결같이 그것을 매우 부정적, 파괴적으로 그리거나  지구에 
대한 침략과 지배, 파멸적인 공격  등을 코미디화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특히 '스타쉽 트루퍼즈'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이 영화는 외계 생물체를 
잔혹한 성질의 거대하고 흉칙한  괴물 곤충으로 그렸다. 또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대항하는 
인간의 모습 역시 전체적 군국주의 체제  속에서 폭력적인 영웅을 찬양하는 쪽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로버트 A.하인라인 원작의 SF  자체가 갖고 있는 성격으로서 이미 많은 
논쟁과 비판을 겪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콘택트'의 아름다운 시선과 깊이 있는 성찰
  이러한 문제작들 가운데서도 유일하게 SF영화다운 풍부한 상상력과  더불어 현대 과학과 
문명에 대한 비판적 성찰, 그리고  미래의 인류 사회를 위한 비젼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는 바로 '콘택트'로 보인다. 이 영화는 천문학자인  원작자 고 칼세이건 박사가 지
은, 같은 제목의 SF를 영화화한 것이다. 원작은 1985  '접촉'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서도 번
역 출판되었으나, 안타깝게도 얼마 못 가서 절판되어 지금은 구해 볼 수가 없다.
  그런 까닭에 이 영화는 탄탄한  과학적 사실, 특히 원작자가 오랫동안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 관여해 왔던 '외계 지성체 탐사 계획'의 추진 과정을 바탕으로 하였으며,  원래의 발상
과 기획에서 제작 완성까지 무려 17년간이나 공을 들인  작품이라고 한다. 원작자는 영화가 
완성되기 직전인 1996년 12월 20일에 세상을 떴기에 맨 마지막 장면에 그를 위한 현사가 자
막으로 나온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국내 언론의 영화 평에서도 보듯이 매우 아름답고 ㅏ감동적인 작품
이며, 장르의 구별을 넘어서도 지난해에  나온 최고의 영화가운데 하나일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이 영화에는 앞에서 지적한 문제점들이나 편견이 거의 없다. 배경이 미국이긴  하나, 
오히려 미국의 주류 과학자나 정부 당국자들에 대해선 비판적이다.
  또한 외계인은 '인류의 적'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인류의 진화과정을 관찰하고 격려하는 창
조주의 대리인으로서 자신을 나타내 보인다. 물론 이 역시 다분히 인류의 희망과 기대를 반
영한 또 다른 선입견일 수  있으나, 적어도 이 영화가 '우주  안에서 인류가 차지한 위치'를 
새삽 성찰하게 해주고 '우주선 지구호' 안에 탑승한 승객인 인류 가족의 연대성과  운명공동
체 의식의 중요성을 귀중함을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는 점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일찍이 분석 심리학의 창시자인 칼 구스타프 융은 그의 마지막 저서 '미행 접시들 - 현대
의 신화'에서, UFO현상을 '현대 인류의 집단 무의식의 반영'으로서 일종의 현대판 신화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글머리에서 말한 것처럼 온갖 세기말  현상과 분위기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UFO외계인 영화의 범람은 바로 그의  지적처럼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이들의 심리 상태와 
꿈을 비춰 주는 거울이기에, 단지  오락과 흥미만을 위해 영화를 만들고  또 볼 것이아님을 
깊이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과거 인류가 지니고 발전시켜 온 생각과 꿈이 바로 역사가 되었고 또한 오늘의 현실이 되
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할 모든 생각과 말과 행위가, 결국은 인류와 
세계의 미래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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