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시대애의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능숙한 외국어 실력만은 아니다. 각 나라의
독특한 문화와 풍습을 모르면 중요한 비즈니스 상담은 고사하고 개인적인 관광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정서에 맞는 효과적인 우머를 구사하기도
어려워진다. 지구촌의 이웃들은 어떤 몸짓을 쓰고 어떤 유머를 즐기는가. 인터넷 유머
사이트, 일간 신문, 시사주간지 등에 실렸던 사례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웃음을 엿보기
로 하자.
1. 몸짓(제스처)이 통해야 유머도 통한다
제스처의 활용도는 나라에 따라 다르다
'동양인은 입으로 얘기하고 서양인은 몸으로 얘기한다'는 말이 있다. 과장된 표정이나
몸짓을 되도록 삼가는 동양인들과 달리 서양 사람들은 대화 도중에 다양한 눈짓이나
표정, 제스처 등을 즐겨 사용한다. 어깨를 으쓱하고 팔을 들어올리며 눈을 치켜뜨는 모
습은 우리가 서양인을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 중의 하나다.
하지만 서양인들이라고 해서 모두 풍부한 제스처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유럽
만 해도 이탈리아처럼 얘기를 하는지 무용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픙부한 제스처가 일
상화된 나라가 있는가 하면, 독일처럼 거의 석고상에 가까울 정도로 뻣뻣하게 대화를
나누는 나라도 있다. 유럽인들의 그런 차이는 다음과 같은 비유에서도 잘 드러난다.
"연설을 하고 있는 이탈리아인을 영국인이 멀리서 보면 마치 무대 위에서 코미디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독일인이 연단에 서 있다면 그는 신체가 마비된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
이 말에서 드러나듯 이탈리아인들은 세계적으로 가장 풍부한 '보디 랭귀지'를 갖고
있다. 오죽하면 찰스 다킨스가 "나폴리에서는 모든 것이 무언극으로 진행된다"고 했을
까.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두 사람이 생선을 놓고 흥정을 하는데 판매자가 값을 부르자 구매자가 말없이 웃음
을 젖혀보였다. 조끼를 안 입었음을 보여줌으로써 '난 돈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을 전한
것이다.
한 친구가 입술을 다섯 번 만진 다음에 손으로 칼질하듯 허공을 수평으로 가르자 다
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5시 30분에 밥먹으러 오라고 초대하자 친구가 그에 응한
것이다."
영국인들의 제스처는 이에 비하면 몹시 빈약하다. 그리고 독일인들은 그보다도 휠씬
더 빈약하다. 그런가 하면 대부분의 북유럽 국가에는 아예 제스처 문화 자체가 없다.
다음은 유럽의 각 나라들을 제스처의 유형에 따라 3개의 그룹으로 구분한 것이다.
그룹1 :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 전통적으로 제스
처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룹2 : 영국,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러시아. 흥분했을 때, 거리가 멀어 의사
소통이 잘 안될 때, 욕하거나 위협할 때 등 특정한 경우에 한해 제한 적
으로 제스처를 사용한다.
그룹3 : 이탈리아, 그리스, 프랑스, 스페인, 기타 지중해권 국가들. 폭넓은 제
스처를 사용하며 대화 도중에 늘 손과 팔을 빈번히 움직인다.
제스처의 활용도는 이처럼 나라에 따라 판이하게 다르다. 그러므로 외국인을 만나거
나 외국여행을 할 때는 그 나라의 특성에 맞게 의식적으로 제스처의 횟수나 범위를 조
절해야 한다. 미국이나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는 비교적 편안하게 제스처를 사용해도
좋다. 하지만 덕일이나 스웨덴, 아시아권, 혹은 보수적 문화를 지닌 회교권 등에서 '서
양식 제스처'를 남용하다간 자칫 무례하고 경박한 사람으로 비춰질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같은 제스처에도 정반대의 뜻이 있다.
나라마다 언어가 다르듯 제스처에 담긴 뜻도 지역에 따라 다르다. 그런 차이를 모르
고 섣부르게 '제스처는 만국공통어' 라고 믿었다간 본의 아니게 큰 낭패를 겪을지도 모
른다. 다음은 나라에 따라 정반대의 의미를 지니는 대표적인 제스처들이다.
1. 고갯짓
우리는 긍정을 표시할 때 고개를 끄덕이고 부정을 표시할 때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는 아시아와 미국, 그리고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통하는 보편적인 몸짓이다.
그런데 그리스와 터키, 이탈리아에서는 다른 방법이 쓰인다. 그들은 긍정을 표시할
때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부정을 표시할 때는 뒤로 젖힌다. 또 불가리아인들은 찬성할
때는 고개를 목운동하듯이 좌우로 돌리고 반대할 때는 그리스 인들처럼 뒤로 젖힌다.
이 정도에 그친다면 그리 복잡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불가리아와는 반대로 인도에서
는 고개를 뒤로 젖히는 것이 '예'라는 뜻이 된다는 점이다. 그뿐이 아니다. 숙이기와 젖
히기를 사용하는 그리스인이 고개를 가로젓는 것은 긍정이나 부정과는 무관하게 '못 알
아들었으니 다시 말해달라'는 뜻이다.
이런 차이는 종종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가령 불가리아인이 고개를 좌우로 돌리
는 것은 '예'라는 뜻이지만 외국 사람들이 볼 때는 고개를 젓는 것으로 비치기 쉽다. 터
키인이 고개를 젖히는 것은 '아니오'라는 뜻이지만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고개를 위아
래고 끄덕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만일 그리스 인이 '다시 말해 달라'는 의미로 고
개를 가로저으면 상대는 그걸 당연히 '싫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다.
2. 손짓
사람을 부를 때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손바닥을 위로 하고 마치 손부채질을하듯
손가락들을 모아서 까딱거린다. 그런데 우독 이탈리아에서만은 그것이 '잘 가시오' 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럼 이탈리아인들은 '이리 오시오'라는 말을 어떻게 표현할까. 그들은 손바닥을 아래
로 향하고 마치 노를 젓듯이 손이나 팔을 위아래로 움직인다. 스페인, 그리스, 터키에서
도 같은 제스처를 쓰는데 그건 우리나 다른 유럽인들의 눈에는 '저리 가' 라는 뜻의 몸
짓과 흡사하다.
작별할 때 손을 좌우로 흔드는 것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바이바이'의 뜻으로 쓰이지
만 남부 아시아에서는 반대로 '이리 와 봐'가 된다. 미국인들은 누군가를 만나거나 헤어
질 때 손바닥을 앞으로 하고 손바닥을 접었다 폈다 하는 '잼잼'을 자주 사용한다.
3. V사인
집게손가락과 중지를 V자 모양으로 세우는 '승리 사인'은 처칠에 의해 세계로 퍼졌
다. 그런데 영국에서 이 사인을 쓰려면 반드시 손바닥의 방향에 신경을 써야 한다. 손
바닥이 앞을 향하면 승리의 사인이지만 손바닥이 자기를 향하면 그건 욕 중에서도 아
주 심한 욕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이와 정반대다. 거기에서는 손바닥이 자기를 향해야 승리의 사인이 되고 손
바닥이 상대를 향하면 커다란 모욕이 된다. 그리스인들은 원래 누군가에게 적개심을 표
시하거나 욕을 할 때 손바닥을 상대에게 보이며 손가락을 활짝 벌린다. 두 손을 다 쓰
면 '최대한의 모욕'이고 손가락 두 개만 세우는 것은 일종의 '축소형'이다. 그리스인 앞
에서 괜히 처칠 흉내를 냈다가는, 특히 웃으면서 그런 제스처를 썼다가는 졸지에 따귀
를 얻어맞을 수도 있다.
4. 03사인 (링사인)
엄지와 검지를 링처럼 둥글게 말아쥐고 나머지 손가락들을 세우는 이른바 '03사인'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긍정 또는 승인의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프랑스 남부에서는 그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고 있다. 손가락의 모양이 0을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스와 터키, 중동, 아프리카 일부지역에서는 이 사인이 엉뚱하게도 '항문' 이나 '여
자의 성기'를 뜻하는 음란한 제스처로 통한다. 또 독일과 브라질, 그리스, 러시아에서도
비슷한 의미로 쓰이며 가끔은 동성애를 상징할 때도 있다. 그런 지역에서 상대와 대화
도중에 '좋다'는 뜻으로 03사인을 보이면 결과는 둘 중의 하나다. 상대가 이성이면 음란
하고 무례한 사람으로 찍히고, 상대가 동성이면 동성애자로 찍히고.
5. 엄지 치켜세우기
엄지손가락을 네로황제처럼 위로 치켜세우는 것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최고'를 뜻하
는 긍정적 제스처로 통한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그게 '명백한 거절'을 뜻하며 그리스인
들은 그걸 상대에 대한 모욕적 제스처로 받아들인다. 또 나이지리아와 중동지역에서는
기이하게도 '음란한 신호'가 된다. (그들은 짤막한 엄지손가락에서 대체 뭘 연상하는 걸
까?)
6. 손으로 머리 옆에 동그라미 그리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미쳤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네덜
란드에서는 '전화받고 있는 중' 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손을 귀에 대고 수화기를 들고
있는 시늉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그러므로 네덜란드 사람이 그런 제스처를
썼다고 해서 화를 내면 오히려 상대가 더 화를 낼 것이 분명하다.
세계 각국의 '금지된제스처'들
같은 제스처라도 나라마다 이렇게 뜻이 다르기 때문에 외국에 가거나 외국인을 만날
때는 몸짓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그들의 제스처를 다 파악하지는 못하더라도 최
소한 '금지된 제스처'가 어떤 것인지는 알아야 뜻밖의 실수나 결례를 예방할 수 있다.
다음은 금지된 제스처 중에서도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1. 포옹이나 신체접촉
서양에서는 악수와 가벼운 포옹, 입맞춤 등이 문제될 것이 없지만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는 이성끼리는 물론이고 동성들 사이에서도 악수 외에는 별다른 신체접촉을
하지 않는다. 특히 중동에서는 머리카락이건 손가락이건 여성에게 손을 대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
2. 머리에 손대기
서양에서는 어른들끼리도 머리에 곧잘 손을 대지만 동남아에서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조차도 피해야 한다. 그들은 머리에 영혼이 들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
히 외부인이 아이의 머리에 손을 대는 것은 부모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실례가 된다.
3. 손깍지끼기
과테말라와 일부 라틴아메리카 국가에서는 무의식적으로라도 상대 앞에서 손을 깍지
끼면 안된다. 그것은 다름아닌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심지어 갓난아이가
손을 맞잡고 있어도 기겁을 하며 손을 떼어놓을 정도다.
4. 집게손가락 구부리기
집게손가락으로 사람을 부르는 것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실례가 된다. 유고와 말레이
시아에서는 동물을 부를 때 사용하고 베트남에서는 하인이나 아랫사람에게만 그런 행
동을 한다. 특히 호주에서는 그것이 '매춘하러 오라'는 뜻이 되기 때문에 여성 앞에서는
절대금기에 속하고, 일본인들 역시 외설적인 의미로 받아들인다.
5. 윙크
윙크는 보통 친근함의 표현이지만 대만인들은 그걸 매우 무례한 행동으로 여긴다. 호
주에서도 여성에게 윙크를 하는 것은 불량배들이나 하는 저속한 행동이다.
6. 턱 쓰다듬기
우리는 생각에 잠겼을 때 무심코 턱을 쓰다듬는 경우가 많지만 프랑스에서는 그것이
'지루하다' 는 메시지로 사용된다. 브라질과 파라과이 등 남미지역에서는 '잘 모른다' 는
뜻이고, 이탈리아에서는 '당장 꺼져버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해당 지역의 바이어와
상담을 하다가 턱을 쓰다듬었다간 듣기 싫다거나 못 알아듣겠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
고, 심지어는 상대를 쫓아버리는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다.
2. 미국의 유머
미국인과 유머
미국인들은 세계에서 유머를 가장 즐기는 국민이다. 공석과 사석을 막론하고 모든 상
황에서 유머가 빠지는 법이 없으며, 연설이나 교육을 할 때도 유머는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요소 중의 하나다. '5분내에 청중을 못 웃기는 사람은 연사의 자격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상식이다.
미국인들은 소재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유머를 만들어낸다. 대통령이나 정치
인들을 풍자하는 정치유머가 매우 발달해 있고, 남자들 사이에서는 장모를 희화화시킨
유머도 단골메뉴다. 이는 미국사회의 장모와 사위 관계가 우리나라의 고부갈등과 비슷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머 중에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이 많
다. 물론 실제로는 좋은 나쁜 소식이고 나쁜 소식이 좋은 소식이다. 이는 그들의 유머
에서 대조법과 바보스러운 곡해가 주된 기법으로 사용됨을 의미한다. 유머에 관한한 금
기가 거의 없는 사회지만 인종차별에 관한 유머에 대해서만은 민감한데, 이는 다민족국
가라는 특성 때문이다.
유머로 엿보는 '지퍼 스캔들'
요즘 미국들의 유머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인물은 다름아닌 클린턴이다. 가뜩이나 정
치풍자와 섹스유머를 즐기는 그들에게 '지퍼 스캔들'은 실로 훌륭한 유머의 소재가 되
고 있다. 다음은 최근에 미국에서 유행했던 유머들이다.
- 워싱턴과 닉슨과 클린턴의 가장 큰 차이는?
워싱턴은 거짓말을 할 줄 몰랐고, 닉슨은 진실을 말할 줄 몰랐으며, 클린턴은 그 차
이를 모른다는 것이다.
- 힐러리의 임신
힐러리가 병원에 정기검진을 받으로 갔다. 검사가 끝난 뒤 의사가 임신이라고 말하자
그녀는 매우 당황해서 클린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나쁜 놈아! 네가 무슨 짓ㅇ르 저질렀는지 알아? 내가 임신을 했단 말야."
"..."
"못 알아듣겠어? 내각 네 아이를 가졌다구!"
그러자 클린턴이 모기소리만한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시죠?"
- 헤라클레스아 백설공주와 돈후앙
헤라클레스와 백설공주와 돈후앙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난 제일 힘이 강해. 내가 세계 최고의 인간이야."
"무슨 소리! 난 세계에서 제일 예쁘다구."
"흥, 세계에서 제일 많은 여자와 동침한 내가 최고야."
셋은 결국 하나님을 찾아가서 판결을 의뢰했다. 잠시 후, 헤라클레스가 만족스런 표
정으로 나오며 말한다.
"하하, 그것 봐. 내가 제일이지."
백설공주 역시 웃음을 띠며 나왔다.
"호호, 내가 뭐랬어. 내가 제일 예쁘다잖아."
잠시 후, 돈후앙이 울면서 뛰쳐나왔다.
"제기랄! 빌 클린턴이 도대체 누구야?"
- 밝히는 클린턴
레이건과 부시, 클린턴이 오즈의 마법사에게 갔다.
"사람들이 제게 지성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좋은 두뇌를 가졌으면 합니다."
마법사는 레이건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사람들이 제게 눈물도 감정도 없다고 합니다. 제게 인간미를 주십시오."
마법사는 부시는 소원도 들어주었다.
마지막으로 클린턴에게 마법사가 소원을 물었다. 클린턴의 대답.
"전 도로시 양을 만나러 왔는데요."
(도로시는 동화 <오즈의 마법사>의 여주인공임)
- 클린턴, 지옥에 가다
클린턴이 죽어서 하늘나라에 갔다. 베드로가 천국과 지옥 중 어딜 원하느냐고 물었
다. 클린턴이 천국을 원하자 베드로가 다시 물었다.
"혹시 생전에 나쁜 일 한 것은 없나?"
"마리화나를 피우긴 했지만 삼키지는 않았지요. 바람은 피웠지만 '진정한 성관계'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거짓말은 했어도 '위증'을 한건 아니죠."
그러자 베드로가 대답했다.
"그러면 이렇게 하지. 내가 당신을 아주 뜨러운 곳으로 보낼 텐데 거길 '지옥'이라고
부르지는 말자구. 그리고 당신은 그곳에 한참있어야 하는데 그 기간을 '영원'이라고 부
르지는 말자."
3. 영국의 유머
영국인과 유머
영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진지함에 대해 짙은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
도 미국인들 못지않게 유머를 일상적으로 즐긴다. "영국인을 모욕하는 가장 확실한 방
법은 유머감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자기들의 유머감각에 대
한 자부심도 대단한데, 조사에 의하면 영국인의 70%가 "우리는 유머감각이 있는 민족"
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한때 영국의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유머는 영국인 고유의 성취물'이라는 견해가 많았
다. 다른 나라에는 오직 위트만이 있을 뿐이며 영국인만이 참된 유머를 구사할 줄 안다
는 것이다. "유머는 너무 영리하거나 아둔하면 나오지 않는다. 영국인은 지성과 둔감의
평균점에 위치해 있으면 바로 그것이 풍부한 유머의 출발점"이라는 윌리엄 해즐릿의
주장도 그 중의 하나다.
영국인들은 대개 기발한 난센스 유머를 즐긴다. 이는 흔히 '질서정연함에 대한 반역'
또는 '논리적 구속으로부터의 탈출'로 해석되는데, 데카르트의 영향을 받은 프랑스나 고
전철학이 발달했던 독일에 난센스 유머가 드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유머 속에 비친 '제3의 길'
영국인들은 처칠의 후예답게 정치유머에 익숙하다. 요즘엔 토니블레어가 주창한 '제3
의 길' 이 유머의 주된 소재로 떠오르고 있는데 내용은 대개 '개념적 모호성'이나 '절충
적 이미지'에 대한 것들이다. 권력층의 무능함을 꾜집는 풍자유머도 여전히 인기다. 다
음은 영국의 최신 유머들이다.
- 블레어와 마르크스
토니 블레어의 집무실에 달린 백열등이 터졌다. 블레어가 시장경제 만능주의자인 하
이에크 교수에게 자문을 구했다.
"백열등의 고장났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소?"
"절대 국가가 개입하면 안됩니다. 그냥 시장 메커니즘에 맡겨두기만 하면 언젠가는
세상이 저절로 환해지게 돼 있어요."
그러나 오래 기다릴 수 없었던 블레어는 이번에는 마르크스를 찾아갔다. <자본론>을
집필중이던 마르크스가 원고에서 눈길을 떼지않은 채 단호하게 대답했다.
"전등이 터지건 말건 난 관심없소. 전기시스텥 자체를 갈아치우는 게 우리의 목적이
니까."
- 우측통행
블레어가 미국에 가보니 영국과는 달리 모든 자동차가 우측통행이었다. 이에 감명을
받은 그는 귀국 즉시 교통부장관을 불렀다.
"우리나라도 당장 우측통행으로 바꿉시다."
그러나 장관은 차라리 사표를 쓸 망정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우겼다. 그러자 화가
난 블레어가 소리쳤다.
"좋소. 난 좌측이 싫고 당신은 우측이 싫으니 제3의 길로 정합시다. 내일부터 전국
차량의 절반은 왼쪽으로,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오른쪽으로 통행하도록 하시오."
- 세 개의 봉투
영국의 재무상인 고든 브라운이 장관 전용금고 속에서 전임장관이 남긴 봉투 세 개
를 발견했다. 봉투에는 번호와 함께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경제가 어려운 고비에 처할 때마다 순서대로 하나씩 뜯어볼 것."
얼마 후 경기가 나빠졌고, 브라운이 첫 번째 봉투를 뜯었다. 안에는 짤막하게 한 줄
의 문장이 적혀 있었다.
"금리를 내리시오."
그러나 금리를 내려도 경기는 좋아지지 않았고, 브라운은 다시 두 번째 봉투를 뜯었
다. 역시 짤막한 문장 한 줄.
"금리를 올리시오."
시키는 대로 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자 야당에서 재무상의 사임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장관직의 기로에 선 브라운은 결국 마지막 봉투를 뜯었다. 거기에 적힌 글귀는
이런 것이었다.
"후임자를 위해 봉투 세 개를 준비하시오."
- 고장난 깜박이
영국의 장군이 폴란드에 갔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면서 장군이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
"폴란드 군대는 역사상 전투에서 이겨본 적이 한 번도 없다죠?"
"이긴 적도 있고 진 적도 있지요."
"아니오. 내가 더 정확할걸. 폴란드 군대에 입대하면 후퇴부터 가르친다죠?"
장군은 운전기사의 기분에 아랑곳않고 계속 물었다.
"폴란드군 탱크는 구조가 다르다면서요? 전진기어가 1단이고 나머지 4단은 모두 후
진기어라고 하던데..."
기분이 나빠진 운전기사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깜박이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발견한 운전기사가 말했다.
"죄송하지만 잠깐 내리셔서 오른쪽 깜박이를 좀 살펴봐 주시겠습니까?"
장군은 차에서 내려 깜박이를 관찰하더니 큰소리로 말했다.
"불이 잘 들어와요. 아니, 꺼졌는데? 아! 다시 들어왔다. 아니, 잠깐만. 또 꺼졌... 이거
완전히 고장났구만."
4. 프랑스의 유머
프랑스인과 유머
프랑스인들은 공식석상에선 유머를 별로 사용하지 않지만 사석에선 유머를 활발하게
구사하는 편이다. 특히 남부 프랑스인들은 지적이고 풍자적인 정치유머를 즐기는 것으
로 알려져 있다. 그들의 유머는 유쾌함과 진지함이 어울린 영국의 유머와는 달리 가볍
고 화려하고 발랄하다. 프랑스인 특유의 사교성이 유머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
다.
프랑스 유머 중에는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음성학적 농담'이 우난히 많다. 이는 발음
되지 않는 철자가 많은 불어의 특성상 발음이 같거나 비슷한 단어들이 많기 때문인데,
특히 정치인이나 외국인을 조롱하는 풍자유머에 이런 기법을 많이 사용한다.
그들의 유머에서 발견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섹스에 관한 농담이 많다는 것이다. 불
륜을 소재로 한 미국의 섹스유머와는 달리 프랑스인들은 주로 섹스의 기술이나 체위를
소재로 한 농담을 즐기는데, 그것은 프랑스 특유의 '자유분방하고 다양한' 섹스문화 때
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과는 달리 자기들의 유머감각에 대한 평가가 인색한 편이어
서 '프랑스인은 유머감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한 사람은 13%에 불과하
다.
유머에 담긴 풍자와 우월의식
정치인들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풍자는 어느 나라 못지않게 신랄하다. 과거사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나치즘을 빗댄 유머가 많고, 최근 들어 유럽의 골칫거리로 등장한 '극우
파' 에 대한 유머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전통적 메뉴인 '벨기에인 시리즈'에서는
이웃의 작은 나라 벨기에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은근한 멸시와 우월의식이 엿보인다.
- 정치인의 거짓말
정치가들을 싣고 가던 버스가 도로를 벗어나 농장의 큰 나무에 부딪쳤다. 근처에 사
는 늙은 농부가 사고현장으로 달려가 큰 웅덩이를 파고는 부상당한 정치가들을 모두
묻어버렸다. 며칠 뒤, 부서진 버스를 발견한 경찰이 농부에게 물었다.
"타고 있던 정치가들은 모두 어디에 있습니까?"
"다 묻어버렸죠."
"생존자가 하나도 없었단 말입니까?"
"몇몇 사람들은 자기가 죽지 않았다거 말을 했습니다만."
"그런데도 땅에 파묻었단 말입니까?"
"하지만..."
농부가 말했다.
"정치인들이 얼마나 거짓말을 잘하는지는 당신도 잘 알잖아요?"
- 돌대가리 극우파
한 청년이 술집에 들어서면 말했다.
"난 아이큐가 180이야."
그러자 다른 청년이 말했다.
"난 179야."
둘은 같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핵분열에 대한 열띤 토론을 시작했다.
또 한 청년 하나가 "난 139야" 라고 말했고, 그들은 함께 문학에 대한 토론을 시작했
다.
잠시 후, 한 청년이 들어와 소리쳤다.
"난 아이큐가 3이야."
그러자 드른 청년이 대답했다.
"난 2야."
그 둘도 자리를 잡고 토론을 시작했다. 그들의 대화 첫 마디.
"너도 국민전선(프랑스 극우정당) 소속이지?"
- 나치의 후예
두 소년이 나치의 강제수용소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난 수용소에 대한 농담을 좋아하지 않다. 할아버지가 거기서 돌아가셨거든."
"저런 가스실에서 돌아가셨구나."
"아니."
소년이 말했다.
"감시탑에서 떨어지셨어."
- 벨기에인 시리즈 1
벨기에인들은 파리에 여행을 오면 어떻게든 국적을 감추려고 한다. 프랑스인들이 자
기들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어를 할 때 벨기에식 억양이 드러나기
때문에 좀처럼 숨기기가 힘들다.
파리에만 오면 번번이 무시를 당했던 벨기에 청년 한 명이 이번에는 여행에 앞서 치
밀한 준비를 했다. 어학원에 다니면서 자기의 벨기에식 억양을 완벽하게 교정한 것이
다. 과연 여행 첫날에는 아무도 자기의 국적을 눈치채는 사람이 없었다. 이튿날, 그는
호텔근처의 간판을 보고 어딘가로 들어가서 표준억양으로 똑똑하게 말했다.
"바게뜨 하나랑 크루아상 아나 주세요."
그러자 점원이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이 멍청한 벨기에 놈아!"
놀란 청년이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점원의 대답.
"멍청한 놈. 여긴 빵집이 아니라 은행이야."
- 벨기에인 시리즈 2
파리에 놀러온 벨기에인 한 명이 허겁지겁 경찰서로 뛰어들었다.
"누가 내 차를 훔쳐갔어요. 그것도 내가 빤히 보는 앞에서요."
"차를 훔친 도둑의 얼굴을 봤나요? 인상착의는?"
"경황이 없어서 못봤어요."
벨기에인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놈이 차를 훔쳐갈 때 차 번호는 몰래 메모해 뒀죠."
- 벨기에인 시리즈 3
남 프랑스의 해변에서 벨기에 청년 한 명이 플레이보이인 프랑스인 친구에게 여자
꼬시는 법을 물었다.
"간단하지. 내가 하는 걸 잘 봐."
프랑스 청년은 한 예쁜 아가씨가 지나가는 걸 보고 다가가서 수작을 걸었다.
"아가씨, 1에서 9까지의 숫자 중 좋아하는 걸 하나만 대보세요."
아가씨가 7이라고 대답했고, 청년이 말했다.
"부라보! 당신은 오늘 저와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행운에 당첨되었습니다. 8시에 모
시러 가죠."
그리고는 벨기에 청년에게 "봤지? 이대로만 하면 돼." 라고 속삭였다. 한참 뒤, 또 한
아가씨가 지나가자 벨기에 청년이 다가갔다.
"아가씨, 1에서 9까지의 숫자 중 좋아하는 걸 하나만 대보세요."
"3요."
"아이구, 쯧쯧..."
벨기에 청년이 혀를 차며 말했다.
"아깝네요. 7이라고 했으면 저녁식사에 당첨되었을 텐데."
5. 독일의 유머
독일인과 유머
독일인들은 유머를 별로 즐기기 않는다. 특히 직장에서는 농담을 자제하는 풍토가 유
난히 강하다. 이런 현상은 지위가 높을수록 뚜렷해서 기업이나 사회의 고위층들은 주요
한 자리일수록 딱딱한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런 남다른 진지함 때문에 외국인
이 자기들에게 유머를 구사하면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독일에도 섹스에 대한 유머가 있지만 프랑스와는 달리 그들은 외설적인 주제를 많이
담는다. 특히 항문에 대한 유머가 많은데 어떤 심리학자는 이에 대해 "어린 시절에 지
나치게 엄격한 용변법 교육을 받은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설명한다. 프랑스의 발랄
하고 산뜻한 유머에 비해 독일유머는 대체로 지루하고 단조로운 편이다.
유럽의 선진국들 중에서 유독 독일인들이 유머에 소질이 없다는 것은 예전부터 정평
이 나 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 스탕달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독일에서 한 달간 쓰이는 위트와 유머의 양보다 파리에서 하루 저녁에 오가는 양이
훨씬 더 많다."
독일식 정치유머, '콜 시리즈'
독일에서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콜 시리즈'가 크게 유행했다. 유머에 등
장하는 헬무트 콜은 '독일 통일의 아버지'라는 별명과는 달리 어리숙하고 인기도 없는
삼류 정치인이다. 다음은 그 중의 일부다.
- 납치된 콜
콜 총리가 인질범들에 의해 납치됐다. 범인들은 몸값으로 1백만 마르크를 요구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돈 안 주면 그냥 확 풀어줘버릴 거야."
- 연방정부의 값어치
한 늙은 부인이 은행에서 예금계좌를 개설하며 1천 마르크를 입금했다. 부인이 은행
원에게 물었다.
"내 돈을 당신들에게 맡기면 안전할까요?"
"물론이죠."
"하지만 이 은행이 파산하면 어떡하죠?"
"그럼 주 중앙은행이 책임질 겁니다."
"주 중앙은행도 파산하면요?"
"연방은행이 책임을 지죠."
"만일 연방은행마저 파산한다면요?"
"그럼 연방정부가 당연히 물러나지요. 하지만..."
은행원이 말했다.
"그건 사실 1천 마르크 이상의 값어치를 충분히 할 겁니다."
- 콜의 첫 질문
콜의 뉴욕 방문을 앞두고 참모진들은 그에게 노련한 미국의 기자들을 조심하라고 거
듭 당부했다. 콜은 우쭐대며 아무 걱정 말라고 대답했다. 뉴욕의 공항에 콜이 도착하자
마자 기자들이 그를 에워쌌다. 한 기자의 질문.
"뉴욕 체류중 스트립 바에 가보실 예정입니까?"
콜이 다소 의외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여기에도 스트립 바가 있습니까?"
다음날, 콜은 호텔방에서 조간신문을 집어들었다. 1면에 실린 머릿기사의 제목은 다
음과 같았다.
"뉴욕 도착 후 콜이 던진 첫 질문 : 여기도 스트립 바가 있나요?"
- 콜과 수류탄
콜이 사저의 정원을 손질하다 말고 큰 소리로 부인을 불렀다.
"빨리 와 봐, 여보. 뭔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구."
부인이 가서 보니 작은 구멍 속에 수류탄 세 개가 들어 있었다. 콜 부부는 궁리 끝에
경찰에 신고하기로 하고 수류탄을 차에 실었다. 운전하는 콜에게 부인이 물었다.
"여보, 만일 가는 도중에 수류탄 하나가 터지면 어떡하죠?"
잠시 생각에 잠겼던 콜이 대답했다.
"걱정 마. 경찰한테 두 개를 주웠다고 말하지 뭐."
6. 러시아의 유머
러시아인과 유머
러시아인들에게 유머는 단순한 농담이 아닌 일종의 정치적 행위에 속한다. 페레스트
로이카 이전의 구체제에서 유머는 그들에게 허용된 거의 유일한 '저항'이었고, 이는 옐
친 시대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극심한 경제난과 정치적 제한 속에서 유머는 그나마 러
시아인들의 고통을 달래주는 진통제 역할을 한다.
그들은 자기들의 유머감각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다. 조사에서 러시아인들이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고 대답한 사람들은 겨우 8%뿐이었다. 하지만 유머를 저항과 자위수단
으로 삼는 그들에게 능력이나 감각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이 책의 1장에서
도 밝혔듯이, 러시아는 현재 세계에서 '블랙 유머'가 가장 많이 유통되는 나라로 꼽힌
다.
유머로 달래는 정치적 불만
러시아 유머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옐친과 '신러시아인(러시아의 신흥 갑부들)'
에 대한 풍자다. 그 속에는 개혁실패에 대한 불만, 그리고 극도의 빈부격차 속에서 사
치와 향락으로 소일하는 부자들에 대한 불만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그 중의 일부를 소
개한다.
- 옐친의 현장지도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농촌의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시골로 내려갔다. 길에서
마주친 농민에게 그가 물었다.
"이렇게 어려운 때에 어떻게 지내십니까?"
"엉망이죠. 물건값이 너무 터무니없이 올랐어요. 어쩝니까.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먹
고 살아야죠."
"그렇다면 지푸라기를 먹고 살 것을 제안합니다."
그러자 농부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말했다.
"이봐요, 옐친 동무. 그렇다면 난 음메하고 울지도 모르겠군요."
"무슨 소리."
옐츤이 당치도 않다는 듯 대답했다.
"난 지난 겨울 내내 꿀을 먹었지만 윙윙거린 적은 한 번도 없었소."
- 로켓 기어
신러시아인 한 명이 자동차 매장에 들렀다. 매장 측은 1년간 품질은 보증한다고 약속
했고, 신러시아인은 메르세데스 벤츠 600을 현금으로 구입했다. 그런데 차를 몰고 나간
지 20분 만에 그가 되돌아와서 변속기가 고장났다고 투덜거렸고, 매장측은 차를 바꿔주
었다.
그런데 30분 뒤 그가 또다시 변속기가 고장났다며 돌아왔고, 새로 몰고 나간 차 역시
1시간 뒤에 같은 이유로 되돌아왔다. 그러자 매장 지배인이 말했다.
"새 차를 드리죠. 대신 하룻동안 우리 기술자와 함께 타는 조건입니다."
"좋아요."
그는 기술자를 옆에 태우고 핸들을 잡았다. 차는 점점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1단, 2
단, 3단, 4단, 5단... 신러시아인은 이어서 기어를 'R'의 위치에 놓으면서 큰 소리로 외쳤
다.
"로켓 속도로!"
- 사오정 옐친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직후인 '98년 8월 28일. 옐친은 러시아를 방문중인 불
가리아의 페타르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러시아의 일간지인 <러시아 투데이>는 이에
때맞춰 공동기자 회견을 열었다.
옐친 : 안녕하십니까, 기자 여러분. 저는 여러분이 나와 내 좋은 친구 페타르
에게 많은 질문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자1 : 사임할 생각이 없으십니까?
옐친 : 불가리아와 러시아는 오랫동안 좋은 친구였고 밀접한 관계였습니다.
그렇죠. 페타르? (페타르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기자1 : 당신의 권력을 두마(러시아 하원)에 이양할 생각은 없습니까?
옐친 : (웃으며) 물론 두 나라 사이엔 여러 차례 분쟁이 있었지만, 저와 페타
르는 그것을 해결하며 양국관계의 진정한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합니 다.
그렇죠, 페타르?
기자2 : 당신은 왜 체르노미르딘 총리에게 확신을 갖고 있습니까? 그가 금융
위기를 해결할 수 있습니까?
옐친 : 아시다시피 불가리아는 총 110,910 평방미터의 면적이며 미국의 테네
시주보다 조금 큽니다.
기자2 : (벌떡 일어서면) 옐친, 당신은 루블의 희생을 위해 무엇을 할 것입니
까?
옐친 : 불가리아 기후는 온화하다니깐요.
기자1 : (악을 쓰며) 옐친! 우린 불가리아에는 관심이 없어요.
옐친 : (페타르의 어깨를 두드리며) 우린 불가리아에 관심이 있소. 우리가 829
만 988명의 불가리아인에게 관심이 없다면 이 어려운 시기에 왜 페타
르를 만났겠소?
기자1 : 맞아요, 맞아! 우리의 관심은 그거요. 이 어려운 시기! 거기에 대해
좀 더 얘기해 주시오.
옐친 : 물론 지금은 쉬운 때가 아니오. 불가리아는 공기오염이나 산림벌채 같
은 환경적 어려움들이 많지요.
옐친의 대변인 :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 질문 없습니까?
7. 중국의 유머
중국인과 유머
중국은 우리와 비슷한 동양적 전통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노인과 젊은이, 남자와 여
자 사이, 부모와 자식 사이에 엄격한 구분이 존재하고 있고 체면이나 형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고방식도 여전하다. 따라서 유머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만 유통될 뿐이고 국
민 전체적으로 보면 농담이나 유머에는 별로 적극적이지 않은 편이다.
덩샤오핑 이후 개방정책이 급속도로 추진되면서 요즘엔 중국에도 서구화의 물결이
많이 밀려들었다. 거기엔 긍정적인 요소뿐 아니라 빈부격차와 부정부패, 매매춘 등의
부정적인 요소도 함께 존재한다. 당연히 유머에도 그런 상황들이 반영되고 있지만 남에
게 치부를 드러내기 싫어하는 중국인들의 특성 때문에 외국인들과는 그런 농담을 절대
주고받지 않는다. 또 문화혁명이나 섹스, 인권, 대만문제 등도 민감하게 받아들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유머에 스민 '만만디' 정신
중국의 유머에는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풍자와 서구화의 부작용- 물신주의, 배금주
의 등- 을 꼬집는 내용들이 많다. 특징적인 것은 유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유난히
느긋하다는 것이다. 중국인 특유의 '만만디'사고가 유머에도 배어 있는 것일까. 다음은
중국의 풍자유머들이다.
- 리핑의 귓속말
클린턴과 옐친과 리펑 총리가 길을 가다가 개 한 마리를 만났다. 개가 길을 가로막고
마구 짖어대자 먼저 클린턴이 나섰다.
"내가 달러를 듬뿍 줄 테니 진정하렴."
그러나 개는 여전히 짖어댔고 이번에는 옐친이 나섰다.
"그만두지 않으면 당장 잡아서 가둬버릴 테다."
개는 더 흥분해서 미친 듯 으르렁거렸다. 그런데 리펑이 다가가서 넌지시 귓속말을
건네자 개는 그만 꼬리를 내리고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클린턴과 옐친이 귓속말의
내용을 묻자 리펑이 별일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냥...앞길이 바로 사회주의로 통하는 길이라고 했지."
- 장쩌민과 당나귀
장쩌민이 국가주석을 맡고 얼마 되지 않을 무렵 그와 리펑, 주룽지가 덩샤오핑과 함
께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당나귀 한 마리가 길을 막고 버티고 있었
다. 리펑이 당나귀에게 다가가 말했다.
"당나귀야, 지금 차에 위대한 영도자이신 덩샤오핑 동지가 타고 계신다. 저 분의 시
간은 금쪽과 같으니 당장 길을 비켜라."
그러나 당나귀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주룽지가 나섰다.
"당장 비키지 않으면 공안부장을 시켜서 혼을 내줄 테다."
그래도 비키지 않던 당나귀는 잠시 후 장쩌민이 조용히 몇 마디 건네자 급히 일어나
길을 열어주었다. 궁금해진 덩샤오핑이 뭐라고 말했는지 묻자 장쩌민이 공손히 대답했
다.
"비키지 않으면 널 국가주석으로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 장쩌민과 낙하산
장쩌민과 옐친과 클린턴이 함께 탄 비행기가 고장으로 추락의 위기에 처했다. 다급해
진 세 사람이 탈출을 시도하는데 낙하산이 두 개밖에 보이질 않았다.
클린턴이 말했다.
"미국 대통령이 죽으면 세계는 혼란에 빠질 거야. 난 꼭 탈출해야돼."
옐친이 말했다.
"나도 도탄에 빠진 러시아 경제를 살릴 의무가 있어."
그러자 장쩌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두사람 먼저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라고 말했다.
의외의 반응에 놀란 두 사람이 당신은 어떡하겠느냐고 묻자 장쩌민이 여유있게 말했다.
"13억 중국인민을 층층으로 쌓아 나를 받치게 하면 아마 이 비행기보다 높이 쌓일
걸."
- 금붕어의 미덕
금붕어를 무척 좋아하는 은행장이 있었다. 틈만 나면 금붕어들이든 수족관 앞에서 넋
을 잃는 은행장에게 한 고객이 물었다.
"그렇게 금붕어만 쳐다보면 업무에 지장이 생기지 않습니까?"
그러자 은행장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금붕어들은 부지런히 입을 놀리면서도 내게 돈을 한 푼도 요구하지 않는 유일한 친
구들이올시다."
8. 브라질의 유머
브라질인과 유머
브라질인들은 대부분의 남미인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낙천적이며 열정적이다. 삼바의
이미지에 걸맞게 춤추고 노래하기를 좋아하며 낯선 이웃과도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습
성을 지니고 있다. 이들의 성격은 '농담과 비형식과 친밀감'으로 요약되는데, 그런 유쾌
한 태도는 외국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외국인들은 중남미 국가들의 높은 인플레율과 정치적 후진성 때문에 그들의 삶이 우
울하리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들의 표정이나 행동은 사회실정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쾌활한 편이다. 브라질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격의없는 농담과 유
머를 즐기며 유머감각도 상당히 갖추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정치와 축구, 가족생활 등
을 소재로 유머를 던지면 첫 만남에서도 쉽게 친해질수 있다.
발상이 돋보이는 유연한 '삼바' 유머
브라질의 풍자유머는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고 신
랄하다. 다른 유머들 역시 발상이나 기법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에 손색이 없다. 그들의
유머는 변화의 폭이 넓고 유연하다는 점에서 부드러운 삼바의 율동을 연상시킨다.
- 정의의 심판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한 정치가가 판결 결과를 알려줄 변호사의 전화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전화벨이 울렸고 그가 물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마침내 정의로운 심판이 내려졌습니다."
"음...알겠소. 그럼 당장 항소합시다."
- 유명한 정치가
파티석상에서 유명한 정치인을 만난 사람이 인사를 나누며 말했다.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당신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정치인이 자신있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아무도 증거는 대지 못했을걸요."
- 정치 경력
정치인을 인터뷰하러 간 기자가 물었다.
"언제부터 정치를 시작하셨죠?"
"초등학교 시절부터입니다."
"예? 그렇게 일찍부터요?"
"하루는 아버지가 날 부르더니 '앞으로 시험에서 90점 이상을 받으면 그때마다 천 레
알을 주마'라고 말씀하셨지요. 난 즉시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서 '선생님, 가끔씩 5백 레
알을 벌고 싶지 않으 십니까?' 라고 제안했습니다."
- 30년과 28년의 차이
죄수 두명이 같은 방을 쓰도록 배정받았다.
"자넨 몇 년이나 받았나?"
"30년. 자네는?"
"난 28년을 받았지."
"그럼 자네가 문 쪽의 침대를 쓰도록 하게. 나보다 먼저 나갈 테니까."
- 로마병정과 CF
못 공장을 경영하는 포르투갈 사람이 TV광고를 제작하기 위해 광고회사와 계약을
했다. 1주일 뒤 광고회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곧 방송에 광고가 나온다는 내용이
었다.
그가 TV를 켜자 예수가 골고다 언덕에 십자가를 지고 올라가는 장면이 나왔다. 이
어서 로마병정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더니 카메라를 쳐다보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
다.
"00표 못으로 박아두면 절대 도망 못칩니다."
기겁을 한 사장은 광고회사에 전화를 해서 누굴 망하게 하려느냐고 호통을 쳤다. 담
당자는 즉시 다른 광고로 대체하겠다고 약속했고, 1주일 뒤 새로 제작한 광고가 방송에
나온다는 연락이 왔다. TV를 켜자 화면에는 황량한 골고다 언덕을 배경으로 아무도
없는 빈 십자가가 보였다. 잠시 후, 로마병정이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00표 못으로 박았더라면 도망을 못 쳤을 텐데..."
- 선교사와 표범
아프리카 오지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선교사가 표범을 만났다. 모숨을 걸고 도망쳤지
만 결국 막다른 길에 몰린 선교사는 무릎을 꿇고 하늘을 우러러보며 간절히 기도를 올
렸다.
"하나님, 이 표범이 기독교인으로 변하게 해주십시오."
잠시 후 표범이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말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오늘도 제게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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