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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되고 싶다 소록도는 아름다운 섬이다. 그러나 소록도를 그냥 단순히 아름다운 섬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소록도의 겉만 살펴본 넋두리에 불과하다. 우리 나라 고홍반도 최남단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사슴의 섬' 소록도는 사실 겉으로만 보아도 아름다운 섬임에도 틀림이 없다. 오솔길을 따라 섬 전체를 한바퀴 휘돌아 보면, 소나무 숲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바다는 보는 이의 마음을 한없이 맑고 시원하게 해준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끊임없이 반짝이는 햇살 너머로 무슨 산 그림자처럼 안개에 싸여 아련하게 떠오르는 남해의 작은 섬들은 아름답다 못해 하느님이 그린 그림 같다. 그러나 소록도가 아름다운 것은 그런 자연경관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소록도에 사는 사람들 때문이다, 소록도 국립 병원에서 일하는 젊은 간호사들, 나.. 2020. 5. 15.
친구를 사랑한 개 저는 에스키모의 개입니다. 북극의 에스키모인들과 함께 사는 개이지요. 에스키모인들은 원래의 교통 수단으로 흰곰의 가죽으로 만든 눈썰매를 이용하는데. 그 눈썰매를 제가 끕니다. 가슴과 등허리에 씌운 가죽끈을 마치 한국 여성의 코고무신처럼 생긴 썰매에다 길게 연결하여 신나게 북극의 얼음판 위를 달립니다. 물론 저 혼자 끄는 게 아니지요. 썰매가 작고 탄 사람이 한두 명일 땐 두세 마리가 끌지만 보통 10여 마리가 함께 끕니다. 북극의 태양 아래 길게 그림자를 이루며 빙원을 달리는 우리 모습은 일대 장관이랍니다. 그런데 어느 해부터인가 저는 병이 들었답니다. 이제는 기운이 없어 조금만 달려도 숨이 차고 마냥 주저앉고 싶어진답니다. 그 누구보다도 가슴근육이 발달하고, 그 누구보다도 빨리 달려 주인의 사랑을 독차.. 2020. 5. 15.
두 눈을 가린 스승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동맹휴학을 일으켰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다소 체벌을 심하게 한 생활 지도 교사를 해직시키라고 요구했다. 학교측에서는 학생들의 그런 부당한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면서 주동 학생들을 징계하려고 하였다. 그러자 수업을 거부하고 운동장에 모여 있던 학생들이 우르르 교무실로 들이닥쳤다. 개중에는 손에 몽둥이를 들고 있는 학생들도 더러 있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기세에 놀라 얼른 자리를 피했다. 급히 학교 뒷산으로 달아나는 교사가 있는가 하면, 어느새 교문 밖으로 내뺀 교사들도 있었다. 그런데 유독 김철후라는 나이 많은 한 교사만은 학생들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교무실에 않아 있었다. "네 이놈들! 밖으로 썩 나가지 못해? 학생들이 교무실에 와서 난동을 부려도 되는 거야. .. 2020. 5. 15.
고슴도치의 첫사랑 밝은 대낮에 산책하기를 좋아하는 고슴도치가 있었다. 고슴도치들은 야행성이라서 주로 낮에는 나무뿌리 밑의 구멍이나 바위틈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슬슬 돌아다니는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친구들이 다 잠든 낮이면 혼자 일어나 숲 속을 산책했다. 그리고 친구들이 기지개를 켜고 슬슬 활동을 시작하는 밤이면 혼자 잠을 잤다. 친구들은 그런 그를 비웃었다. "너 네 자신을 좀 알아야 해. 넌 고슴도치야. 고슴도치는 고슴도치답게 살아야 하는 거여." "아냐, 난 밤은 싫어. 맑은 바람이 불고 햇님이 있고, 햇살이 눈부신 밝은 대낮이 좋아." "밤에는 달빛이 있어. 별도 빛나고." "아냐. 난 어둠침침한 밤은 정말 싫어." 그는 친구들의 말에는 조금도 귀기울이지 않고 해만 뜨면 일어나 숲 속을 산책했다. 그런 어.. 2020. 5. 15.
도적과 농부 한 시골 농부가 봄날 아침부터 산기슭 밭에서 김을 매고 있었다. 농부가 사는 곳은 워낙 깊은 산골이라 하루 종일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었다. 그런데 농부가 김을 맨 지 한 식경쯤 되자 어떤 사내 하나가 급히 말을 타고 지나가다가 밭가에 보자기 하나를 떨어뜨렸다. "여보시오! 보자기를 떨어뜨렸소!" 농부는 얼른 보자기를 주워 들고 소리쳤다. 그러나 사내는 이미 산모퉁이를 돌아간 뒤였다. 농부는 보자기가 너무 무거워 속에 무엇이 들었냐 하고 슬며시 보자기를 풀어 보았다. 그 속엔 큼직한 금덩어리 하나가 들어 있었다. 농부는 깜짝 놀라 다시 보자기를 싸서 처음 있던 자리에다 갖다 놓았다. 하루해는 금방이었다. 어느덧 해는 기울기 시작했다. 서산에 저녁노을이 붉게 깔릴 무렵, 보자기를 떨어뜨렸던 사내가 급히 말.. 2020. 5. 15.
더러운 소원 길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고깃간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 자기 집에 손님을 끌어들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한 집에서 좋은 고기를 주면 다른 집에서는 그보다 더 좋은 고기를 주고, 한 집에서 값을 내리면 다른 집에서는 그보다 더 값을 내렸다. 자연히 둘 사이가 좋을 리 없었다. 어느 쪽이든 한 쪽이 장사가 잘 안 되면 서로 다른 한 쪽 때문에 장사가 잘 안된다고 원망했다. 또 장사가 잘 되어도 다른 한 쪽 때문에 더 잘 될 장사가 그 정도밖에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늘 상대방 때문에 서로 장사가 잘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자기 집장사가 잘 되려면 무엇보다도 경쟁자가 망해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그래서 서로 다른 집 고깃간을 망하게 해 달라고 신령님께 빌었다. 하루는 신령님이 한 고.. 2020.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