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에 사는 큰 꽃게 한 마리가 작은 꽃게 한 마리가 바닷가 모래밭 위로
올라왔다. 바닷가 모래 속이 너무나 춥고 답답해서 바다 구경도 좀 하고 햇빛도 좀
쐬고 싶어서였다.
"밖으로 나온 일은 정말 잘한 일이야. 아이 시원해."
"저길 좀 봐, 아이들이 발가벗고 파도를 타고 놀잖아. 아, 정말 멋있어."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감탄의 소리를 내질렀다. 그런데 그때 작은 꽃게가 밖으로
나올 때 만든 자기의 모래 구멍을 보고 큰 꽃게한테 말했다.
"큰 꽃게야, 참 이상하다. 내가 만든 구멍은 이렇게 작은데 네가 만든 구멍은 왜
그렇게 크니?"
그러자 큰 꽃게가 말했다.
"아, 그건 내 몸이 크기 때문이야. 네 구멍이 작은 것은 네 몸이 작기 때문이고.
우리는 우리 몸에 맞추어서 구멍을 파야 돼."
작은 꽃게는 큰 꽃게의 그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도 큰 꽃게처럼 큰 구멍을
파고 싶었다. 마음만 먹으면 큰 꽃게보다 더 큰 구멍을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날 밤, 작은 꽃게는 큰 꽃게 몰래 다시 바닷가로 나와 구멍을 파기 시작했다.
발가락과 집게 다리를 열심히 놀려 자기 몸보다 몇 배나 되는 큰 모래 구멍을 팠다.
파도가 밀려와 기껏 파 놓은 구멍을 무너뜨려도 실망하지 않고 다시 또 큰 구멍을 파
놓았다. '이만하면 큰 꽃게가 판 구멍보다 몇 배나 더 클 거야. 나도 이제 큰
꽃게가 부럽지 않아.' 작은 꽃게는 그런 생각을 하며 그제서야 만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작은 꽃게의 더듬이를 따갑게 찌르는 한 불빛이 있었다.
"야 찾았다! 여기 있어!"
아이들의 목소리가 발자국 소리와 함께 한꺼번에 들려 왔다.
작은 꽃게는 덜컥 겁이 났다. 얼른 자기가 파 놓은 모래 구멍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작은 꽃게는 구멍이 너무 커서 자기의 몸을 다 숨기지 못하고 전깃불을 든 한
아이의 손에 붙들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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