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운명애 우리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삶은 우주에 흔적을 남긴다. 한 사람의 탄생은 사회라는 공간 속으로 물결을 일으킨다. 그 탄생은 부모, 짝, 친척, 친구에게 영향을 미친다. 성장하는 과정 에서 우리가 하는 행동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미세한 파문을 불러일으킨다. 그중에는 의도 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의도하지 않은 것이다. 소비자가 내리는 결정은 경제에 작은 변화 를 낳고 정치적 결정은 국가의 앞날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사람의 따뜻한 행동 하나, 비열 한 행동 하나는 그가 속한 공동체가 얼마나 인간적인 얼굴을 하고 있는가에 영향을 끼친다. 자기목적성이 뚜렷한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의식에서 무질서를 크게 줄인다. 많이 가지려 하고 자기 영토를 넓히는 데 혈안이 된 사람은 사회 전반을 무질서하게 만든다. 자신보다.. 2020. 5. 12. 8. 자기목적성을 가진 사람 다른 조건들이 동일하다면, 복잡한 몰입 활동으로 가득 찬 삶은 수동적 오락에만 몰두하 는 삶보다 가치 있는 삶이다. 한 여성은 일이 자기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이렇게 설명 한다. "내가 하는 일에 완전히 빨려 들어가서 그것을 즐기는 동안은 다른 걸 하고 싶은 생 각이 눈곱만큼도 들지 않는다.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은 성공하기 어렵지 않을까." 아니면 미국 남부인의 심리적 역학 구조를 이해하는 데 심혈을 바쳐온 역사학자 반 우드워드의 말 을 들어보자. 흥미롭지 않은가. 그것은 내 만족의 원천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일을 이루어내 는 것. 그런 의식이랄까 의욕이 없으면 인생은 무료하고 허망할 것 같다. 난 그런 식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다. 가치 있다고 느낄 만한 일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노는 것만.. 2020. 5. 12. 7. 삶의 패턴을 바꾼다 몇 해 전 나는 여든세 살의 할아버지로부터 지금껏 독자한테서 받은 글 중 가장 감동적인 편지를 받았다. 1차대전이 끝난 뒤 그분은 야전포병으로 남반구에 머물고 있었다. 군인들은 포가를 말로 끌어 운반했는데 작전이 끝나면 말을 타고 폴로 게임을 즐겼다. 그분은 폴로 게임을 하면서 맛보았던 짜릿한 기쁨을 그때까지 한 번도 느낀 적이 없었고, 그 뒤로도 그 런 희열은 다시 맛보지 못했던 모양이다. 노인은 폴로가 아니면 그런 황홀경을 다시 맛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뒤의 육십 년의 세월은 이렇다 할 사건 없이 무미건조하게 흘러갔 다. 그러다가 얼마전 내가 쓴 이라는 책을 읽고 청년 시절에 자신이 맛보았던 희열 을 폴로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던 모양이다. 그후로 그분은 재미있을 거라고 생.. 2020. 5. 12. 6. 인간 관계와 삶의 질 살아가면서 무엇이 나를 가장 기쁘게 만들고 가장 우울하게 만드는가를 생각할 때, 십중 팔구 우리는 타인을 떠올릴 것이다. 연인이나 배우자는 나의 감정을 붕 띄워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짜증과 울적함을 주기도 한다. 아이는 축복이지만 동시에 골칫거리다. 상사가 던 지는 말 한마디에 우리는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한다. 우리가 평상시에 하는 행동 중에서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남들과의 교제다. 몰입 경험을 하다가 다음 순간에 냉담, 불안, 이완, 권태가 찾아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인간 관계가 우리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잘 아는 임상심리학자들은 타인과의 유쾌한 만남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심리요법을 발전시켰다. 행복이 인간 관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타인으로부터 얻는 피드.. 2020. 5. 12. 5. 여가는 기회이며 동시에 함정 지금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하나는 남는 시간을 현명하게 쓰는 법을 터득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하면 고개를 갸웃거릴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금세기 중엽 이래로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1958년에 정신의학 진흥을 위한 모임은 연례 보 고서를 매듭지으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대다수 미국인에게 여가는 위험천만하 다." 그런가 하면 미국이 문명으로서 성공하느냐의 여부는 미국인이 자유 시간을 어떻게 사 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 사람도 있었다. 왜 그런 암울한 경고가 나오는 것일까? 여 가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라는 물음에 답하기 전에 우선은 여가가 평범한 사람에 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피는 것이 좋을 듯하다. 여가의 총체적 영향력은 개개인이 한 경험을 .. 2020. 5. 12. 4. 일의 역설 사람은 살아가면서 쓸 수 있는 시간 중 삼 분의 일을 일하며 보낸다. 일은 우리에게 퍽 묘한 경험을 안긴다. 가장 강렬하고 만족스러운 순간을 일에서 경험하고 자부심과 자기 정체성 또한 그것에서 얻는 경우가 많지만, 그런 일을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피하려고 드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나온 조사에서 미국 남성의 84퍼센트와 미국 여성의 77퍼센트는 부모로부터 유산을 많이 물려받아 굳이 일할 필요가 없다 하더라도 계속 일하겠노라고 응답하였다. 그런가 하면 누차에 걸쳐 조사된 ESM의 집계에서, 일하고 있는 동안 설문지에다 지금의 감정 상태를 기재하라는 연락을 받은 응답자들은 "다른 걸 했으면 좋겠다"에 동그라미를 치는 비율이 하루 중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이 모순된 태도는 두 사람.. 2020. 5. 12.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