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3.일과 감정 삶의 질은 칠십여 년 동안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그 일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 사람이 저마다 하는 행동은 경험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우울한 일만 하면서 평생을 보낸 사람이 인생을 행복하게 살았을 리 만무하다. 하나의 행동에는 바람직한 특성과 바람직하지 못한 특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 가령 식사를 할 때 우리는 보통 때보다 바람직한 감정을 쉽게 느낀다. 하루 동안에 사람이 느끼는 행복지수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가운데가 불룩 솟아오르는데, 그때가 바로 점심 시간이다. 하지만 식사 중에는 정신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편이므로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행동이 마음에 미치는 효과는 단선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모든 활동과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음식을 먹으면 기.. 2020. 5. 12.
2. 경험의 내용 앞에서 보았듯이, 사람은 자신의 정력을 대부분 생산, 유지, 여가 활동에 쏟는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일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일이라면 질색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노는 걸 좋아하지만 어떤 사람은 일이 없으면 좀이 쑤셔서 견디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는 우리가 하는 일과도 관계가 있지만, 그보다는 자기가 하는 일을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경험의 내용과 더 관계가 깊다. 사랑, 부끄러움, 고마움, 행복을 정말로 느끼는지 판가름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이라는 점에서 감정은 의식의 주관적 요소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감정은 의식을 가장 객관적으로 담아내기도 한다. 사랑에 빠질 때, 수치심을 느낄 때, 겁을 먹을 때, 행복에 겨울 때 우리를 강타하는 '실감'은, 우.. 2020. 5. 12.
1. 일상의 구조 참다운 삶을 바라는 사람은 주저 말고 나서라. 싫으면 그뿐이지만, 그럼 묘자리나 보러 다니든가. -오든 오든의 시는 이 책의 핵심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지금 이 순간과, 언젠가 불가피하게 맞이할 임종의 순간 사이에서, 살아가는 길을 택하든가 죽어가는 길을 택하든가 둘 중의 하나일 뿐이다.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제대로 공급되는 한 삶은 끊어지지 않지만, 여기서 오든이 말하는 삶은 노력 없이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런 삶을 방해하는 힘은 사방에 널려 있다. 자칫 마음을 놓았다가는 거기에 놀아나기 십상이다. 생물은 몸에 박힌 유전 물질을 본능적으로 어떻게 해서든 퍼뜨리려고 애쓴다. 문화는 인간이라는 생명체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과 제도를 널리 전파하려고 한다. .. 2020.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