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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 모음/몰입

7. 삶의 패턴을 바꾼다

by FraisGout 2020. 5. 12.

몇 해 전 나는 여든세 살의 할아버지로부터 지금껏 독자한테서 받은 글 중 가장 감동적인 
편지를 받았다. 1차대전이 끝난 뒤 그분은 야전포병으로 남반구에 머물고 있었다.  군인들은 
포가를 말로 끌어 운반했는데 작전이  끝나면 말을 타고 폴로 게임을  즐겼다. 그분은 폴로 
게임을 하면서 맛보았던 짜릿한 기쁨을 그때까지 한 번도 느낀  적이 없었고, 그 뒤로도 그
런 희열은 다시 맛보지 못했던  모양이다. 노인은 폴로가 아니면 그런  황홀경을 다시 맛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뒤의 육십 년의 세월은 이렇다  할 사건 없이 무미건조하게 흘러갔
다. 그러다가 얼마전 내가 쓴 <몰입>이라는 책을 읽고  청년 시절에 자신이 맛보았던 희열
을 폴로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던 모양이다. 그후로 그분은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만 했지 막상 결행한 적이 없는 일에 차츰  손을 대기 시작했다. 정원을 가꾼다
거나 음악 감상을 한다거나 하면서 수없이 많은 활동을 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청춘의 열정
이 되살아났다.
  여든 줄로 접어든 노인이 지루한 삶을 더 이상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
을 깨달은 것은 물론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육십 년이라는 금쪽 같은 시간을 허송세월
로 보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 못할 사실이다. 자신의 정력을 잘만 활용하면 누구보다도 알
찬 경험을 할 수 있는데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 점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 미국 인구의 
15퍼센트가 살아가면서 단 한 번도 몰입 경험을 한 적이 없다는 통계가 정확하다면 무려 몇
천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가치로운 삶으로 이어지는 길을 스스로 차단하고 있다는 소리가 
된다.
  물론 사람들이 몰입 경험을 아주 드물게밖에 못하거나 아예 못하는 데는 수긍이 갈 만한 
이유가 있다. 부모에게서 받은 학대,  가난, 그 밖의 수많은 외적  요인들이 있어 한 사람이 
일상 생활에서 즐거움을 맛보기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장벽들을 보란 듯이 극복한 예
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사례들은 모름지기 삶의  질이란 것은 외부 상황이 결정
한다는 믿음을 고수하기 어렵게 만든다. 몰입 경험에 관하여 쓴  내 글에 대해 가장 거세게 
이의를 제기한 사람들은 바로 자신들이 학대를  받으면서 자라났다고 주장하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내가 토로한 생각과는 달리,  학대를 받고 자란 아이도 어른이  되어 얼마든지 보람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나에게 납득시키려고 애썼다.
  그런 사례들은 너무 많아 일일이 소개하기가 힘들 정도인데 나에게 가장 큰 감동을 준 것
은 안토니오 그람시의 일화다. 잘 알려진 대로 인간적  사회주의를 부르짖은 그람시는 금세
기 유럽 사회사상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고 레닌주의와 스탈린주의의 궁극적 소멸에서도  커
다란 공헌을 한 사상가다. 1891년 이탈리아 본토에서도 멀리  떨어진 사르디니아 섬의 빈한
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람시는 척추  장애로 어린 시절을 줄곧 병마와  싸우며 보내야 했다. 
아버지가 무고죄로 형무소에 갇히는 신세가 되어 가족을 부양할 수 없게 되면서 그의 가족
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람시의 삼촌은 조카의 굽은 등을  고쳐주겠노라며 가족이 살고 있
던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의 서까래에다  그람시의 발목을 묶어 매달곤  했지만 헛수고였다. 
그람시의 어머니는 언제 아들의 숨이 끊어질지 몰라 장례 준비에 걸리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자는 생각으로 매일 밤 좋은 양복 한 벌과 양초 두 자루를 경대에 넣어두곤 했다. 이런 
사실들을 감안한다면 그람시의 성격이 증오와 원한으로 똘똘 뭉쳐 비뚤어지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람시는 탁월한 문필가와 이론가로 성장하여 억압받는 사람들을 
돕는 데 일생을 바쳤다. 그는 이탈리아 공산당의 발기인  가운데 한 사람이었지만 인본주의
적 가치관을 버리고 편의주의나 당의 독단적 결정을 받아들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무솔리
니에 의해 중세의 감옥에 쓸쓸히 유폐된  상황에서도 그람시는 밝고 희망에 넘치는  편지와 
에세이를 줄기차게 썼다. 외부 요인들은 하나같이 그람시의 삶을 비틀지 못해 안달이었지만 
그는 불굴의 노력으로 지성과 감성의 성숙한 조화를 이루어 후세인에게 값진 유산으로 물려
주었다.
  내가 조사를 통해 알아낸 또 하나의 사례는 라이너스 폴링의 생애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
에서 태어난 폴링은 아홉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많은 고생을 겪었다. 폴링은 독서광
에다 광물, 식물, 곤충 등을 수집하는 등 탐구심이 남달리 뛰어난 소년이었지만 대학 진학은 
꿈도 꿀 수 없는 형편이었다. 다행히 친구의 부모가 발벗고 나서서 폴링을 대학에 등록시켰
다. 폴링은 칼테크에서  장학금을 받았고  연구에 매진한 결과  1954년에는 노벨  화학상을, 
1962년에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대학 시절을 이렇게 회상하고 있다.

    나는 희한한 일들을 하면서 푼돈을 벌었다. 학교에서 내가 얻은 아르바이트는 비산소다  
  가 가득 든 통 안에  막대기를 집어넣었다가 잔디밭에 찔러넣어 민들레를  죽이는 일이었   
  다. 매일같이 장작을 패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일과였는데 이미 톱질이 된 나무를 여학  
  생 기숙사의 화덕에 집어넣을 수 있는 크기로 가지런히 자르는 일이었다. 일주일에 두 번  
  은 쇠고기를 스테이크나 로스용으로 신물이 나도록 썰어야  했으며, 매일 널찍한 구내 식  
  당을 걸레질하는 것도 나의 몫이었다. 그러다가  2학년 막바지에는 도로 포장기사가 되어  
  남부 오리건 산악 지대에 아스팔트를 깔았다.

  라이너스 폴링의 대단한 점은 아흔 살의 고령에도 어린아이와 같은 열정과 호기심을 간직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하는 모든 행동, 그가 하는 모든 말에서 생기가 느껴진다. 폴링은 
가난한 환경에서 고생을 밥 먹듯이 하며  자랐지만 누구보다도 삶의 기쁨을 제대로  체득한 
사람이었다. 거기에 특별한 비결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다만  본인 말대로 "그저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일만 해왔을 따름"이었다.
  혹자는 그런 태도를 무책임하다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자기 입맛에 당시는  일만 골라서 
하는 태도야말로 방종에 다름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폴링과  비슷한 자세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아무리  어렵고 사소한 일일지라도, 그리고  설사 강요된 일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흔쾌히 맡아서 처리한다는 사실이다. 다만 그들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만은 
죽기보다 싫어한다. 그들의 삶이 나나 여러분의 삶보다 객관적으로  보아 낫다고 말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삶에 대한 강한 열정이 그들로 하여금 몰입  경험을 그만큼 자주 하게 한다
는 건 분명하다.
  최근 들어 사람은 천성적으로  낙천적 기질, 비관적 기질을  타고나며 그것을 인위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해 봐야 소용없다는 주장을 펴는 글이 많이 나오고 있다. 낙천적 성향을 가진 
사람은 어지간한 불행이 닥쳐도 낙관적 태도를 잃지 않는 반면에 비관적 성향을 가진 사람
은 행운이 닥쳐와도 즐거움은 잠시뿐, 그 순간이 지나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 본래의 침울
한 성격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람이 자신의 삶의 질을 바
꾸려고 애쓰는 모든 노력은 헛수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정론에 치우친 이 시나리오는 
행복으로 종종 오해되어 받아들여지곤 하는 쾌활함을 행복의 척도로  삼을 때만 옳다. 쾌활
함은 한 사람의 성격에서 상당히 안정되게 나타나는 특성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만일 우리
가 몰입 경험에서 맛볼 수 있는, 밖으로 두드러지지 않는 내면의 즐거움을 진정한 행복이라
고 말한다면 사정은 전혀 달라진다.
  오랜 기간 ESM으로 청소년들을 추적 조사해 온 조엘  헥트너는 청소년들이 일주일에 몰
입 경험을 몇 번이나 하는지를 이 년의 시차를 두고 조사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응답 청소
년의 60퍼센트는 이 년 전이나 후나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이 년 전에 몰입 경험이 많았던 
청소년은 이 년 뒤에도 역시 많았고 이 년 전에 적었던 청소년은  이 년 뒤에도 적었다. 그
러나 나머지 40퍼센트는 이 년  동안에 커다란 변화를 겪어서, 절반은  몰입 경험의 빈도가 
확 줄어들었다고 말했다(이때의 몰입 경험은 난이도가 높고 고도의 실력을 요구하는 일에서 
맛볼 수 있는 것으로 기준을 정했다). 전보다 몰입 경험을 하는 빈도가 크게 늘어난 청소년
들은 공부를 더 많이 하고 수동적 여가에 시간을 조금  투자했으며, 몰입 경험의 빈도가 줄
어든 청소년들보다 집중력, 자부심, 희열, 적극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이 년 전만 하
더라도 두 집단은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말이다. 몰입 경험이 늘어난 청소년들이 줄어든 청
소년들보다 "행복하다"는 응답을 더 많이  하지는 않았다는 사실 또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다른 경험에서 워낙 현격한 차이가 나타나므로 몰입 경험의 빈도가 낮은 집단
이 보고하는 행복은 상대적으로 얄팍하고  진정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결론지어도  무방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몰입할 가능성이 더 많은 활동들에  정신력을 투자함으로써 삶의 질
을 현실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 사람의 삶에서 직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중하므로 사람은 직장 생활에서 당연히 즐거
움을 얻고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보수가 많고 안정성이 높
다면 아무리 지겨운 일을 하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러한 자세는 깨어 
있는 시간의 40퍼센트 가까이를 차지하는 소중한 시간을 방기하는  태도다. 우리가 직장 생
활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옆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므로 결국 
그 책임은 스스로 떠맡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직장일을 고역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작용한다. 
첫째는 하나마나한 일을 한다는 불만이다.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못하고 사실은 해를 끼칠 
가능성이 더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이다. 일부 공무원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세일즈맨들, 
심지어는 과학자들 중에서도 가령 군수 산업이나 담배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먹
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을 심리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이만저만 마음 고생하는 것이 아니다. 
둘째는 지겨운 일을 밥 먹듯이 되풀이해야 한다는 데서 느끼는 불만이다. 참신함 맛도 없고 
도전 의욕을 불러일으키지도 않는 일을 하다 보면 응당 가질  법한 생각이다. 몇 해만 지나
면 그런 일은 눈을 감고서도 할 수 있게 되고 성장한다는 느낌보다는 정체하고 퇴보한다는 
불안감이 싹트게 된다. 셋째는 직장일리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는 점이다. 특히 상사가  너
무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자신이 하는 일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으면 그 스트레스는 감당하
기 어려운 수준으로 올라간다. 일반인의 상식과는 달리 사람이  자기 일에서 만족을 얻느냐 
못 얻느냐를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보수나 안정성보다는 바로 이 세 가지  요인
이다.
  선뜻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힘겨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은 결국 우리에게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덧없고 지루하며 스트레스 덩어리로 받아들여진다고 해서 가족을, 사회를, 
역사를 욕할 수는 없다. 물론 우리가 하는 일이 무의미하며 심지어는 남에게 실제로 피해를 
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많지 않다. 하지만 가
장 현명한 길은 설령 경제적으로 아주  힘든 처지에 봉착하더라도 한시바삐 지금까지  해온 
일을 그만두는 것이다. 인생을 길게 보면, 물질적으로는 편해도 마음은 편치 못한 일을 하는 
것보다는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백번 낫고 또  의당 그래야 옳다. 그런 결
정을 내리기란 참으로 힘들며 자신에게 무서우리만큼 정직해야 한다. 나치의 유대인 말살책
을 지휘한 아돌프 아이히만과 그 충실한 이행자들의 심리 구조에 대해 한나 아렌트가 설파
한 것처럼, 수많은 사람을 죽인 냉혈한도 "나는 여기서 주어진 일을 할 뿐"이라는 변명으로 
심리적 부담감에서 간단하게 벗어난다.
  심리학자 앤 콜비와 윌리엄 데이먼은 자신이 하는 일을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분투했던 
사람들, '정상적' 생활을 포기하고 다른 이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데 자신의 삶을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런 사람의 하나가 바로 수지 발데스다.  그녀
는 서부 해안 지역에서 보수도 낮고 판에 박힌 서비스직에 근무하면서 앞으로는 나아지리라
는 아무런 기대도 없이 이 직장 저 직장을 떠돌고  있었다. 그러던 중 멕시코를 여행하다가 
시우다드후아레스 근교에서 쓰레기 언덕을 보았다.  그곳에서는 집 없는 아이들  수백 명이 
쓰레기를 뒤지며 연명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자기보다 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고 자기에게는 이 아이들에게 더 나은 삶의 길을 제시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쓰레기 속에다 구호소를 짓고 학교와 진료소가지 세운 발데스는 쓰
레기터의 여왕'으로 존경을 받았다.
  이처럼 극적인 변신에 성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기가 하는 일을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진심에서 우러나와 손님을 맞는 슈퍼마켓 직원, 특정한 증세보다는  환
자의 전체 건강 상태에 관심을 기울이는 의사, 센세이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진실이라는 
믿음으로 기사를 쓰는 기자, 이런 사람들은 티끌만한 결과밖에는 낳지 못하는 틀에 박힌 일
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힘을 몰고 온다. 전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대부분의 
직업은 반복적이고 일차원적인 활동으로 바뀌었다. 기껏 한다는 일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슈
퍼마켓 진열대에 물건을 쌓거나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라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활동이 이루어지는 전체 맥락을  늘 염두에 두고 자신의 행동이  전체에 미칠 영향을 
이해한다면, 아무리 사소한 직업이라도 세상을 전보다 살 만한 곳으로 탈바꿈시키는 인상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다른 연구자들처럼 나도 자기 일을 묵묵히  하면서 주변의 무질서를 줄이는 데  이바지한 
직장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웃음 띤 얼굴로 와이퍼를 갈아주면서 그런 사소한 친절에 
대해서는 돈을 받을 수 없다며 한사코 나의 사례를 거부한 주유소 직원, 집을 사고 몇 년이 
흘렀어도 도움의 손길을 거두지 않았던 부동산중개인, 다른 직원들이  모두 공항을 떠난 다
음에고 끝까지 남아 손님이 분실한 지갑을 찾으려고 애쓰던  승무원... 이 모든 사례에서 직
무의 가치가 크게 올라간 것은 근무자가 자기 일에 남들보다 더 정성을 쏟아부어 거기서 남
다른 의미를 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직업에서 얻는 의미는 공짜로 굴러 들어오
는 것이 아니다. 이런 예들이  보여주듯이 직무 수칙에 규정된 수준  이상으로 생각을 하고 
배려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관심도 자연히 높아지기 마련이며 이러한 관심이야
말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값진 자산이다.
  변화도 없고 긴장되지도 않는 일을 호기심과 성취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일로 바꾸
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의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도 원하는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별도
로 정성을 쏟아부어야 한다. 노력하지 않으면 지겨운 일은 계속 지겨운 일로 남기 마련이다. 
어느 한구석도 소홀히 하지 않는 성실함으로 직무에 임하면서, 이런 조치는 과연  필요한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 정말로 필요한  일이라면 더 잘,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할 수는 
없는가, 어떤 조치를 곁들여야 내가 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더  가치가 생길 수 있는가를 묻
고 또 물어야 한다. 우리는 보통 불필요한 구석을 없앰으로써 일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무엇
인지를 생각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러나 그것은 근시안적 전략이다. 같은  정력을 
일을 더 잘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데 쏟아붓는다면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도 커질 테고 직장
에서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가장 중요한 발견들도 사실은 과학자들이 진부한 절차에 관심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설명
이 필요한 새롭고 예외적인 현상에 주목한 데서 나온 것이 적잖다. 빌헬름 뢴트겐이 방사선
을 발견한 것은 어떤 사진의 네거티브 필름이 빛을 쪼이지 않았는데도 마치 빛에 노출된 듯
한 흔적을 보인다는 사실에 주목한  결과였다.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은 
세척을 하지 않은 지저분한 그릇에서 박테리아 배양균의 농도가 떨어진다는 점에 착안한 결
과였다. 로절린 얄로가 방사면역분석시험법을 발견한 것도 당뇨병 환자가 일반 환자보다 인
슐린을 흡수하는 속도가 낮다고 하는 예상  밖의 관찰 결과에 집중적으로 파고든  덕분이었
다. 이 모든 예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누군가가 상황이 요구하는 수준 이상으로 관
심을 기울이면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 우리의 삶을 뒤바꾸는 중대한 발견으로 바뀐다는 사실
이다. 과학에는 이런 사례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만약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  들어가면
서 "이런, 물이 탕 밖으로 또 넘쳤네, 마누라한테 잔소리깨나 듣겠군"  그저 이런 생각만 하
고 말았다면 인류는 부력의 원리를 발견하기 위하여 몇백 년이라는 세월을 더 기다려야 했
을지도 모른다. 로절린 얄로는 자신의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무슨 일이 터지면, 바로 이거구
나 하는 느낌이 온다"고 술회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 같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이 
워낙 흐트러져 있어서 무슨 일이 터져도 그 사건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넘어
간다.
  사소한 변화에 주목하면 위대한 발견을 낳을 수 있는 것처럼, 조금만 태도를 바꾸면 지긋
지긋하고 넌더리나던 일이 빨리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날 정도로 기다려지는 환상적 활동으로 
변모한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명확
히 이해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지금의 방식이 업무에 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
는 수동적 자세에서 탈피해야 한다. 셋째, 대안을 모색하면서 더 좋은 방법이 나타날 때까지 
실험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직장인들이 더 힘든 자리로 승진하는 것은 그들이 이전의 
직책에서 이런 단계를 충실히 밟았기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설령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
이 없다 하더라도 자신의 정력을 이런 식으로 활용하는 사람은 직장일에서 더욱 만족을 느
낄 것이다.
  나는 시청각 구조를 조립하는 공장의 생산 라인에서 현장 조사를 하다가 지금도 잊지 못
하는 생생한 사례를 목격하였다. 생산 라인에 있던 직원들은 대부분 마지못해 일을 했고 자
신들은 이런 하찮은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내 눈에 띈 사람
이 리코였다. 리코는 업무에 임하는 태도가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달랐다. 그는 자기가  맡은 
일이 아주 어려운 것이며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한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알고 보
니 빈말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지겨운 일을  하면서도 리코는 대가라는 평가를 
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효율성과 정밀성을 구현하기 위해 전력 투구했다. 그가 서 있는 
자리로 하루에 사백 대 가량의 무비카메라가 지나가는데 43초 동안에 무비카메라 한 대의음
향 시스템이 규격에 맞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여러 해 동안 이런저런 도구를 
써보고 작업 순서를 바꿔가면서 부지런히 실험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리코는 한 대의 카메
라를 점검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28초로 줄일 수 있었다.  그는 올림픽에 출전한 육상 선
수가 여러 해 동안 피나는 연습을 한 끝에 사백 미터에서 마의 44초 벽을 돌파했을  때처럼 
자기의 성취에 대해서 너무나 자랑스러워했다. 기록을 깨뜨렸다고 해서 누가 리코한테 메달
을 준 것도 아니었고, 생산 라인은 여전히 옛날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으므로 공장 전
체의 생산성이 올라간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자기의  실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는 데
서 더없는 희열을 맛보고 있었다. "멀뚱멀뚱 TV만 쳐다보는 것보다야 백배 천배 기분 좋은 
일이다." 현재의 일로는 더 이상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고 판단한 리코는 전자공
학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야간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일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문제를 푸는 데 이런 식의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여러
분은 이제 수긍이 갈 것이다. 몰입 경험에는 스트레스가 암적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라는 말은 우리가 마음속으로 느끼는 갈등과  외부적 원인을 모두 가
리킨다. 이러한 모호성 탓에 외부에서 얻는 스트레스가 심적 곤란을 불가피하게 일으킨다고 
하는 그릇된 인식이 퍼졌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역시 객관과 주관의  일대일 대응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외적 스트레스(혼동을  피하는 뜻에서 '부담'이라고 부르는  게 좋겠다)가 
반드시 부정적 경험을 낳는다는 법은 없다. 보통 사람은  자신의 실력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겠다 싶은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는 게 사실이고,  그 불안에서 어떻게 해서든 벗
어나려고 애쓰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상황을 이해하고  자신의 실력을 이해하는 것은 
결국 주관적 평가의 차원이며 그러한 평가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
다.
  인생을 살다 보면 부담스러운 처지에 놓일 때가 많다.  직장 생활에서도 부담스러운 상황
을 맞이하긴 마찬가지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에 직면할  때도 있지만 주위의 턱없이 
높은 기대와 도저히 해결의 실마리가 안 보이는 난제들도  가슴을 짓누른다. 여기서 스트레
스를 느끼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맨 먼저 취해야 할 조치는 머리를 어지럽히는 각
종 요구들 속에서 우선 순위를  매기는 일이다. 책임 있는 지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을 구별하는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 일을  잘 하는 사람은 자기가 처
리해야 하는 사항을 메모로 조목조목 정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들은 메모를 보면서 남
에게 맡기거나 잊어버릴 일이 무엇이고 직접 처리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어떤 순
서로 처리해야 할지를 재빨리 결정한다. 때로는 이런 활동이 의식의 형태를 띠기도 한다. 모
든 의식이 그렇듯이 메모 행위도  자신이 상황을 잘 제어하고 있다는  심리적 위안을 준다. 
시티코프사의 총수인 존 리드는 매일 아침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데 시간을 쓴다. "나는 
메모광이다. 처리해야 할 일이 언제나 스무 가지는 된다. 시간이 오 분만 비어도 앉아서  내
가 신경 써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적어 내려간다."  반드시 이렇게 체계적으로 메모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억력이나 경험에 기대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그때그때의 직관에 따라 판
단을 내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일종의 질서를 만들어내기 위해 나름대로 전
략을 개발하는 일이다. 일단 우선 순위가 정해지면 어떤 사람은 쉬운 일부터 처리하고 어려
운 일은 나중으로 미루어놓는다. 그런가 하면 거꾸로 처리하는 사람도 있다. 어려운  일부터 
끝내놓으면 쉬운 일은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서다. 사람에 따라서 이 전략
이 들어맞기도 하고 저 전략이 들어맞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자기에게 어울리는 전략이 무
엇인지를 발견하는 일이다.
  머리에 떠오르는 이런저런 요구들 속에다 질서를 세우는 일은 스트레스를 방지하기  위한 
긴 여정의 출발점에 지나지 않는다. 그 다음은 처리해야 할  일의 성격과 자기 실력을 면밀
히 비교하는 단계로 들어간다. 아무래도 힘에 부치는 작업이 있게 마련이다. 그 일을 남에게 
맡길 수 있는가? 주어진 시간 안에 필요한  실력을 습득할 수 있는가? 누군가의 도움을 얻
을 수 있는가? 그 일을 단순하게 변형시키거나 쪼갤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하
나라도 답을 얻을 수 있으면 스트레스만 잔뜩 안겨줄 것으로 예상되었던 상황이 몰입 경험
으로 자연스럽게 탈바꿈된다. 하지만 달려오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에 놀라 얼어붙은 토끼
처럼 부담스러운 상황에 자꾸만 소극적으로  대처하면 그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 일처리에 
순서를 정하고 일을 끝내는 데 필요한 내용을 분석하며 해결 전략을 수립하는 데 좀더 관심
을 쏟아야 한다. 통제력을 잃지 않아야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다. 부담을 극복하는 데  필요
한 정신력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그것을 효과적으로 써먹을 줄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창조적인 사람들이 살아온 과정을 보면 자기가 원하는 쪽에 일을 맞추어 왔음을 알 수 있
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대체로 이미  깔려 있는 길을 밟은 것이  아니라 걸어가면서 스스로 
길을 만들어냈다. 화가들은 자기만의 독특한 화풍을  창조했고 작곡가들은 자기만의 악풍을 
개발했다. 창조적인 과학자들도 새로운 과학의 영역을 개발하여 후배 과학자들이 그 속에서 
활동할 수 있는 터전을 닦아놓았다. 방사선학자들은  뢴트겐 이후에야 등장하였으며 핵의학
자들도 얄로와 동료 연구자들이 선구적으로 그 분야를 개척한  뒤에야 나타났다. 헨리 포드 
같은 기업가가 처음으로 생산 라인을 만들기 전까지는 이 세상에는 자동차 조립공이란 직업
이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전혀 새로운 종류의  일을 선뜻 해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해진 작업 규정에  따라 일을 할 뿐이다. 하지만  아무리 단순한 일을 
하더라도 창조적인 사람들을 본받아 작업에 임하는  태도를 바꾸면 엄청난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스톡홀름 카롤린스카연구소의 한 연구 부서를 이끌고 있는 종양생물학자 게오르크 클라인
은 유능한 사람들이 자기 일에 어떻게 임하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클라인은 자기가 하는 
일을 아주 좋아하지만 질색으로 여기는 일이 딱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공항 대합실에서 줄
을 서는 일인데 국제회의에 자주 참석하기 때문에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또 하나 
그가 싫어하는 일은 정부 앞으로 연구비 지원 신청서를 작성하여 보내는 것이다. 이 두가지 
일에 어찌나 정력이 소진되었던지 나중에는  연구 작업에 불만이 쌓일  정도였다. 그렇지만 
둘 다 회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때 클라인의  머리를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이 있었
다. 이 두 가지 일을 하나로 결합시키면 어떨까?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연구비 지원 
신청서를 쓴다면 이 지겨운 일을 하는 데  들어가는 아까운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이 전략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그는 최고급 휴대용  녹음기를 구입한 다음 세관 앞
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연구비 지원 신청서에 들어갈 내용을 구술하기 시작했다. 객관
적으로 보면 처리해야 하는 일은 그대로지만 통제력을 발휘한 덕분에 클라인은 그것을 거의 
놀이의 경지로 승화시킬 수 있었다. 줄을 서는 시간에 최대한 많은 내용을 녹음하려고 애쓰
다 보니 이제는 도전 의욕까지 생겨나 지겹기만 하던 일에서 생기를 찾을 수 있었다.
  요즘은 비행기에 타면 노트북을 무릎에 올려놓고 열심히 두드리면서 숫자 계산을  하거나 
줄을 쳐가면서 논문을 읽고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은 게오르크 클라인처럼 일과 여
행을 결합시킴으로써 활기에 차 있는 것일까? 그것은 그들이 의무감에서 그렇게 하느냐 아
니면 시간을 줄이거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그런 전략을  채택했느냐에 달려 있다. 비행기 
안에서 일하다 보면 몰입 경험보다는 스트레스를 받기 십상이다. 의무감에서 일하는 것이라
면 차라리 창 밖의 구름을 보거나 잡지를 읽거나 옆자리에 앉은 승객과 담소를 나누는 편이 
낫다.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영역이 일  외에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남들과 
맺어야 하는 인간 관계다. 이 두 가지는 흔히 갈등을  빚기 마련이어서 일을 사랑하는 사람
은 가족과 친구를 소홀히 여기기 쉽고 거꾸로 정이 많은 사람은 일을 소홀히 하기 쉽다. 자
기가 하는 일 때문에 아내가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자주 가졌다고 술회하는 발명가  제이콥 
래비노의 발언은 일에 한 번쯤 몰두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
다.

    일을 하다가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나는  만사를 잊고 거기에 푹 빠져들어  혼자가   
  된다. 그때는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주위에 신경을 쓸  겨를이 도무  
  지 없다. 그럼 자연히 사람들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 만약 내가 발명가가 아니라 평범  
  한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었다면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았을 테고  식구들에게도 신경  
  을 많이 썼을 것이다. 자기 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그만큼 가정에 애착을 가지기 마  
  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말에는 상당한 진실이 숨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의 집중력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어서 일단 어떤 한 가지 목표에 주의를 빼앗기면 다른 곳에 관심을 돌릴 수가 없는  것이
다.
  그렇지만 이 두 차원 가운데 어느 하나를 무시하면서 행복을 누리기는 어렵다. 일과 결혼
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닌 사람들은 대체로 이 점을 수긍한다. 그래서 이해심이 많은 배우
자를 고르거나 시간 배분에 신경을 써서 운영의 묘를 살리려고 애쓴다. 라이너스 폴링은 자
신의 경험을 아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나는 행운아가 아니었나 싶다. 우리 집사람은 자기 
인생의 보람과 희열을 오로지 식구들, 그러니까 남편과 아이들한테서  얻을 수 있다고 여기
는 사람이었으니까. 아내의 깊은 배려 덕분에 나는 집안의 대소사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집
사람이 모든 문제를 도맡아 처리해 주었기 때문에 나는 연구에만 시간을 쏟아부을 수 있었
다." 하지만 폴링처럼 운이 좋은 사람은 드물고 특히 여성의 경우는 그런 행운을 누릴 가능
성이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좀더 현실성이 높은 방안은 일에서 얻는 보상과 인간 관계에서 얻는 보상의 의미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사람들은 입만 열었다 하면 자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이라고 말하지만 그런 마음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남자는  더더욱 
그렇다. 물론 결혼한 남자들은 가족을 위해 자기의 삶을 바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물
질적 차원에서 보면 그것은 어느  정도 타당한 이야기다. 하지만 냉장고에  가득 들어 있는 
식료품과 차고에 세워둔 두 대의 자동차가 화목한 가정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어느 집단
에서든 사람들을 결속시키는 힘은 대체로 두  가지다. 하나는 음식, 따뜻함, 신체적  보살핌, 
돈이 제공하는 물질적 에너지며,  다른 하나는 상대방의 목표에  관심을 기울여주는 정신적 
에너지다. 부모와 자식이 사고 방식, 정서, 활동, 기억, 꿈을 공유하지 못하면 그들의 관계는 
물질적 욕구의 충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간신히 유지된다. 그  경우 정신적 공감대는 원
시적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은 그 점을 직시하려고 하지 않는다.  물질적 욕구만 충족시키면 가
정은 저절로 굴러가기 마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외로 많은 듯하다. 비정하고 위험천
만한 세상에서 따사롭고 포근한 영원의 안식처가  바로 가정이라고 이들은 믿고 있는  것이
다. 그런데 사회 생활에서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40대 후반에서 50대의  남성들이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집을 나가거나 자녀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 당황하는 모습을 주위에서 심심
찮게 볼 수 있다. 나처럼 가족을 사랑한 사람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치지 않았던가 하며 그들은 억울해한다. 물론 하루에 몇 분 이상 대화
를 나눈 적이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산더미처럼 쌓인 일로 허덕거리
는 사람이 무슨 재주로 가정을 알뜰살뜰 보살핀단 말인가...
  흔히 우리는 사회 생활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엄청난 정력을 지속적으로 쏟아부어야  한다
고 생각한다. 반면에 가족 관계는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정신적 노력이 거의 필요하지 않다
고 여긴다. 배우자가 계속 뒷바라지해  줄 것이고 부모에 대한 아이들의  애정도 식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이란 원래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주 잘 돌아가는 기업도  조
금만 방심했다가는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사업가는 없다. 외적, 내적  조건들
이 수시로 변하고 있어서 기민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무질서로 나아가려는 흐
름은 고정 변수나 다름없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회사는 도산한다. 그렇지만 가정은  다
르다고 사람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다. 가정은 무질서가 뚫고  들어올 수 없는 철옹성이어서 
세태가 아무리 달라져도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통제라고 하는 외부의 끈과 종교적, 윤리적 일체감이라고  하는 내부의 끈이 살아 
움직여 가정을 묶어주었던 시절에는 그런 믿음을 가질 만도 했다. 이처럼 의무 관념으로 강
하게 결속된 상태에서는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끊임없이 절충과 타협을 하지 않
아도 되므로 정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백년해로를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자나깨나 노력한다는 건 웃기는  발상이었다. 그러나 
가정을 화목하게 꾸려나갈 의무가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에누리없이 요구되는 요즘  사회에
서는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이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가정이라는 틀을 유지하기 어렵다.
  새로운 형태의 가정은 구성원에게 본질적 보상을 안겨주지 못할 경우 급격히 허물어진다. 
가정에서 몰입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가족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그
렇지만 워낙 당연시되어 온 탓인지, 관습이라는 결속에 의존하는  낡은 유대를 버리고 즐거
움으로 인해 존속되는 새로운 유대로 탈바꿈시키는 요령을 배운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
다. 직장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부모는 가족과 같이 있으면서 특별한 노력 없이도 즐거
움과 편안함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오늘날 가족 관계에서 몰입 상태를 경험하기 위
해서는 가정이라는 울타리 밖에서 이루어지는 복잡한 활동에서처럼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캐나다 작가 로버트슨 데이비스는 오십사 년 동안 이어져온 자신의 결혼 생활이 만족스러
웠던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내 결혼 생활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셰익스피어였다. 숱한 인용과 농  
  담과 맞장구를 통해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었지만 셰익스피어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 우물  
  이었다. 부부 금실이 우리처럼 좋기도  어려운데 그 점에서 난 행운아였다고 볼  수 있다.   
  내 결혼 생활은 흥미진진한  모험이었고 그 모험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쉴 새   
  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결혼 생활에서 섹스보다 더 중요한 게 대화라고 확신한다.

  데이비스 부부의 경우 공동의 몰입 경험이 가능했던 것은 두 사람 모두 문학을 사랑했고 
문학에 대한 이해가 깊었기 때문이다. 꼭 셰익스피어일 필요는  없으며 그 자리에 얼마든지 
다른 것을 집어넣을 수 있다. 한  60대 부부는 같이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애정을  되살렸다. 
여행을 하면서, 정원을 가꾸면서, 개를 키우면서 애정을 새롭게 확인한 부부도 있다. 서로에
게 관심을 기울일 때, 혹은 같은 활동에 동참할 때  가정을 결속시키는 몰입의 경험도 그만
큼 자주 할 수 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체험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그런 값진 체험은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저절로 굴러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정성이다. 모성과 몰입 경
험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에서 마리아 앨리슨과 마거릿 칼라일 덩컨은 어머니가 육아에 정성
을 쏟음으로써 얻는 즐거움을 많은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한 어머니는 자기가 몰입에 
이르는 순간을 이렇게 묘사한다.

    딸아이와 함께 공부할 때, 그 아이가 뭔가 새로운 걸 발견했을 때. 딸아이가 혼자  힘으  
  로 새로운 쿠키 조리법을 알아냈을 때, 자기가  그린 그림이라며 나에게 자랑스럽게 내밀  
  때. 책을 무척 좋아하는 우리 애하고 책을 같이 읽을 때, 그애가 나한테 읽어주고 나도 그  
  애한테 읽어줄 때. 그 순간만큼은 세상 만사를 잊어버리고 내가 하는 일에 푹 빠져든다...

  부모로서 그런 단순한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서는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아이가 어디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 무슨 일에 빠져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일을  아이와 
같이 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같이 있는  시간이 정말로 즐겁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목표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모두가 공통의 목표에 정성을 쏟을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은 반드시 가족만이 아니라 다른  유형의 인간 관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내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업무 만족도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반면 아무도 나의 목표
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업무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가 된다. 
동료간에 암투가 벌어지고 상사나 부하 직원과 대화가 단절될  때 직장은 지옥으로 변한다. 
대인 관계에서 마찰이 생기는 것도 따지고 보면 너무 자기 중심적으로만 생각하고 다른 사
람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다른 사람에게 이득이 되도록 돕는 것이 사실은 
자기에게도 가장 득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인간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미국의 기업 문화는 냉정하고 경쟁심으로 똘똘 뭉쳐 있으며 에고가 강한 사람을 영웅으로 
떠받든다는 고정 관념이 널리 퍼져 있다. 불행하게도 그런 고정 관념을 뒤엎지 못하고 판에 
박힌 행동을 하는 기업인들이 있다. 하지만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자세가 반드시 성공을 가
져다 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많아 다소 안심이 된다.  사실 안정되어 있고 
원만하게 굴러가는 기업일수록 최고경영자들은 승진에  혈안이 된 사람을 오히려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최고 경영진에 그런 이기주의자들이 득시글거리는 회사는 결국 망한다는 사실
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십여 년 이상 승진만을 바라며 상급자의 눈에 들기 위해 죽도록 일해 온 간부직  사
원을 많이 만나보았는데 키스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다. 그는 일주일에 칠십여 시간을 일
했다. 꼭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는 걸 본인도 알고 있었지만 아무튼 회사일에 미쳐서 가정을 
돌보지 않았고 자신의 개인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시간을 전혀 확보하지 못하고 살아왔
다. 키스는 자신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서 모든 공로를 독차지하다시피 했다. 그 바람에 동
료나 부하 직원이 상대적으로 무능한 인간으로 윗사람에게 비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열과 성을 다 바쳤음에도 중요한 승진 고비에서는 번번이 밀려났다. 더 이상 
승진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키스는 다른 데서 보상을  얻기로 결심했다.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했고 취미를 가졌으며 지역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각박함에서 벗어나
면서 업무도 한결 여유 있게 처리할 수 있었고 이기심도 줄어들었으며 객관적인 눈으로 사
물을 바라보게 되었다. 실은 그것이야말로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행동이었다. 리더는 개인적 
이해 관계보다는 조직 전체의 안위를 더 중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마침내 상급
자가 그를 알아주기 시작했다. 키스는 야심을 버린 뒤 얼마 안 되어 고대하던 승진을  했다. 
이런 예는 주위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리더십을 갖추었다는 인식을 심어주려면 나만
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목표도 배려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직장처럼 동질적인 집단에서 이루어지는 인간 관계도 중요하지만 삶의 질은 직장  밖에서 
숱하게 이루어지는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그런 만남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려면 어느 정도 정성을 쏟아야 한다. 그래도 
자칫 잘못하면 무시당하거나 이용당하기 십상이다. 사회적  교제의 형태는 문화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친족 관계가 사회적 질서의 중심 축으로 자리잡은 사회에서는 시누이하고는 농담
을 할 수 있어도 시어머니와는 우스갯소리를 할 수 없다.  고대 중국처럼 위계 질서가 갖추
어진 전통 사회에서는 인사는 어떻게 하고 대화는 어떻게 나누어야 한다는 규정이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어서 사람들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데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
지 않고 의사 소통을 나눌 수 있었다. 미국인들은 유동성이  강한 민주적 사회에 걸맞게 스
스럼없이 대화하는 형식을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아프리카 부족  사회에도 원칙이 있는 것
처럼 허물없이 나누는 대화에서도 따라야 할 원칙이 있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언가를 얻으려면 지식이든 감정이든 새로운 것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쌍방이 대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그러자면 내키지  않더라도 자연히 정신적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대화에 정말로 몰입하는 순간이야말로 가장 드높은 존재가 된다.
  대화를 유익하게 나누는 비결은 따로 없다. 먼저 상대방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
다. 지금 이 순간 상대의 관심은 어디에 가 있는가?  무엇에 빠져 있는가? 무엇을 성취했고 
무엇을 앞으로 성취하려고 하는가? 이런 점들을 따져보고 따라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
되면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동원하여 상대방이 던지는 화제에  호응해야 한다. 대화의 주도
권을 쥐겠다고 나서서는 안 되며 같이 움직여야 한다.  좋은 대화는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재즈 연주와도 같다. 처음에는 원래 악보대로 연주하지만 점차  임의로 변주하면서 기가 막
힌 새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일과 인간 관계에서 몰입을 경험하는 사람은 삶의 질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특
별한 묘책도 없고 손쉬운 지름길도 없다. 자기한테 찾아온 기회를 함부로 내버리지 않고 잠
재력을 끝까지 살리려고 노력하면서 삶을 풍부한 경험으로 가득 채우려는 사람만이  드높은 
삶의 경지에 올라설 수 있다. 그러려면 나 자신의 성격을 어떻게 가다듬어야 할까? 바로 그
것이 다음 장의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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