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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모음/동서고전

춘향전

by Frais Feeling 2020. 4. 26.

<춘향전>
   작가 미상

 고전소설의 최대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춘향전은 단순한 러브 스토리를 넘어, 어두운 중세의 질곡을 뚫고나오려는 근대적 충동과 나아가
인간해방의 염원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격적 무시를 당하며 살아야 했던 춘향은 억눌린 민중의 대변자로, 엄격한 양반사회의 자기
폐쇄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이도령은 민중의 구원자로 변모한다.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해답을 찾는 우리에게 민족의
영원한 고전작품으로 남아있다.


     춘향전의 형성
 세익스피어의 <햄릿>이 영국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춘향전>이 한국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유사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
작품은 그 작자와 연대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고전소설로, 처음에는 판소리로 불리다가 소설로 정착된 판소리계 소설이다.
 이 작품은 영정도 시대에 생성되어 구전과 필사본으로 전해오다가 독자들의 요구가 증대하면서 목판본과 활자본으로 출간되었다.
이에 따라 그 내용이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면서 내용과 형식상에 다소 변모가 있었다. 이 작품은 소설뿐만 아니라,
판소리희곡오페라 등으로 개작, 상연되고 있어 우리에게는 친근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형성과정에 대한 학설은 다양하나, 대체로 몇 가지 근원설화와 전라도 남원 땅에 전해오는 전설을 소재로 한 판소리로 형성되어,
차츰 소설로 정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내용이 삽입되고, 한시시조가사속담 등 다양한 문학 양식이
수용되어 그 내용이 풍부해졌음은 물론이다.

     <춘향전>의 근원설화
 <남녀간의 사랑>은 동서고금을 통해 가장 사랑받는 문학의 소재다. 남녀가 서로 만나서 사랑을 나누다 본의 아니게 이별과 고난을 겪고,
후에 다시 감격적인 재회를 한다는 내용은 시대와 민족을 초월하여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춘향전>도 예외는 아니다.
 춘향전의 근원설화에 대해서는 학자들간의 견해 차이가 있다. 이 작품의 근원설화로는 여러 설화가 거론되지만, 여기서는 <열녀설화>
<신원설화>와 <암행어사 설화>의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도미설화
 고난 속에서도 끝까지 정절을 지켜낸 이야기인 열녀설화 중에서도 <삼국사기>에 실려 있는 도미의 아내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도미의 아내
설화는 소위 관탈민녀형 설화라는 점에서 춘향전의 중심적인 근원설화의 위치를 차지한다. 즉, 권력을 가진 자가 민간의 여인을 탈취하려는
행위와, 그에 맞서 고통을 당하면서도 정절을 지키는 여인의 의지가 갈등을 이루는 구조다.
 도미는 백제 사람으로 신분은 낮으나 의리를 알고 그의 아내 역시 아름답고 절개를 지켜온 부인이다. 백제의 개로왕은 이를 알고 도미의
아내를 차지하기 위해 도미를 잡아두고 신하를 왕으로 변장시켜 도미의 아내에게 보내 <<도미와의 내기에서 이겨 너를 궁녀로 삼게 되었으니
너는 내 것이다>>라고 속였다. 이에 도미의 아내는 몸종을 자기처럼 단장시켜 들여보내 왕의 일방적인 횡포에 맞섰다. 후에 자신이
기만당했음을 안 왕은 도미의 두 눈을 빼고 멀리 보낸 다음 도미의 아내를 다시 범하려 한다. 그러자 도미의 아내는 몸을 씻고 오겠다며
궁을 탈출한다. 그러나 강가에 이르러 더이상 갈 수가 없었다. 그러자 어디선가 조각배 한 척이 나타나 올라타니 천성도에 이르렀는데, 눈먼
도미가 거기서 살고 있었다. 극적으로 재회한 두 사람은 온갖 어려움 끝에 고구려 땅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살았다.
   신원설화
 신원설화란 원한을 풀어주는 내용의 설화를 말한다. 남원지방에 추하게 생긴 기생이 있었는데 너무나 박색이어서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어느 날 냇가에 빨래하러 나갔다가, 마침 말을 타고 건너는 사또의 아들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남몰래 사모하게 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것이 병이 되어 죽게 되었는데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얼굴이라도 한번 보기를 소원했으나, 끝내 그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 기생은 한을 품고 죽었고, 그후 남원 지방에는 가뭄이 들어 3년이나 비가 오지 않았다. 사또가 그 사정을 알고 그
기생의 혼을 달래주는 굿을 했더니 비가 왔다고 한다.
   암행어사 설화
 이 설화는 양반자제와 지방의 기생 사이에서 일어난 연애담으로서, <박문수 설화>와 <이시발 설화>등이 있다. 양반의 자제가 어떤 연유로
시골에 가서 어린 기생을 사귀다가 헤어지게 된다. 기생은 양반의 자제와 사귄 이후로 갖가지 어려움을 무릅쓰고 절개를 지킨다. 그러다가
암행어사가 되어 내려온 양반자제를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인데, <춘향전>의 전체 줄거리와 대체로 비슷하다.
 <춘향전>에는 이 세 가지 설화 외에도 많은 다른 국내외의 설화들이 수용되어 있으며, 그 양상은 이본에 따라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판소리계 소설과 <춘향전>
 <춘향전>은 <심청전> <흥부전>등과 함께 일명 판소리계 소설이라 한다. 판소리계 소설이란 판소리로 불려졌던 소설은 물론, 판소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소설을 아울러 부르는 명칭이다. <판소리>란 무대를 뜻하는 <판>과 <소리>의 합성어이다.
 무대판에 광대가 등장하여 재미있는 이야기를 <노래(창)>와 <말(아니리)>,<몸짓(벌람,너름새)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고수는 옆에서 북을
치면서 여흥을 고조시킨다. 일종의 한국판 오페라라 할 수 있다.
 숙종 말엽에 발생한 판소리는 원래 열두 마당이었으나, 고종 때 명창 신재효(1812--1884)에 의해서 여섯
마당(춘향가심청가박타령수궁가적벽가변강쇠가)으로 정리되었다. 그런데 오늘날 남아 있는 것은 다섯
마당이다. 주로 고대설화에서 소재를 취하여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므로 구비문학에 속한다. 이런 판소리가 기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므로
구비문학에 속한다. 이련 판소리가 기록문학으로 정착된 소설이 판소리계 소설이다.
 판소리계 소설은 평민계층의 발랄함과 진취성을 바탕에 깔고 전승되면서 끊임없이 재창작 및 개작되었고, 그들의 체험과 원망이
투영되었다. 판소리계 소설에서는 전대 소설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초경험적이고 관념적인 내용을 대폭 축소하고, 현실적인 경험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물론 그 표현에 있어서는 매우 조잡한 면도 있지만, 풍자해학 등의 수법을 풍부하게 구사하고 있다.
 따라서 소설의 독자가 양적계층적으로 확대되면서 군담소설의 인기를 판소리계 소설이 차지하게 되었고, 그 결과 소설사의 전환이
촉진되었다. 이 판소리계 소설은 판소리가 지닌 개방적 면모와 해학과 풍자를 기본으로 하는 평민계층의 문화적 역동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판소리계 소설의 특징은 주로 평민문학적이고 양반의 위선을 폭로하는 풍자문학적인 면이 강하다.

     인간해방을 위한 사랑의 대서사시
 이작품의 내용은 엄격한 사회제도 속에서 계층을 초월한 자유연애와 인간평등을 주장하여 당시의 사회제도에 반기를 든 서민층의 자각과
탐관오리의 부패상을 폭로하는 내용이다.
 숙종 때 전라도 남원에 사는 퇴기 월매는 춘향이라는 아름다운 딸을 낳는다. 춘향이 성장하니 자색이 절륜하고 시화에 능했다. 남원부사의
아들 이몽룡은 춘삼월을 맞이하여 방자를 데리고 광한루에서 시를 읊고 있다가, 춘향이 향단을 데리고 시냇가 버들숲에서 그네를 뛰는 것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날 밤 춘향의 집으로 찾아가 춘향과 백년해로의 가약을 맺는다. 두 청춘남녀는 이내 깊은 사랑에 빠지지만, 이
부사가 갑자기 서울로 영전하게 되어 이들은 굳은 약속을 하고 헤어지게 된다.
 남원부사로 새로 부임해온 변학도는 호색가여서 춘향이 절세미인이라는 말을 듣고 수청들기를 명하지만, 춘향은 죽기를 각오하고 이를
거절한다. 갖은 회유와 고문에도 춘향의 마음을 움직일수 없자 춘향을 옥에 가둔다.
 한편 서울에 올라간 이도령은 열심히 학업에 정진하여 문과에 급제하고, 전라도 지방의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으로 내려온다. 이몽룡은
춘향이 변학도의 수청을 거절하여 옥중에 갇혀 있다는 말을 듣고, 변학도의 생일잔치에서 거지 행색으로 찾아간다. 각 고을의 수령들이 모인
자리에서 어사출도를 단행하여 변학도를 파직시키고 춘향을 구출한다. 이도령은 춘향을 정실부인으로 맞아 백년해로한다.

     조선후기 인물들의 초상화
 <춘향전>의 주제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견해가 있다. 여인의 정절을 고취한 것으로 보기도 하고, 관리의 횡포에 대한 저항으로 보기도 하며,
남녀간의 사랑으로 보기도 한다.
 내용상 춘향과 이몽룡의 연애담이 중심이 되어 있고, 그 과정에서 춘향이 수청을 강요하는 변학도에 맞서 절개를 지킨다는 구성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춘향이 이도령과 결합을 이루려는 것은 신분적 제약을 극복하고 인간적 해방을 이루고자 하는 이면적 주제가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신분상승을 통한 인간해방>이 <춘향전>의 목적적 가치이자 작품의 이면적 주제라면, 열녀의식은 이를 달성키
위한 수단적 가치로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인물들의 성격을 살펴보면 주인공인 춘향은 여타 고전소설의 수동적인 인물들과는 달리 매우 강렬한 자의식의 소유자로, 주관이
뚜렷하고 이익사회 지향적인 성격으로 묘사되고 있다. 변학도가 주동적 인물인 춘향의 성취욕구에 대항하는 반동적 인물인 반면, 이몽룡은
구원자 혹은 보조자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춘향의 항거와 복종의 상반된 반응은 이 때문이다.
 또 월매나 방자 등의 성격에서 나타나듯이 세속적인 관심과 현실주의적인 세계관도 아울러 반영되고 있다. 관료사회의 부패가 심해지고
민중들의 시대적 각성이 왕성해지던 시기에 폭군적인 변학도에 맞서 수절의식을 표방하면서 신분상승을 성취해가는 춘향의 모습은 대다수
서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으며, 아울러 춘향을 통한 대리만족의 기쁨을 누리게 했다.
 이 작품은 일관성의 결여 및 논리의 상실 등 몇 가지 결함이 지적되고 있지만 우수한 서민 문학작품으로 평가된다. 그것은 첫째 서민들에게
친근한 소재를 취하고 있고, 둘째 서민사회의 예술양식인 설화와 판소리를 통해 전파되었으며, 셋째 서민사회의 꿈과 정서를 절실하게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반관료의 대표적인 소설인 <구운몽>과 대비되면서 향후에도 생명력을 유지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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