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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모음/어른동화

산밧드의 모험

by FraisGout 2020. 6. 21.

 옛날, 아라비아에 신밧드라는 부자상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신밧드는 오백
명의  상인을  배에 태우고 보물을 찾아 항해하던 중에 폭풍우를 만나 배가 
표류되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섬에 닿게 되었습니다. 간신히 목숨을 건
진 신밧드 일행은 일단 섬에 상륙했습니다.
 상륙한 지 얼마 안되어 열명정도의 미녀들이 나타나서 노래를 부르며 환영
해  주었습니다. 상인들도 근심도 잊고 배가 난파된 전후 사정을 털어 놓았
습니다.
  "우리는 보물을 찾아 배를 타고 가던 중 폭풍우를 만나 목숨만 겨우 건지
고  이 섬에 당도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뜻하지도 않게 어떤 보물이라도 아
름다운 그대들을 만나게 돼서 기쁘기만 합니다."
  여자들은 배가 부서져서 돌아갈 수 없게 된 일을 동정하면서 앞을 다투어 
상인들을 자기 집으로 안내했습니다. 그집에는 하얀 흙담이 둘러쳐져 있고, 
위엄있는  대문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여자들은 상인들이 집 안으로 들어서
자  문에다 자물쇠를 채웠습니다. 신밧드는 이런 행동을 수상하게 여겼으나 
으리으리한  저택에 마음을 빼앗기고 진수성찬에다 극진한 환대를 받고보니 
극락이라도  온 것 같은 기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보니 이 저
택 안에는 남자라고는 한 사람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럭저럭 지내는 동안에 상인들은 제각기 마음에 드는 여자를 아내로 맞아 
섬에서 살게 되었고, 신밧드도 유달리 아름다운 여자와 부부가 되어서 달콤
한 사랑에 도취되어 꿈같은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신밧드의 아내는 매일 낮잠을 자는 버릇이 있었는데, 잠에 골아 떨
어지기만 하면 지독하게 코를 골았습니다. 그게 마음에 걸려서 자는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꽃같이 아름다운 얼굴인데도 어쩐지 으스스하게 느껴졌
습니다.
  그래서  신밧드는 아내 몰래 집안을 돌아다니며 조사해 보았습니다. 다른 
여자들도,  또 남편들도 낮잠을 자고 있는 시각이라 몹시도 조용한 저택 어
딘가에서  코고는 소리와는 다른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소리나는 쪽
으로 가보니 자물쇠가 단단히 채워져 있고, 높은 담벼락이 들러쳐진 모퉁이
가  있었습니다.  담을 타고 기어올라 안을 들여다 보니 빨간 것, 하얀 것, 
잡아  먹혀서 머리만 남은 것, 헤아릴 수 없는 시체가 쌓여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사람도 섞여 있었는데, 그들이 신음소리를 내
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신밧드는  살아 있는 살마에게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습니
다.
 "나는 남인도사람입니다. 장사하러 배를 타고 가다가 폭풍우를 만나 이 섬
에 표류했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여자들이 깍듯하게 맞아 주었는데, 그녀
들에게  홀려서  결혼도 하고 함께 사는 동안에 아기도 낳았습니다. 그런데 
여자들이 낳은 아기는 모두 계집 아이였습니다. 이윽고 다음 배가 표류하여 
새로운 남자들이 나타나자 보시다시피 여자들은 우리를 먹이감으로 잡아 먹
었습니다.  이곳은  악마의 섬입니다. 아무튼 빨리 도망치십시오. 귀신들은 
낮에는 반드시 낮잠을 잡니다. 그 동안에 도망치면 됩니다."
 신밧드는 곧 다른 상인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여자들이 요란하게 코
를 골며 잠에 빠져 있는 사이에 앞장서서 해안까지 도망쳤습니다. 바닷가에 
도착하자 바다 저 멀리서 함선보다도 큰 백마가 헤엄쳐오고 있었습니다. 남
자들이  모두 백마를 타고 바다를 건너려고 하고 있는데, 잠에서 깬 여자들
이 해안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키가 삼미터가 넘는 마귀로 변
하여  무섭게  날뛰며 욕을 퍼부었습니다. 남자들 가운데 자기 아내가 둘도 
없이  좋은  여자였던 것을 생각하고 되돌아간 자가 있었습니다. 이 남자는 
그 순간 바다에 떨어지고 마귀들은 그를 서로 빼앗아 몸을 갈기갈기 찢어서 
먹어 치웠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아라비아에 돌아온 신밧드는 뒤탈이 두려워서 이 이상하고
도 무서운 일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년이 지난 어느 날,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신밧드의 아내
였던 마귀가 집에 나타난 것입니다. 보니까 전보다 더 한층 아름다워졌습니
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신밧드에게 말했습니다.
  "당신과  깊은 관계를 맺고 진정으로 사모하고 있었는데, 왜 나를 버리고 
도망쳤습니까? 우리나라에서는 가끔 그런 마귀가 나타나 사람을 잡아먹습니
다.  그래서 문제 자물쇠를 채우고 높은 흙담을 쌓아 마귀가 들어오지 못하
게  했는데,  모든 분이 야단스럽게 해번으로 도망쳐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귀신들이  눈치채고 뒤를 쫓아간 겁니다. 부디 저를 믿고 함께 돌아가 주세
요.  당신이 떠난 이후로는 그립고 슬퍼서 먹을 것도 목으로 넘어가질 않습
니다."
 그렇게 말하며 여자는 훌쩍훌쩍 울었습니다. 신밧드는 여자의 말을 진짜로 
받아들이기에  이르렀는데, 그래도 어딘지 모르게 믿음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슬퍼하며 탄식하는 모습에 비해서 여윈 구석이 없고, 눈부시리
만치 아름다운 것이 오히려 기분 나쁘게 느껴졌습니다. 신밧드는 별안간 칼
을 뽑아 여자를 찔러 죽이려고 했습니다. 여자는 사람 마음을 읽는 힘이 있
는지  재빨리 피하더니 원망하는 소리를 늘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왕 앞으로 
나아가 박정한 남편의 일을 호소했습니다.
  대신을 비롯하여 이 여자를 보고 그 아름다움에 마음을 뺏기지 않은 사람
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수많은 시녀는 말할 것도 없고, 왕비조차 돌덩이로 
보일 만큼 아름다운 미인이었습니다. 왕은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와 함께 살
려고 하지 않는 신밧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어, 궁전에 불러서 도대체 어
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이 여자는 마귀입니다. 인간이 함께 살 수 있는 여자가 아닙니다. 궁전에 
머물게 하면 반드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것입니다."
 신밧드는 대답을 마치자마자 부랴부랴 물러났습니다.
 "이상한 녀석이군. 좋아, 그렇다면 저 여자를 내 곁에 두기로 하지."
  여자의 미모에 현혹된 왕은 여자를 그대로 궁전에 살게 했습니다. 여자의 
아름다움은  비할 바 없고, 잠자리에 들면 몸에서 너무나 묘한 향기가 풍기
어  왕은 여자에게 홀딱 바졌습니다. 그 후로 이틀이고 사흘이고 방에 틀어
박힌 채 정사도 내팽개치고 여자만을 탐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신밧드는 새파랗게 질려 궁전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대로 있으면 무서운 일이 일어납니다. 한시라도 빨리 그 여자를 죽이지 
않으면 임금님의 목숨도 위태롭습니다."
 신밧드가 간곡하게 말을 했으나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왕은 보이지 않고 여자 혼자서 모습을 드러냈는데 눈빛은 
살기가  흘러넘치고 모습도 무지무시 했으며 입언저리는 온통 피투성이였습
니다.  여자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하늘로 날아 올라 구름 속으로 모습
을 감추어 버렸습니다. 사람들이 이변이 생긴 것을 알고 왕의 침소에 가 보
니,  발  아래로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왕의 몸은 마귀에게 먹혀 흔적도 
없었고, 방 안에는 왕의 목이 구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궁전은 대소동이 일어나고 사람들은 슬피 울었습니다. 다음 날 비명횡사한 
왕의  뒤를 이어 왕자가 국왕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젊은 왕은 신밧드를 블
러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신밧드는 마귀가 있는 섬 이야기를 자세히 아뢰
고, 자신에게 마귀들을 토벌하게 해달라고 여쭈었습니다. 그리고 칼을 가진 
무사 백명, 활과 화살을 가진 무사 백명, 배 한척을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겠는가?"
 젊은 왕은 걱정스럽게 물었지만 신밧드는 자신있게 대답했습니다.
  "충분합니다. 마귀라고 해도 한탄 여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제게 좋은 계
책이 있습니다."
  신밧드는 곧 군사를 인솔하여 배를 타고 마귀의 섬으로 향했습니다. 이윽
고 폭풍우를 만나 배는 목표한 섬에 표류했습니다. 섬에 도착하자 신밧드는 
우선 상인 옷을 입힌 병사 십여명만을 상륙시켰습니다. 그러자 전날처럼 아
름다운 여자들이 나타나서 노래를 부르며 남자들을 유혹해서 흙담으로 둘러
사인 저택에 데리고 들어가 잠자리에 들게 하고 기쁨을 만끽한 다음 낮잠을 
잤습니다.
 신밧드는 이 때를 노려 이백명의 군사를 이끌고 저택으로 뛰어들어가 잠에 
취한  여자들을  습격했습니다. 처음에는 연약한 여자의 모습으로 남자들을 
홀리려고  했지만, 신밧드가 큰소리로 꾸짖자 여자들은 갑자기 마귀의 모습
을  드러냈습니다.  키는 삼미터가 넘는 장신으로 커지고 쩍쩍 입을 벌리며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백명의 병사는 신밧드의 지시대로 
마귀의 다리를 두번 세번 잘라내고 키가 작아졌을 때 칼로 머리를 내리쳤습
니다.  하늘로  날아 도망치려는 마귀는 활로 쏘아 떨어뜨려 순식간에 모두 
죽여  버렸습니다. 저택은 불을 질러 완전히 태웠습니다. 이렇게 해서 무서
운 마귀의 섬은 아무도 살지않는 텅빈 나라가 되었습니다.
  신밧드는 개선하여 왕에게 마귀정벌의 전말을 보고드렸습니다. 왕은 매우 
기뻐하며  상으로 이 섬을 신밧드에게 하사했습니다. 그래서 신밧드는 이백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섬으로 이주했습니다.
 섬은 천연 과일이 넘치고, 온갖 꽃이 만발하고, 형형색색의 새가 날아다녀 
마치  극락과  같았습니다. 신밧드와 부하들은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냈습니
다.  다만 곤란한 것은 여자가 한명도 없어서 자손이 끊어지게 된다는 사실
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배가 섬에 찾아오면 배에 타고 있던 남자
는  한명도  남김없이 죽여버리고 여자들은 섬에 남게해서 아내로 맞았습니
다.
 그런 일이 되풀이하면서 신밧드의 자손들이 살아가는 동안에 이 섬은 어느 
새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지고, 몇 백년의 세월이 흐른 무렵의 일이었습
니다.
 신밧드라는 큰 상인이 오백명의 상인을 태우고 보물을 찾아 항해하던 도중 
태풍을 만나 옛날 마귀의 섬에 표류하였습니다. 남자들이 섬에 상륙하자 십
여명의 여자들이 나타나 노래를 부르고 집으로 끌어들여 환대를 해주었습니
다.  그런데 웬일인지 이 섬에는 남자는 한 사람도 없고 여자들 뿐이었습니
다.

 ? 교훈 - 세월이 흐르면 여자는 마귀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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