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의 사랑 깊은 바다 속 바위에 붙어 참문어와 풀문어가 서로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너무 사랑한 나머지 어부가 자기들을 잡아 올리는 줄도 알지 못했다. 그들이 엉킨 다리를 풀고 서로 몸을 떼었을 때에는 햇살이 눈부신 부둣가였다. "여기가 어디지?" "육지야." "왜 우리가 육지로 나오게 되었지?" "어부한테 잡힌 거야." "어머! 어떻하지?" "걱정하지마. 무슨 좋은 방법이 있을 거야." 참문어가 풀문어를 위로해 주었다. 어부는 곧 그들을 집으로 데리고 가 커다란 항아리 속에 집어넣었다. 우선 그들이 죽기를 기다렸다가 바람 잘 불고 햇볕 잘 드는 곳에서 말린 뒤, 겨울밤 술안주로 삼거나 제삿날 제상 위에 올려놓을 작정이었다. 항아리 속에 갇힌 참문어와 풀문어는 무서웠다. 순간 순간 몰려오는 죽음의 공포에 서.. 2020. 5. 14. 이전 1 ··· 8 9 10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