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 모음/어른동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by FraisGout 2020. 6. 22.

  옛날  어느 마을에 가난한 구두장수가 살고 있었습니다. 흉년이 계속되어 
덩달아  빵값이 치솟았지만 품삯이 쌌기 때문에 구두장수는 그날 먹을 음식
도  부족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입을 것도 제대로 살 수 없는 
비참한 형편이었습니다.
 방한용 외투도 한벌을 가지고 번갈이 가며 아내와 함께 입었는데, 그 외투
도 이젠 너무나 오래 이어서 너덜너덜해졌습니다. 이거스로는 겨울을 날 수 
없을  것같아 구두장수아내는 몰래 모아둔 비상금을 털고, 마을 사람들에게 
외상값을 거둬들여 새 외투를 만들 양가죽을 사기로 했습니다.
  구두장수는  마을에서 제일가는 바보에다가 술꾼이었습니다. 아내는 제발 
사람들과  가죽장사에게 속지 않도록 당부하고, 가죽을 손에 넣을 때까지는 
술을 마시지 말라고 주의시킨 후에 남편을 내보냈습니다.
  구두장수는 아내의 셔츠까지 빌려입고 낡은 외투를 걸치고 집에서 나왔습
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변명을 늘어 놓거나, 집에 있으면서도 없다고 쁥돌
리거나,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통에 외상값의 일부만을 겨우 받아냈습니
다. 가죽가게에 가서 흥정해 보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가죽장사는 외상은 줄 
수  없다며 거절했습니다. 구두장수는 단념하고서 추위도 잊을겸 한잔 걸치
고 싶은 생각이 들어 낮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마을 술집에 들어가서 아까 받
은 돈으로 술을 마셨습니다.
 추위도 잊고 좋은 기분으로 집에 돌아오던 구두장수는 예배당 앞을 지나칠 
때 벌거벗은 채 웅크리고 있는 물체를 보았습니다. 걷다가 쓰러진 모양인데 
아직  젊고 수려한 용모의 남자였습니다. 하얀 피부에는 상처 하나 티끌 하
나도 없었습니다.
  "이봐,  보아하니  자네는  이  근처에  사는 사람이 아니로군. 어디에서 
왔나?"
 젊은 남자는 난처한 듯한 얼굴로 하늘을 가리켰습니다.
  "그런가. 하늘나라에서 왔단 말이지. 그러면 천사로군. 그런데 왜 발가벗
은 채 있는 건가?"
 "그 이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남자는 떨면서 말했습니다.
  "그럼  할 수 없지. 내 옷을 빌려 주겠네. 나는 한잔 했더니 조금도 춥지 
않군. 추우면 자네도 한잔 마시게나. 자, 그럼 둘이서 마셔 볼까."
 그리고 나서 구두장수는 젊은 남자를 데리고 술집으로 되돌아가서 있는 돈
을 모두 털어서 잔뜩 마셨습니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아내가 건네 준 비상
금도 다 써버린 뒤였습니다. 그리고 남자를 데리고 자신은 벌거벗다시피 하
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내는 몹시 화가 나서 술에 취한 두사람을 집 밖
으로 내쫓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젊은 남자와 문득 눈이 마주쳤을 때, 남
자는 그 수려한 얼굴에 뭐라 말할 수 없는 매력적인 미소를 띄었습니다. 그 
순간 아내는 젊은 남자에게 완전히 매혹되었습니다.
  "좋아요,  좋아. 이 사람은 당신이 말한대로 천사일지도 모르죠. 이봐요,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 하늘에서 쫓겨난 거죠?"
 "그 점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남자가 말했습니다.
 "그저 대강 보시는 바가 같습니다."
  구두장수 부부는 그것으로 완전히 믿고 젊은 남자를 천사라고 단정지었습
니다.
 구두장수의 집에 하늘에서 내려온 젊은 남자 천사가 머무르고 있다는 소문
은 금새 온 마을에 퍼졌습니다. 마을 사람들, 특히 남자를 좋아하는 아가씨
들이 좋은 남자 천사를 보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구두장수의 아내는 기분이 
언잖았습니다.  아가씨들도  천사가 누더기를 두르고 무릎을 감싼채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자 실망을 했습니다.
 "잘생긴 남자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게으름뱅이 같잖아. 날개가 없으
니 진짜 천사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고."
 쓸모없는 게으름뱅이라는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천사는 먹는 일 밖에는 아
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구두장수가 일을 가르쳐주려고 해도 손재주가 없
어  좀처럼  익히지 못하고 고작 어린아이와 함께 노는 것이 유일한 일이자 
즐거움이었습니다.  천사는 구두장수집의 식객노릇을 충실히 하고 있었습니
다.
  그래도 구두장수 부부가 불평을 하지 않았던 것은 천사가 온 이후로 조금
씩  경기가 좋아져서 구두주문도 늘고, 덕분에 언젠가 사려다가 못 산 양가
죽  외투도  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소금에 절인 고기를 먹을만한 여유도 
생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천사는  조심스러워서 그러는지 음식을 조금 밖에 먹지 않는 편이었는데, 
그래도 부잣집의 젊은 주인마냥 살이 뒤룩뒤룩 쪘습니다.
  어느 날 진짜로 마을의 부잣집 주인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살찐 천사따위
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당당한 비만체의 소유자로, 본적도 없는 훌륭한 
가죽을 가지고 와서는 멋진 장화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실수했다가는 용서하지 않겠다."
  부자가 거만을 떨고 돌아간 뒤, 천사는 전례없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기분
이 좋아 보였습니다. 구두장수의 아낸느 그 이유를 물어보자 천사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 남자는 주문한 구두를 신지도 못하고 저세상으로 갈것입니다. 아까 그 
남자  뒤에 내 동료천사가 서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주문한 장화는 그만 두
고 저승가는 길에 싣고 갈 구두를 만들어 두는 게 좋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 그 부자의 하인들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달려와
서 부자주인이 갑자기 죽었으니 빨리 죽은 사람이 신을 구두를 만들어 달라
고 했습니다.
  부인은 너무나 기뻐서 과연 천사는 대단하구나, 멍청한 남편과는 여깃 다
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천사도 부인의 경탄하는 듯한 눈길이 그리 싫지는 않
았는지  갑자기 입이 가벼워져서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았습니다. 자신은 어
떤  잘못을 저질러 날개를 빼앗기고 벌거벗은 채로 지상에 던져졌다는 것이
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인간에게는 무엇이 있는가, 인간에게는 무엇이 없
는가,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하는 세 가지 질문을 주어졌고, 이 문제를 
풀 수 있을 때 까지는 천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인간에게는 무엇이 있는 걸까?"
 구두장수가 물었습니다.
 "사랑이 있습니다. 아주머니는 처음에 나를 내쫓으려고 했지만, 사랑에 눈
을  떠 처음에 지어보이던 죽을 상도 사라졌습니다. 인간에게 없는 것은 미
래를 아는 것, 특히 자신의 죽음을 아는 힘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유감스러
게도 아직 잘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지방 일대가 대기근에 시달
리게  되었습니다. 구두장수는 말할 것도 없고 마을 사람들도 먹을 게 없어
서 결국에는 봄에 뿌릴 씨부터 쥐, 지렁이 같은 것까지 먹어치웠습니다. 그
대로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했습니다.
 마침내 무서운 일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굶주림과 질병으로 쓰러
진  사람을 먹는 흉칙한 일이었습니다. 인간은 우선 소나 양같은 가축을 잡
아먹고,  그리고  나서 개나 고양이, 마지막으로 죽은 사람을 먹어치웠습니
다.  그러나 죽은 사람마저도 바닥이 나서 살아있는 사람을 죽여서 먹을 것
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병자, 다음에는 노
인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남자, 어린이, 마지막으로 어린아이를 낳
을 수 있는 젊은 여자의 순서로 이간이 인간 뱃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천사는 슬픈듯이 지상의 비참한 식량난을 보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마지막 
질문은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되었습니
다.  어느 날 천사는 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구두장수는 갑
자기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자네는 오랫동안 식객노릇을 하면서 배불리 얻어 먹어 통통하게 살이 찌
게  되었네,  그려. 그 보답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아마 자네는 하나님에게 
꾸중을 듣게 될걸세."
 부인도 집념세 사로잡힌 눈을 이글거리며 천사의 팔을 붙잡고 말했습니다.
  "그렇고 말고요. 당신은 인간은 인간의 고기에 의해 살아간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건  정답이 안예요. 당신도 잘 알고 있듯이 인간은 신에 의해 
살아가는 거예요. 천사람 하나님의 고기로 만들어진 동물이죠? 하나님은 인
간이 굶주리고 있을 때 자기의 고기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지요."
 "그건 그렇지만......"
 천사는 당황해서 말했습니다.
 "부인에게는 충분히 답례를 했다고 생각합니다만."
 "남편 앞에서 평판 안 좋은 이야기를 하다니."
  부인은 낭패해하면서 외쳤지만 멍청한 남편은 그런 건 알아차리지도 못했
습니다.
 "내게는 아직 아무런 보답도 없네."
 구두장수가 말했습니다.
  "마을에서는 자네게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네. 이대로 천국으로 돌
려보낼 수 없다고."
 "나를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좋은 식량이 되어 줘야겠어."
  어느 새 구두장수의 집 주위에는 마을 사람들이 잔뜩 몰려들어 이빨을 드
러내고 침을 흘리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소문은 소문을 낳아 천사 고기
에는  불로장생의  약효가 있다는 둥, 한번 먹으면 언제까지나 배가 고프지 
않다는 등 여러가지 소문이 떠돌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굶주린 마을 사람들이 집 안으로 밀려 들어와 천사를 붙잡아 남비
속에 집어 넣었습니다. 끓여도 끓여도 천사의 몸은 으스러지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제안에 따라 십자가를 함께 넣어서 끓이자 천사는 겨우 으스러져
서 천사스프가 되었습니다.
  그것을  먹은 사람들은 바보 구두장수를 필두로 살아 있는 것을 잊을만큼 
오래오래 살았다고 합니다.

 ? 교훈 - 인간은 하나님에 의해 사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 모음 > 어른동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 별주부전  (0) 2020.06.22
거울을 본 왕녀  (0) 2020.06.21
핏줄  (0) 2020.06.21
나무꾼의 폭포  (0) 2020.06.21
산밧드의 모험  (0) 2020.06.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