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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모음/두려움

산업사회라는 거센 물결에 대항에 반란을 일으킬 수 잇는 용기를 가져라

by Frais Feeling 2020. 8. 24.

  인간관계는 이리저리 찾아 헤매는 연구가가 발견을 했기 때문에 우리의 관심의  초점이 된 것은 아니
다. 관계의 감정적인 토대는 그것의 결핍과 그것이 처한 어려움 때문에 연구가 되었다. 이제까지 의식되
지 않은, 멋지게 설계된, 사회라는 건물의 이 모르타르가 마치 사기 건축업자가  섞어 놓은 것처럼 부서
지기 쉬웠던 것이다. 한편 현대로 넘어오면서  도시의 말들은 더 이상 굶주리지  않았다. 그들은 회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나중에 팔 수 있는 가치가  있을 때는 사료와 운동으로 잘 보살펴졌다(역자주  '너무 
이상적인 애인'에서 프로이트가 비유한 쉴다 사람의 말 참고). 하지만 이러한 비교는 적당하지  않다. 왜
냐하면 목적 의식을 가지고 말과 관계를 갖는 것이, 사람과 관계를 갖는 것보다는 더 쉽기 때문이다. 물
론 말도 역시 이렇게 이용되는 것 때문에  불행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말은 말을 할  수 없다. 우리는 
노이로제에 의한 불행보다 말의 불행으로부터 더 쉽게 거리를 둘 수 있다. 프로이트 시대에 노이로제에 
의한 불행은 가족이 극복할 수 없을 만큼 큰 문제였다. 그 당시 대화를 통해 감정을 해방시키는 전문가
의 탄생은 사회적인 변혁이었다. 그 변혁을 게오르크 짐멜은 공동사회에서 이익사회로의 이행이라고 규
정했다. 사회가 감정을 억압하게 되자, 비로소 감정적인 문제들에 대한 연구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러
한 연구는 사회적으로 공인된 직업을 필요로 했고, 그것은 그냥 단순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노동이어야만 했다. 이런 식으로 정신분석학의 발전은 산업사회의 발전에 발을 맞추었다. 이러한 산업사
회의 특징을 짐멜은 개별화와 기능화라고 보았다.  이런 상황 하에 감정의 관계도  변화를 겪게 되었다. 
사회 내에서 분업화가 더 광범위하게 그리고 더 다양하게 이루어질수록 사회의  체계를 이루는 벽돌 하
나하나도 더 큰 변화를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자유를 얻었다. 그들은  다양한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었으며, 이제까지 답습해 온 관계들을 벗어나서 사회적으로 필수적인  역할 수행이라는, 다양한 물
감이 나열된 거대한 팔레트에서 자기의 마음에 드는 색깔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발전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것도 적지 않았다. 비록 그것이 자유  획득의 미명 하에 처음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
만 말이다. 해방된 개인은 자기의 지주, 즉  감정의 유대관계를 잃어버렸다. 그들은 산업화의 욕구에 의
해 움직이는 장기판의 인형들처럼, 더 이상 뒤로 물러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가족 간의 끈끈한 친밀
감이나 시골 마을에서의 연대 의식 등은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은 이런 것들이 병약자와 노인들에게 얼
마나 의지가 되어 주었는지를 이제야 깨닫는다. 사회와  의료시설 관료들은 이러한 친밀감이나 연대 의
식을 대체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불완전하고 냉정하게 그 일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아무도 새롭
게 획득한 자유를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산업가의 양성과 의학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이 
잃어버린 공동사회를 대체할 수 있으리라는 환상은 점차 그 효력을 잃어 가고 있다. 자유시대의 영웅은 
젊고, 건강하며, 역할 수행 능력을 가지고 있다. 노인, 병약자, 그리고 무능력한 사람들은 사회의 문젯거
리이며, 산업사회의 생산 과정을 지배하는 수단들로 '제거' 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해방된 인류의 이러한 
세 가지 어두운 그림자들은 기술적인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쉽게 '제거' 되거나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사회산업가나 의료인 같은 구조자들이 점점 더 많은 비판을 받게 되었다. 그들은 효과적인 수단과 방법
들을 제공할 수 있다고 오랫동안 장담해 왔다.  그러면서 그들은 양로원, 병원, 심리치료 의약품들을 판
매해 왔다. 점점 더 많은 의사와 변호사가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이런 상황은 처음에는 '가장 성공적인' 
산업사회에서 나타났지만, 앞으로는 거의 모든 산업사회에서 나타날 것이다. 종종 변호사가 병원 입구에
서 환자를 기다린다. 그리고 막 퇴원해서 나오는 환자에게 묻는다. 이제까지의 치료가 별로 효과가 없었
으니, 그 의사를 소송할 의향이 있느냐고 말이다.
  이미 언급한 바 있는 슬퍼할 수 없다는 무능력 때문에, 산업사회에서는 슬픔에 관한 논의를 납득하기
가 어렵다. 산업화되기 전의 마을 단위의 작은 공동체나  더 나아가 수렵과 채집을 하던 시대의 정적인 
생태학적 균형 등 이전 시대에 대한 낭만적인 회상이 사람들의 마음을 끌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현대인
이 더 이상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그  당시에는 '해결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전 세대의 사람들도 이런 문제들을 안고 살았다. 그들이  조금이라도 더 쉽게 문제에 접근할 수 있었다
면, 그건 그 당시 인류가 지배력을 덜 가지고 있었고, 주변 여건이 더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더 
현명하거나 더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 그들은 현대의 우리보다 더 절제했는데, 그
것은 그들이 그래야만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치 아이들처럼 산업화라는  놀이에 참여했고, 그 결과는 
비참하다. 우리는 아이들처럼 원자력 발전소와 수소 폭탄을 가지고 놀면서,  어떤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
할지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감정관계의 친밀감, 밀착된 간격은  오늘날 구속과 통제를 의미한
다.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곳에서는,  서로 요구하고 요구받지 않는 어떤  공간도 남아 있지 않다. 많은 
개발도상국가에서처럼, 한 세대 안에 공동 사회와 이익사회가 서로 충돌하는 곳에는 우스꽝스러운 상황
이 발생한다. 도시에 사는 핵가족들은. 식구 모두가 초대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골 친척이 방 두 
개짜리 집에 찾아오는 것을 기피한다. 새롭게 등장한 유대관계는 마르크 그라노베터의 표현대로 '미약한 
결속의 강화'다. 자기의 어려움과 고통을 익명의 상담가  외에는 아무에게도 토로할 수 없는 사람은, 적
어도 다른 어떤 사람에게도 자기의 어려움을 토로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만의 고유
한 유대관계를 만든다. 그렇게 스스로 관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은 본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강인함의 표현이다. 느슨한 관계, 하룻저녁 정도 만날 수 있는 약속들,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와 어쩌다 
마주칠 수 있는 술집이나 찻집들... 이런 것들은  가까워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그래
도 가장 맘 편하게 느낄 수 잇는 것이다.  사람들은 잃어버린 친밀감을 제공할 수 있는 '진짜' 파트너를 
늘 추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도망 갈 구멍을  늘 열어둔다. 그리고 만일 어떤  다른 사람에게서 자기가 
가졌던 은밀한 욕구의 무절제성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면  그건 너무 끔찍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므
로 모든 책임과 의무가 기피된다. 사람들은 냉정하게 행동하는 것을 터득한다. 의존성을 나타낼 수 잇는 
어떤 표정도 의심의 대상이다. 다시 말하기를 간곡히  부탁할수록, 실제로는 더 드물게 만나게 된다. 관
계는 매일 새로운 협상의 대상이다. 그럼으로써 사람을 매혹시키는 자유  공간이 마련된다. 이러한 자유 
공간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크다. 즉 결과적으로  그들은 끊임없는 불안 속에 살며, 단지 '기력이 왕
성한' 사람만이 힘겨운 밀착 관계에 도전할 수 있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단순했던 옛날을 향한 그리움은 점차 커진다. 동시에 믿
을 만한 제한적인 접촉에 대한 욕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배우자를 구하는 광고가 이런 상황을 극명
하게 보여 준다. 얼마나 일에 있어서 성공적이며, 성실하고, 스포츠에  능하며, 지적인 많은 사람들이 다
른 건 다 차치하고, 다만 자신의 나약함과  외로움을 함께 나눌 수 잇는 상대를 구하는지  보라! 그러나 
그들은 바로 자기 자신과 같은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그 아래 종속되기 마련인 
사랑의 감정으로는 아무것도 신뢰할 수 없다. 그들은  쌍둥이와 거울에 반사된 모습에서 조금만 어긋나
도 다가가지 않는다. 반면 자기와 비슷한 모습을 한 사람에게서는 의존성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이
처럼 비슷한 상대는 언젠가 자기와 동일한 사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상대방에게 두려움의 이
유에서가 아니라, '동일성'을 근거로 요구한다. 관계는 서로 간의 차이를 포괄하는 감정의 영역을 받아들
이지 않는다. 그들은 관계 내에서의 개별화를 표현한다. 이들 개별화된 사람들은 서로 간의 노력의 성과
를 결산해서 비교하고, 바로 이런 기능화를 통해 심하게  손상된 친밀감을 다름 아닌 서로 간의 동일화
를 통해 획득하려고 한다. 마법사가 산업사회를 그리는 우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그는 자기가 부른 
귀신들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며, 자기가 그토록  힘겹게 노력하여 얻어 낸, 자기  권력의 산물을 스스로 
두려워한다. 그러한 발전상은 가까워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서 분명하게 보여진다.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부모가 있는 가정은 그들이  이해받는 곳이 아니라, 이용되고, 적응 능력과 역
할 수행 능력만이 제한적으로 허용되었던 곳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만나는 인생의 동반자는 그들이 출
생해서 자란 가정보다 더 좋은 세상, 아주 새로운 어떤 세상을 열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부모보다는 나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하나의 구속이 된다. 부모의 부부관계는 부정적인 것으로 체험한 
그들이 결혼 생활에 대해 요구하는 사항들은 결코 충족될  수 없을 만큼 커진다. 그래서 관계의 마법사
는 '정말로 좋은' 관계를 향한 자기의 순수한 노력의 결과물이 매번  언제나 폐허로 둔갑해 버리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제는 부모가 배우자를 골라 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으며, 배우자를 스스
로 고르는 자유는 포기할 수 없다. 가까워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서로 상극인 두 사람의 공생
관계에서는 두 사람 다 상대방의 출생 가정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공통점이 나타난다.
  아들은 전쟁에서 돌아온 아버지가 세련되지 못하고, 세심함도  없었으므로, 자신은 다정하고 통제력을 
갖춘 사람으로서 여자들을 만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섬세한 감정을 가지려고 노력하면서도 
자기가 부인을 사랑하는지를 더 이상 느낄 수 없었다. 그는 부인과의 관계에서 지나치게 시달린다고 느
꼈기 때문에 점점 더 일 속에만 파묻혔다.
  이런 딜레마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출구가 있는가? 나는 여기서 위험과  슬픔을 배제한 어떤 해결책
도 제시할 수 없다. 가까워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실제적인 따뜻함을 기피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수동적이고, 매우 강하게 체험된, 그리고 단 한 사람의  이상화된 개인을 향해 겨누
어진 친밀감에 대한 욕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학생운동과  히피족 문화에서 생겨난 사회적 삶의 형태
에 대한 가치관이 여기서 열매를 맺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된 한 쌍의 파트너는 감정관계의 침식 
작용에 대항해 단지 미약한 대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단체로 움직일 때 더 저항력이 커진다
고 생각한다. 여기서 단체는 각각의 개별적인 파트너들과 개인들의 단순한  나열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
편 파트너십 자체를 없애려던 공산당원들의 초기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그래서 그들은 새로운 테러
와 새로운 역할 수행을 억압을 자행했던 것이다. 만일 이렇게 적대적인 세계 안에서 친밀감과 따스함에 
대한 요구를 다 들어줄 필요가 없다면, 물론 파트너와 함께 사는 게 더 편한 게 사실이다. 여러 가지 참
여 단체와 자조회의 연계망은 '진정한 삶의 동반자'를 찾는 시도가 늘 좌절됨으로써 다다른 막다른 골목
으로부터 벗어날 수 잇는 발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변혁운동의 이러한 발전 가능성은 밀물과 썰물, 바다
와 육지의 관계로 비유된다. 능률성의 원리와 시장경제적 사고로부터 해방된 땅이 늘 조금씩 깎여 들어
가, 소비사회라는 바다에 희생물로 빠져드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통해 다른 곳에서 다른 
저항운동이 전개된다. 땅의 크기가 밀물 때보다 썰물 때  확실히 더 크게 보이기 때문에 전망하기가 쉽
지 않다. 우리가 안전하게 땅을 딛고 설 수 있는 곳, 그리고 우리가 함께 헤엄쳐야  하는 곳을 볼 수 잇
는 우리의 능력은 다만 점진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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