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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여자

땅에서 하늘의 절반으로

by FraisGout 2020. 4. 28.

자본주의는 여성의 삶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최근 백여년간 우리 사회의 
급격한 자본주의화 과정에서 나타난 많은 변화들 가운데서도 여성의 삶과 지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손꼽힐 정도로 두드러진 것이다.
  여성들은 가정의 속박에서 벗어나 사회적 노동과 정치를 비롯한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여성들에 대한 법적인 차별은 철폐되고 있다. 축첩과 봉건적인 혼인 
제도는 폐지되었다. 흔히 "요즘 여자들 살기 좋아졌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듯이 우리 
할머니 세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옛날에는 남녀 불평등과 차별이 자연 법칙처럼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고, 흔히 
우주와 신의 법칙으로 선포되었다. 그러나 현대의 거의 모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남녀 평등이 법칙이 되었다. 각국은 여성과 남성의 권리 평등을 헌법에 규정하고 
있으며, 누구도 이 대의에 공공연히 반대를 표명할 수는 없게 되었다. 여성 국회 의원, 
여성 법관, 여성 장관이 늘어나고 있고, 장관의 절반 이상이 여자거나 여성이 국방부 
장관이 된 나라도 있다. 여성들 중에는 학자, 화가, 시인, 음악가로서 이전 같으면 
묻혀버렸을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경우가 늘고 있고, 노동자로서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일하고 있다. 사회 활동 중에서 여자는 할 수 
없고 남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어졌다. 여성들은 이제 가정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에서도 유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남녀 차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우리나라에서도 헌법 전문에 "모든 
영역에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라고 규정했으며, 헌법 제 11조 1 항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또 제36조 1 항에는 가족 제도에 대한 민주주의적 제도 보장과 혼인의 자유, 
양성의 평등을 규정했다. 6공화국에 들어서면서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국가는 모성 보호를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조항까지 
신설되었다. 최근에는 가족법도 개정되었으며, 남녀 평등에 관한 법도 제정되었다.
  이런 법률들은 그 의도와 실제가 어찌되었든 간에 아무리 비민주적인 정부라 
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하나의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이제 시대가 
변했으며, 역사가 피할 수 없이 남녀 평등을 향해 나아가리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명백한 일이다. 일단 깨어나기 시작한 여성들을 뒤로 돌아가게 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억압이 생겨나 오히려 여성들을 
더욱더 심각한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 사실 자본주의가 여성에게 가져온 모든 
진보가 함정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여성을 사회적 
노동에 끌어들이면서 가사 노동의 부담을 철폐하지 않았으며, 일부일처제를 
확립하면서 매춘 역시 하나의 사회 제도로 만들었다. 가정의 역할이 축소됨에 따라 
가정에서의 여성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노동에서의 확고한 위치 
역시 아직 자리잡히지 않았다. 남녀 평등의 대의는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전래의 관념을 타파하지 않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여성 문제의 복잡성과 상호 모순되는 현상들은 
자본주의 사회가 여성의 지위에 있어서 과도기적인 시기임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여성 
억압은 붕괴되고 새로운 남녀 관계를 위한 광범위한 토대가 마련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 자본주의가 남녀 평등을 위한 충분 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도 명백하다. 남녀 
평등의 진전은 오히려 자본주의 자체에 의해 제한되고 왜곡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이러한 모순적이고 과도기적인 성격은 여성의 고통을 더욱 가증시킨다.
  여성의 지위에 있어서 자본주의의 이런 과도기적인 성격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앞에서 말했듯이 여성의 지위는 궁극적으로 노동과 가족에서의 위치에 의해 
규저오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노동과 가족에서 여성의 위치를 살펴보는 것이 
여기서의 주요한 과제이다. 그런데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계급적 위치에 따라 여성들이 놓인 처지와 안고 있는 문제가 서로 다르다. 따라서 
먼저 계급적 위치에 따라 자본주의가 미친 상이한 영향을 지적하고, 다음으로 주로 
노동자 계급을 중심으로 노동과 가족에서 여성들이 놓인 상황을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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