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다루는 솜씨가 너무나 뛰어난 사람들은 그를 목공의 귀재라고 불렀다. 길가에
버려진 나무토막 하나라도 그 청년의 손에 건네 지기만 하면 때깔 나고 쓸모 있는
것이 되었다. 특히 그는 어릴 때부터 새를 잘 만들었다. 새 중에서도 기러기를 가장 잘
만들었다. 초례상에 그가 만든 목기러기를 놓고 혼례식을 올리면 누구나 복을 받고 잘
산다는 소문이 날 정도였다. 그는 장가를 갈 때는 자기가 만든 목기러기를 안고
신부집으로 가서 전안례을 올리고 혼례를 치르었다. 그리고 첫날밤에는 신부에게
사랑의 징표로 하늘을 날 수 있는 목기러기를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도 했다. 그는
자기가 만든 목기러기를 하늘로 날려 보는 게 평생의 꿈이었다. 예전에 어는 유명한
목공이 나무로 새를 깎아 하늘로 날려보내자, 그 새가 사흘이 지나도 내려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한시도 잊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하늘로 날려보내기 위해
부지런히 새를 만들었다. 한 마리 한 마리 만들 때마다 혼신의 힘을 다 기울였다.
새벽에 일어나 목욕재계를 하고 일단 한번 일을 시작하면 밤잠도 자지 않고 식음까지
전폐했다. 그러나 아무리 정성을 들이고 노력을 기울여도 그가 만든 새는 날지 않았다.
높은 산 위에 올라 목기러기를 하늘로 날려보내면 날기는커녕 그대로 산 아래로
곤두박질칠 뿐이었다. 그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일이 되풀이되면
되풀이될수록 가슴을 치며 슬피 울었다. 그러나 그의 새 만드는 일은 계속되었다.
아무리 온 정성을 다 바쳐도 하늘을 나는 새를 만들 수 없었으나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첫날밤 신부에게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세월이 흘렀다. 목공은 어느새 노인이 되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목공의
귀재라고 불렀다. 그는 이제 그런 말을 듣기 싫어했으나 사람들은 그가 만든 목기러기
한 쌍을 갖게 되면 집안의 큰 영광으로 삼았다. 그런 어느 날이었다. 늙은 목공은 어린
손자와 함께 논길을 걸었다. 가을걷이가 끝난 무논엔 여기저기 이삭들이 떨어져
있었고, 참새들이 그 이식을 쪼아먹으려고 우르르 떼지어 날아다녔다. 목공은 참새
떼를 보자 평생 목기러기 한 마리 날려보내기 못한 자신의 무능함에 대해 가득히
자괴감이 있었다. 그 때 병든 참새 한 마리가 논둑에 앉아 퍼드덕거리고 있는 게 눈이
띄었다. 목공의 손자가 얼른 달려가 참새를 두 손에 담아 올렸다.
"할아버지, 우리 이 참새, 집에 데려가서 살려줘요. 네?"
손자가 목공에게 참새를 건네주었다. 목공의 손에 참새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손끝을 타고 참새의 심장 뛰는 소리도 전해졌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새를 만들어
온 목공이었지만 새의 온기와 숨소리를 느껴 본 것은 처음이었다. 목공은 한 마리
병든 참새를 살리기 위해 목기러기를 만들 때보다 더 큰 정성을 기울였다. 맑은 물과
모이를 주고 통풍이 잘 되는 방안에 있게 했다. 물론 잠시도 참새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자 참새는 며칠만에 원기를 회복했다. 그리고는 곧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어
작은 날개를 푸덕거렸다. 목공은 얼른 방문을 열었다. 참새가 몇 번 방안을 날더니 문
밖으로 날아갔다. 그리고는 푸르른 가을 하늘 속으로 재빨리 사라져 버렸다.
그때 목공은 문득 깨달았다. 어쩌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목기러기를 하늘로
날려보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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