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아테를 둘러싼 관계들의 조건은, 그녀가 무언가를 '할 수 있으며 또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난 지
금 어떻게 해야 하죠? 그런 식으로는 안 되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런 식으
로 그녀는 깊이 생각하는 눈빛으로 묻는다. "뭘 해야 하죠"와 "모르겠어요"라는 이 두 문장이 '가까워지
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내는 표식이며, 자신이 잘 알고 있고 또 잘 해냘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
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표현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왜 베아테 같은 사람들이 자신이 늘상 말하는
사람(베아테의 경우 전남편)만을 만나는 것으로 보이는지 보다 명확해진다. 베아테에게 전남편은 그녀의
행동을 통제하는 대상이다. 즉, 그 사람에 대해서 연구하고, 고민하고, 그 사람을 바꾸려고 하는 행위가
자기 의식의 어두운 그늘 속에 감춰진 감정을 통제하고,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녀의 행동은 '그를 위
한' 성과물에 집착하게 되고, 그녀 자신의 고유한 감정은 그의 행동에 따라 변하고 만다. 그런 식으로
파트너에 대한 관념이 자기라는 주체의 고유한 감정을 통해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왜 그 사람은 그
렇게 행동했을까'하는 식의 고민과 그의 행동에 대한 대응 방식 등을 통해 변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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