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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모음/두려움

서로 다름에 대한 두려움

by Frais Feeling 2020. 8. 24.

  베아테는 결혼 생활에서 자신의 임무가 무엇보다도 고달프고 힘들게 헌신하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
에, 남편을 성인이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보길 두려워한다. 다만 남편이  그녀의 이상형에 걸맞는 행동을
(비록 무의식적으로라도) 할 때만, 그가 쌍둥이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
이게 된다. 물론 그가 그 밖의 다른 행동을 보일 때에는 무시하거나 부정한다. 그런 까닭에 베아테는 남
편이 일도 안 하고, 졸업시험 준비도 안 하고,  그가 한 말이 거짓말이었음이 들통날 때면, 늘 예상치도 
못했다는 듯이 '놀라곤' 했다. 남편은 동일성에 대한 동경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인물이 아니며, 실체가 
아예 없거나 위험하거나 둘 중의 하나다.  하지만 이 부분을 도외시한다면, 그의  진정한 모습이 시야에 
들어올 리가 없다. 그가 뭔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그녀는 거의 자제력을 잃고  저항한다. 해결책은 둘 
다 문제 해결을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 상대방을 이루고 있는 부분들은 결코 만족스럽
지 않은, 그리고 상대방의 동일성에 모순되는 부분과 결합되는 것이다. 둘은 서로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이 사람이 언젠가 시험을 보게 되고 그래서 학업의  스트레스도 없어지고, 덜 힘들게 되면, 그럼 난 보
상받을 수 있을 것이고, 더 이상 희생하지 않아도 될 거야'라고 생각한 베아테는  몇 년 뒤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는 기생충처럼 날 빨아먹고,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한 번도 준  적이 없을뿐더러 앞으로도 
영영 그럴 거야." 적응과 성과물로 규정되는 모든 관계에서는 '예, 아니오',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 
'모든 것, 아무것도 아닌 것'이 지배적이다. 상대방을 파악하려는 의도는 오히려 그를 예측할 수 없게 한
다. 두려움 때문에 그가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함으로써, 그는 한층 더 무장하고 조심스럽게 
탐험해 가야 할 캄캄한 미지의 대륙이 되고 만다.  그러다 한 사람이 적의를 드러내며 상대방이 당연히 
보여 주었어야 할 모습을 이제까지 한 번도 보여 주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할 때, 종종 두 사람의 긴장
관계는 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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