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 모음/유전자

자기 복제자

by Frais Feeling 2020. 9. 20.

        안정을 향하여
  처음에는 단순하였다. 그 단순한 세계마저 어떨게  시작되었는가를 충분히 설명하기는 어
렵다. 하물며 복잡한 질서 -생명 내지는 생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의 돌연한 발생을 빈
틈없이 설명한다는 것이 더욱더 힘들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
라는 다윈의 학설에 납득이 가는 것은 단순한 것이 복잡한 것으로 변할 수 있는 방법을, 즉 
무질서한 원자가 스스로 보다 복잡한 패턴을  이루고 나아가서는 인간을 만들어 낸  방법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다윈은 우리들의 존재에 관한 심원한 문제에 대한 해석을 제공해 준다. 
그것은 지금까지 암시된 것들 중에서 유일한 가능성 있는 해석이다. 나는 진화 자체가 시작
되기 이전의 시기부터 시작하여 종래의 것보다 더 일반적인 방법으로 이 위대한 학설을 설
명해 보려고 한다.
      최적자 생존
  다윈의 '최적자 생존'은 실은 '안정된 것의  생존'이라는 보다 더 일반적인 법칙의  특수한 
예이다. 세계는 안정된 것에 의해 차지되어 있다. 안정된 것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을  정도
로 지속적이거나 보편적인 원자 집단이다. 그것은 예를 들어 알프스의 마터호른(Matterhom)
산처럼 이름을 붙이기에 합당할 만큼 오래도록 이어지는 유일무이한 원자 집단일 경우도 있
을 것이다. 또는 빗방울과 같이 그 하나하나는 단명할지라도 집합적인 이름을 붙일 수 있을 
만큼 고비율로 생기는 일단의 존재일 수도 있다.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것과 설명을 요
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것 -바위나 은하나 바다의 파도 등- 은 많든 적든 간에 원자의 안정
된 패턴이다. 비누의 거품은 구상으로 되는 성질이 있는데, 이것은 기체가 둘러싸인 얇은 막 
속에서 구형은 안정된 모양이기 때문이다. 우주선 내에서는 물도  역시 작은 구형체로 안정
하나 지구에서는 중력이 있기 때문에 정지하고 있는 물의  안정된 표면은 평탄한 수평이다. 
소금의 결정은 입방체를 이루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나트륨과 염소 이온을 같이 꾸려 넣을 
때의 안정된 방법이기 때문이다. 태양에서는 모든 원자 중에서 가장 단순한 수소 원자가 융
합하여 헬륨 원자를 만들고 있다. 태양 조건하에서는 헬륨의 상태가 안정하기 때문이다.  그 
밖에 보다 복잡한 원자는 우주의 여러 별에서  만들어지고 있고 또 널리 인정되어 온 설에 
의하면 우주를 생성한 '대폭발' 과정에서도 형성됐다. 이것이 우리 세계에 있는 원소의 유래
이다. 
      원자와 분자
  때때로 원자들은 서로 만나 화학 반응을 일으켜 결합하여 많든 적든 간에 안정된 분자를 
형성한다. 이 같은 분자는 매우 클 수가 있다. 다이아몬드와 같은 결정은 단일 분자로 이 경
우에는 주지하는 바대로 안정된 분자라고 생각되나 그 내부의 원자 구조가 무한의 반복이기 
때문에 아주 단순한 분자이기도 하다.  형재 생물은 극히 복잡한 큼  분자들로 구성되며 그 
복잡성에는 몇 개의 단계가 있다. 우리의 혈액 중의  헤모글로빈은 전형적인 단백질 분자이
다. 그것은 아미노산이라는 더 작은 분자의 사슬로 되어 있고, 각 아미노산에는 정확한 패턴
으로 배역된 수십 개의 원자가 함유되어 있다. 헤모글로빈 분자에는 574개의 아미노산이 함
유되어 있다. 이들 아미노산이 4개의 사슬로 줄지어, 이 연결이 설로 물려 풀 수 없게  복잡
한 구형의 3차원 구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헤모글로빈 분자의 모형을 보면 마치 울창한 가
시나무 덤불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그것은 진정한 가시나무 덤불과는 달리 불규칙하고 어설
픈 패턴이 아닌 일정 불변의 구조이다. 그것이 인체 내에서는 어느 부분에서나 똑같은 형태
의 헤모글로빈 분자로 평균 6*1021개나 존재한다. 같은 아미노산 배열의 단백질 두  개를 떼
어 내면 마치 두 개의 용수철처럼 똑같이 꼬여서 완전히 같은 3차 구조를 나타내고  안정하
게 된다. 헤모글로빈과 같은 단백질 분자의 가시덤불 형태가  세부적인 것싸지 일정한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의 체내에서는 헤모글로빈의  가시덤불식 번성이 매초 4*1014개의  속도로 
그 '선정된 '형태로 만들어지고, 다른 헤모글로빈이 같은 비율로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헤모글로빈은 오늘날 볼 수 있는 분자이고 원자가 안정된 패턴으로 낙착되는 경향이 있다
는 원칙을 설명하는 예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구상에 생물이 생기기 이전에 분자의 초
보적인 진화가 물리나 화학의 일반적인 과정에 의해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설계나 목
적이나 지시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 에너지가 있는 곳에 일군의 원자가 안정된 패턴이 되면 
그것은 그대로 머물려고 할 것이다. 최초 형태의 자연 선택은 단순히 안정된 것을 선택하고 
불안전한 것을 배제하는 것이었다. 이에 관해서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그것은  정의대로 
당연히 될 것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과 같이  복잡한 존재를 완전히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정확한 수의 원자를  취하여 약간의 외부 에너지와 같
이 혼합하여 그것들이 바른 패턴이 되는 것을 기다려도 안 된다. 그렇다면 아담은 출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수십 개의 원자로 된 분자라면 그와 같이 만들어졌는지 몰라도 인간은  1027
개 이상의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을 만들려면 우주의 전시대가 한 순간으로 생각될 정
도로 긴 시간 동안 생화학의 칵테일 셰이커를 흔들지 않으면 안 되겠으나 그래도 성공은 못
했을 것이다. 이즈음에서 다윈의 학설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도움의 손을 뻗쳐 준다. 느린 
분자 형성의 이야기가 끝날 무렵부터를 다윈의 학설이 떠맡게 되는 것이다.
        
  이제부터 이야기할 생명의 기원은 아무래도 추론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정의로 보아 이
에 관한 기원을 본 사람은 없으므로 대립되는 학설이 많이 있으나 그것들은 모두 어떤 공통
된 특징이 있다. 이제부터 시작할 단순화된 설명은 아마도 진실로부터 그리 멀지 않을 것이
다.
  생명의 탄생 이전의 지구상에는 어떤 화학 원료가 풍부하게 있었는가? 확실한 것은 몰라
도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물, CO2, 메탄, 암모니아 등 태양계의 적어도 몇 개의 행성에 있다고 
알려진 단순한 화합물이다. 화학자들은 옛날의  지구의 화학적 상태를 재현해  보려고 많은 
시도를 했다. 이들 단순한 물질을 플라스크에 넣고 자외선이나 전기 방전(원시 시대의 번개
를 인공적으로 모방한 것) 등의  에너지원을 가했더니 2~3주 지나서 보통은  플라스크 속에 
흥미 있는 것이 보였다. 처음에 넣어 준 분자보다 복잡한  분자를 많이 포함한 연갈색의 액
체가 생기는 것이다. 특별히 그 속에서 아미노산이 발견됐다. 이것은 생물체를 구성하는  두 
개의 대표적 물질의 하나로 단백질의 구성 요소이다. 이와  같은 실험이 행하여여지기 전만 
하더라도 자연에 나타나는 아미노산은 생명이 존재하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되어 왔다. 가령 
화성에서 아미노산이 발견되면 그 행성에 생물이 있다는 것은 대개 틀림없다고  생각되었었
다. 그러나 지금은 만약 아미노산의 존재가 제시될지라도 공기 중에 단순한 기체가 얼마 정
도 있다는 것과 화산이나 햇빛이나 번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따름이다. 또한 최근에
는 생명 탄생 이전의 지구의 화학적 상태를 본딴 실내 실험에서 퓨린(purine)이라든가 피리
미딘(pytimidine)이라고 하는 유기물이 생성됐다. 이것들은  유전 물질 DNA자체의 구성 요
소이다.
  생물학자나 화학자가 3~40억  년 전에  해양을 구성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원시 수프
(primeval soup)'에서도 이와 비슷한 과정이 일어났음에 틀림없다. 이들 유기물은 아마도 해
안 부근의 말라붙은 물거품이나 떠 있는  작은 물방울 속에서 국부적으로 농축되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들은 다시 태양으로부터 자외선과 같은 에너지의 영향을 받아 화합하고 더한층 
큰 분자로 되어 갔다. 오늘날에는 거대 유기 분자가 사람이  느낄 정도로 오랫동안 계속 존
재하지는 않는다. 거대 유기분자는 진한 수프 속을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표류하고 있었
다.
      자기 복제자
  때로는 우연히 특별한 분자가 생겼다. 이것을 자기 복제자라고 부르기로 하자. 그것은  반
드시 최대의 분자도 아니고 가장 복잡한 분자도 아니었건만 스스로의 복제물을 만든다는 놀
랄 만한 특성을 가졌다. 이것의 탄생은 전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로 보일 수도 있다. 확
실히 그렀다. 그것은 도저히 생길 수 없는 것이었다. 인간의 시간 관념으로는, 이와 같은 생
길 것 같지도 않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한 것으로 취급된다.  그것이 축구 시합에 돈을 걸어
서 결코 재미를 못 보는 이유이다. 그러나 생길 수 있는 것과 생길 수 없는 것을 판단할 때 
우리는 수억 년이라는 세월을 취급하는 것에 습관이 되어 있지  않다. 만약 수억 년간 매주 
축구에 돈을 걸면 필히 몇 번이고 큰 현상금을 탈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스스로 복제를 하는 분자는 실로 처음 생각했던 것만틈 상상하기 어려운 것은 아
니다. 또한 그것은 단 한번만 생기면 족하다. 주형으로서의 자기 복제자를 생각해보기로  하
자. 그것은 여러 가지 종류의 구성 요소 분자의 복잡한 사슬로 된 하나의 큰 분자라고 한다. 
이 자기 복제자를 둘러싼 수프 속에는 이들 작은 구성  요소가 부단히 떠다니고 있다. 이제 
각 구성 요소는 자기와 같은 종류의 것에 대하여 친화성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수
프 속의 어떤 구성 요소는 이 자기 복제자의 일부분으로 자기가 친화성을 갖고 있는 부분과 
만나게 되면 필히 들러붙으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하여 들러붙은 구성 요소는 필연적으
로 자기 복제자 자체의 순서에 따라 줄짓는 것이 된다.  이때에 그것들은 최초의 자기 복제
자가 된 때와 마찬가지로 점점 결합하여 안정된 사슬을 만든다고 생각해도 좋다. 이 과정은 
순서에 따라 단계적으로 계속해 가다. 이것은 결정이 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한편 두 가닥의 
사슬이 세로로 쪼개질 수도 있을 것이다.l 그러면 두 개의 자기 복제자가 되어 그 각각이 다
시 복제를 계속하게 된다.
  더 복잡하게 생각해 보면, 각 구성 요소가 동종이 아닌 어떤 특정한 다른 종류와 상호 친
화성을 갖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 경우 자기 복제자는  동일한 복제 주형이 아닌 일종
의 '음각'의 주형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다음으로 '음각'이 본래의 '양각'의 정확한 복제를 만
드는 것이다. 원래의 자기 복제자의 현대판인 DNA 분자가 양-음형이었는지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안정성'이  돌연히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이다. 수프  속에 
이미 특정한 종류의 복잡한 분자가 많이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왜냐면 그와 같은 분
자는 각기 운좋게 특정한 안정된 형태로 되어 있는 구성 요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새로 생긴 자기 복제자의 복제물들이 해양 속에 널리 퍼졌음엔 틀림없다. 이 때문에 소형의 
구성 요소 분자는 축적이 줄고 다른 대형 분자도 그 형성량이 점점 줄어갔다.
      복제의 오류
  그래서 같은 복제가 많이 만들어졌다고 생각된다. 여기에서는 어떠한 복제 과정에서도 수
반되는 중요한 특성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그것은 이 과정이 완전하지 않다
는 것이다. 오류가 생길 수 있다. 나는  이 책에 오자가 없기를 원하나 주의 깊게  찾아보면 
두셋은 발견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다분히 문장의 의미를 심히 왜곡할 정도의 것은 아
닐 것이다. 왜냐면 그 오자가 '제1대'의 오류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쇄술 발명 이전에 복
음서 등의 책이 필사로 출판되던 시대를 생각해 보자. 필사자들은  누구나 다 주의 깊게 했
겠지만 틀림없이 몇 개의 오류를 범했음에 틀림없고 그 중에는 고의로 약간의 '개량'을 가하
기를 서슴지 않은 자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모두 하나의 원본에서 베꼈다면 내용이 심하
게 곡해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본을 복사하고 그 사본을 복사하여 몇 번이고 이어 
나가면 오류는 누적되어 심각한 것이 된다 우리는 잘못된 복사를 나쁜 것으로 생각하기 쉽
다. 확실히 인가의 문서인 경우에는 오류가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예는 생각하기 어렵다.  나
는 그리스 어역 구약 성서를 만든 학자들이 '젊은 여성'이라는 히브리어를 '처녀'라는 그리스
어로 오역하여 "보라 처녀가 아들을 잉태하여..."라고 하는 예언을 덧붙였을 때 그들은 대단
한 것을 출발시켰다고 생각된다. 하여튼 후술한 바로 생물학적인  자기 복제자에게서 볼 수 
있는 틀린 복제는 진정한 의미로  개량을 불러일으키고 , 어떤 오류가  생기는 것은 생명의 
점진적 진화를 해서 필수적이었다. 최초의 자기 보제자가 실제로  어떻게 해서 자기의 복제
를 만들었는지는 모른다. 그것들의 자손인 움 분자는 인간의 가장 충실도가 높은 복사 기술
에 비해서도 놀랄 정도로 충실하기는 하나 그 움 분자까지도 때로는 오류를 범한다. 그리고 
진화를 가능케하는 것은 결국 이와 같은 잘못인 것이다. 아마도 최초의 자기 복제자는 더더
욱 잘못이 많았을 것이다. 어쨌든 오류가 생겼음에 틀림없고, 이 같은 잘못이 누적되어 왔다
는 것도 틀림없다.
  틀린 복제가 됐고 그것이 확대되면서 원시 수프는 모두가 같은 복제의 개체군이 아닌 '선
조'는 같으나 형태를 달리한 몇 개의 '변종 자기 복제자'로 채워졌다. 형태에 따라 수의 차이
가 있었을까? 물론 있었을 것이다. 어떤  형태는 본래 다른 종류보다 안정됐음에  틀림없다. 
어떤 분자는 일단 만들어지면 다른 것보다 분해가 어려웠을 것이다. 이와 같은 형태는 수프 
속에서 비교적 많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것은 '장수'의 직접적 결과일 뿐만이 아니라 이들
의 분자가 장기간에 걸쳐 스스로  사본을 만들 수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장수한 
자기 복제자는 다시 수를 늘리는 경향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조건이 같다고 할 때 
분자의 개체군에는 한층 더 장수하는 '진화 경향'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복제의 속도와 정확도
  그러나 아마도 다른 조건도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떤  자기 복제자에게는 개체군 내에
서 확대되어 가는 데 있어 보다 중요했던 하나의 특성이 있었다 그것은 복제의 속도, 즉 '다
산성'이다. 만약 A형의 자기 복제 분자가 평균 주 1회의 비율로 자기의 사본을 만들고 한편 
B형의 자기 복제 분자가 1시간에 1회씩 만든다고 하면 A형 분자가 B형 분자보다  훨씬 '장
수'한다 할지라도 A형 분자는 수적으로 많이 뒤떨어지고 말 것이다. 따라서 수프 속의 분자
에는 적지않게 더욱 더 '다산성'으로 향하는 '진화경향'이 존재하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선택
된 자기 복제자의 제 3의 특징은 복사의 정확도이다. 가령 X형 분자와 Y형 분자가 동일 시
간 존속하여 같은 속도로 사본을 만들 때에 X형 분자가 평균 10회에 1회 정도로 틀린 사본
을 만드는 데 비하여 Y형 분자가 100회에  1회밖에 틀리지 않는다면 분명히 Y형 분자편이 
수적으로 많아진다. 이 개체군 내의 X형 분자단은 잘못된 '자식'그 자체를 잃어버릴 뿐만 아
니라 형재의 자손 또는 가능성이 있는 자손을 모두 잃게 된다.
  우리가 진화에 관하여 어느 정도라도 알고  있다면 이 최후의 관점이 약간  역설적이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복제의 오류가 진화에 필요 불가결하다는 설과 자연 선택이 충실한 복제
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설은 과연 양립하는 것일까? 우리는 자기가 진화의 산물이기 때무
에 진화를 막연히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 진화하고 싶다고 '바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 그 답이다. 진화란 자기 복제자(오늘날의 유전자)가 오류를 막기 위해 모든 노
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생겨난  일이다. 모노(Jacques Monod)는 그의 스
펜서(Herbert Spencer) 강연에서 이 점을 잘 지적했는데, 그 전에 비꼬아 말하기를 "진화론
의 또 하나의 괴이한 점은  누구나 그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잇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원시 수프로 돌아가자. 수프는 여러 가지의 안정된 분자, 즉 개체의 분자가 장시간 존속하
거나 또는 복제 속도가 빠르거나 또는 복제의 정확도가 높은 안정된 분자에 의하여 점유되
게끔 되어 있음에 틀림없다. 이들 세 종류의 안정성을 향하는  진화 경향이 있다는 것은 다
음과 같은 의미이다. 즉, 일정한 시기를 두고 수프에서 샘플을 취할 경우 두 번째  샘플에는 
수명, 다산성, 복제의 정확성 등 세 가지 점에서 우수한 분자의 함유율이 보다 높아져  있을 
것이다. 이것은 본질적으로는 생물학자가 생물에 관해 말할 때의 진화와 다름없다. 그  메커
니즘도 같은 것이다. 즉 자연 선택인 것이다.
  그러면 이 최초의 자기 복제 분자는 '살아 있다'라고 말해야 할 것인가. 아무려면 어떤가? 
나는 "지금까지의 가장 위대한 인물은 다윈이다"라고 하고, 당신은 "아니 뉴턴이다"라고  할
지도 모르나 그런 논의를 언제까지나 계속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논의가 어떻게 
귀착되든 본질적인 결과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뉴턴이나 다윈을 '위대'하다고 
하든 않든 간에 글의 생애와 업적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마찬가지로 자기 복제자를 '살아 
있다'라고 하든 않든 간에 그들 분자가 겪어 온 길은 아마도 내가 주장하는 것과 어느 정도 
비슷한 것이었을 것이다. 말이라는 것은  우리가 자유로이 사용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으며, 
또 가령 '살아 있다'라는 말이 사전에 있다고 해서 그 말이 현실 세계에 있어서 무엇인가 명
확한 것을 가리키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인간의 고난은  이와 같은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아서 발생하고 있다. 초기의 자기 복제자를  '살아 있다'거 하든 않든 간
에 그들은 생명의 조상이며, 우리의 기초가 되는 선조였다.
      생존 경쟁
  이 논의에 있어서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는  다윈 자신이 강조한 '경쟁'이다)특히 그는 동.
식물에 관하여 기술하고 있으며 분자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원시 수프로서 무한의 자
기 복제자를 유지하여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이유의 하나는 지구의 크기가 한정되어 있
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중요한 잔정 요인이 존재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우리의  상
상으로, 주형으로써 작용하는 자기 복제자는 복제를 하는 데  필요한 구성 요소의 소분자를 
많이 포함한 수프 속에서 떠돌아 다니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자기 복제가 늘어가면 
구성 요소의 분자는 보통 속도로 사용되어지며 소수의 귀중한 자원이 되어갔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 자원을 통하여 자기 복제의 여러 가지 변종 내지는 계통이 경쟁을 전개했을 것이
다. 우리한 종류의 자기 복제자가 수를 증가시키는 데 필요했던 요인에 대해서는 이미 앞에
서 검토한 바 있다.
  사실, 별로 유리하지 않은 종류는 경쟁에 의해 수가 줄었다. 결국은 그 계통의 많은  것이 
사멸했음이 분명하다. 자기 복제자의 변종간에도  생존 경쟁이 있었다. 그들 자기  복제자는 
스스로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고 그것 때문에 고민하지도  않았다. 이 싸움은 아무런 
악감정도 없이, 또한 아무런 감정도 품지 않고 행해졌다. 그러나 그것들은 분명히 싸우고 있
었다. 잘못된 복사나 경쟁 상대의 안정성을 감소시키는 등의  새로운 방법으로 생성된 새롭
고 보다 높은 수준의 안정성을 갖게 된 자기 복제자는 모두 자동적으로 보존되어 증가했다
고 하는 의미에서이다. 개량 과정은 누적적이었다. 안정성을 증가시켜 경쟁 상대의 안정성을 
감소시키는 방법은 점점 교묘해지고 효과적으로 되어 갔다. 그  중에는 상대 변종의 분자를 
화학적으로 파괴하는 방법을 '발견'하여 그로 인해 방출된 구성 요소를 자기의 복사  제조에 
이용하는 개체도 출현했을 것이다. 이들 원시 육식자는 먹이를  얻음과 동시에 경쟁 상수단
을 강구하든가 아니면 그들 자신 둘레에 단백질로 물리적 벽을 만들거나 하여 스스로를 방
어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렇게 하여 최초의 살아 있는  세포가 나타나게 된 것이 아닐까.  자기 복제자는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 아니라 스스로의 용기, 즉 계속 존재하기  위한 장소까지도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살아 남은 자기 복제자는 자기가 사는 '생존기계(survival machine)'를 축조한 것들
이다. 최초의 생존 기계는 아마 보호용의 외피 정도의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경쟁 
상대가 더 우수하고 효과적인 생존 기계를 몸에 감추고 나타남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져 갔다. 생존 기계는 더 커지고 더 정교해졌다. 그리고 이 과정은 누적적이며  점
진적인 것이었다.
  자기 복제자가 이 세상에서 자신을 유지해 가는 데 사용한 기술이나 책략의 점진적 개량 
때문에 언젠가는 종말이 다가오게 돼 있다고 말 할 수 있는가? 개량을 위한 시간은 충분히 
있었을 것이다. 장구한 세월은 도대체  어떠한 자기 보존의 기관을 만들어  내게 했을 것인
가? 40억 년이 지난 지금, 고대의 자기 복제자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는가? 그것들은 절멸되
지 않았다. 어쨌든 그것들은 과거에 생존 기술의 명수였다. 그래서 지금도 바닷속을  마음대
로 떠다니고 있다고 기대해서 그것들을 찾으려 해도 소용이 없다. 그것들은 머 옛날에 기사
와 같은 자유를 포기하고 말았다.  오늘날 그것들은 외부로부터 차단된  거대하고 꼴사나운 
로봇 속에 거대한 집단으로 떠지어 살면서  구부러진 간접적인 길을 통하여 외계와  연락을 
갖고 리모트 컨트롤에 의하여 외계를 조절하고  있다. 그것들은 당신 속에도, 내 속에도  있
다. 그것들은 위의 몸과 마음을 창조했다. 그리고 그것들의 우지야말로 우리의 존재의  최종
적 논거이다. 그것들은 자기 복제자로서 기나긴 길을 걸어 왔다. 이제 그것들은  유전자라는 
이름으로 걸음을 계속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것들의 생존 기계인 것이다.

'이야기 모음 > 유전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전자의 친족 관계  (0) 2020.09.20
공격-안정성과 이기적 기계  (0) 2020.09.20
유전자 기계  (0) 2020.09.20
불멸의 코일  (0) 2020.09.20
사람은 왜 존재하는가?  (0) 2020.09.2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