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기계
우리는 생존 기계이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란 인간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모든 동.
식물, 박테리아 그리고 바이러스가 포함되어 있다. 지구상의 생존 기계 전체를 파악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심지어 종의 총수마저도 알지 못하는 석이 현실이다. 곤충만을 취해 보아
도 현재 약 300만 종으로 추정되, 그 개체수로 말하면 1018까지 된다.
다양한 생존 기계
생존 기계는 종류에 따라 그 외형도, 체내 기관도 매우 다양하다. 문어는 생쥐와 유사한
듯하나 닮지 않았으며, 이 둘은 차나무와는 전혀 다르다. 반면에 기본적인 화학 조성은 오히
려 균일하다. 특히 그들이 갖고 있는 자기 복제자, 즉 유전자는 박테리아에서 코끼리에 이르
기까지 모두 기본적으로 동일한 종류의 생활 방법이 있고, 자기 복제자는 다종 다양한 기계
를 만들어 이용하고 있다. 원숭이는 나무 위에서 유전자를 유지하는 기계이다. 물고기는 물
속에서 유전자를 유지하는 기계이다. 심지어 독일의 맥주잔 받침(beer mat) 속에서 유전자
를 유지하고 있는 보잘것없는 작은 벌레도 있다. 이처럼 DNA는 매우 이상한 일을하고 이
TEk.
지금까지는 간단하게 설명하기 위하여 DAN로부터 만들어진 현대의 유전자가 원시 수프
속의 최초의 자기 복제자와 꼭 같은 것이라고 가정하였다. 이것은 논의상 아무런 지장이 없
으나, 실제로는 옳지 않을지도 모른다. 최초의 자기 복제자는 DNA와 유연 관계가 가까운
분자였을지 모르나 전혀 다른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만약 다른 것이었다면 그것들의 생존
기계는 나중에 DNA에 의해 탈취당했다고 말할 수 있다. 만약 그랬다면 최초의 자기 복제
자는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을 것이다. 오늘날의 생존 기계에는 그것들의 흔적이 없으므로
이것들은 덮어두기로 하자. 케언스-스미스(A.G. Cairns-Smith)는 우리들의 선조인 최초의
자기 복제자가 유기 분자가 아닌 금속이라든가 점토의 작은 조각 같은 무기 분자였지 않았
나 하는 흥미로운 추측을 하고 있다. 강탈자이건 아니건 오늘날 DNA는 생존 기계를 손아
귀에 빈틈없이 쥐고 있다. 내가 11장에서 시험적으로 시사함과 같이 현재 새로운 권력 쟁취
가 시작되고 있지 않다면...
DNA의 구성 단위
DNA 분자는 뉴클레오티드(nucleotide)라고 부리는 소형 분자를 구성단위로 하는 긴 사슬
이다. 단백질 분자가 아미노산의 사슬인 것과 같이 DNA 분자도 뉴클레오티드의 사슬이다.
DNA 분자는 작아서 볼수 없으나 그 정확한 형태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잘 파악되고 있다.
그것은 아름다운 나선형으로 맞물린 한 쌍의 뉴클레오티드의 사슬인 '이중 나선'으로 '불멸
의 코일'이라고 불리고 있다. 뉴클레오티드를 구성하는 단위는 단지 네 종류밖에 없다. 그
이름은 A, T, C 그리고 G라고 한다. 이것들은 여러 동.식물에서 동일하다. 단지 틀린 것은
그것들이 연겨되는 순서이다. 인간의 G구성 단위는 여러 점에서 달팽이의 G구성 단위와 같
다. 그렇데 한 인간의 이들 구성 단위의 서열과 다를 뿐만 아니라 같은 사람 사이에서도(그
정도는 큰 것이 아니나) 다르다는 것이다(일란성 쌍생아라는 특수한 경우는 제외하고).
우리의 DNA는 우리의 몸 속에서 살고 있다. 그것은 몸의 한곳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
니고 각 세포에 분포해 있다. 한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 수는 평균 약 1015개이다.
무시할 정도의 예외는 있으나 그들 세포 모두에는 그 몸의 DNA의 완전한 사본(dopy)이 함
유되어있다. 이 DNA는 뉴클레오티드의 A, T, C, G 라는 알파벳으로 쓰인 몸을 만드는 법
에 관한 한 세트의 지령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빌딩의 하나하나의 방에
그 빌딩 전체의 설계도를 넣어 둔 '책장'이 있는 것과도 같다. 세포 내의 이 '책장'은 핵이라
고 불린다. 인간의 설계도는 46권이나 된다. 이 수는 종에 따라 다르다. 우리는 각 '권'을 염
색체라고 부른다. 현미경으로 보면 염색체는 기다란 실처럼 보인다. 유전자는 그 위에 질서
정연하게 줄지어 있다. 어떤 유전자가 어디에서 끝나고 다름 유전자가 어디에서부터 시작하
는가를 판단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으며, 실제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닐지 모른다. 이 장에서
말하듯이, 다행히 이것도 우리의 목적과는 벼로 관계가 없다.
이제부터는 실물을 표시하는 용어와 비유를 적당히 섞어 가면서 건축가의 설계의 예를 들
어 기술하기로 하자. '권'과 '염색체'라는 말은 같은 것을 가리킨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또 유
전자간의 경계는 책의 페이지 사이의 경계만큼 분명치는 않으나 '페이지'는 유전자와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로 한다. 이 비유는 앞으로 자주 사용될 것이다. 이것이 결국 파괴되면 또
다른 비유를 쓰기로 한다. 물론 '건축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DNA의 지령은 자연 선택에 의
해 조립되어 온 것이다.
복제
DNA 분자는 두 가지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그 하나는 복제이다. 즉, DNA 분자는 스
스로의 사본을 만든다. 이 작용은 생명의 탄생이래 쉬지 않고 계속되어 왔고, DNA 분자는
현재 실제로 이 점에서 아주 우수하다. 성장한 인간은 1015개의 세포로 되어 있는데, 처음으
로 태내에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설계도의 원본 하나를 받은 단 한 개의 세포이다. 이 세포
는 각기 본래의 세포 설계도 사본을 받은 두 개의 세포 분열된다. 다시 분열이 계속되어 세
포 수는 4, 8, 16, 32...로 불어나 몇 조로 됐다. 분열 때마다 DNA의 설계도는 거의 틀림없이
충실히 복제되어 왔다.
이것이 DNA 복제라는 첫 번째 이야기이다. 그러나 만약 DNA가 실제로 몸을 만들기 위
한 한 세트의 설계도라고 하면 그 설계도는 어떻게 하여 실행되어 나갈까? 어떻게 몸의 구
조로 번역될 것인가? 여기서 DNA가 작용하는 두 번째의 중요한 문제를 보기로 하자. DNA
는 다른 종류의 분자인 단백질의 제조를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앞 장에서 말한 헤모글
로빈은 많은 종류의 단백질 분자의 일례에 지나지 않는다. 4분자의 뉴클레오티즈 알파벳으
로 쓰인 암호화된 DNA의 메시지는 단순한 기계적 방법으로 별도의 알파벳으로 번역된다.
그것은 단백질 분자를 한자 한자 읽어 가는 아미노산의 알파벳이다.
단백질을 만드는 것은 몸을 만드는 것과는 아주 무관한 것처럼 생각이 되나 사실은 그 방
향으로의 작은 첫걸음인 것이다. 단백질은 몸의 물리적 구조를 구성하고 있을뿐더러 세포
내의 화학적 과정 전반에 예민한 제어를 하여 정확한 시간, 정확한 장소에서 화학적 과정의
스위치를 선택적으로 켰다 껐다 한다. 이것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유아의 발육에 연결되는가
하는 문제를 발생학자가 확실히 해결하는 데는 몇십 년, 아니 몇 백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행하여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유전자는 인체를 조작하며 간접적으로 지배
하고 있는데, 그 영향은 엄밀히 일방 통행이다. 즉, 획득 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 생애에 수
많은 지식과 지혜를 얻었더라도 유전적 수단으로는 그 중 한 가지도 자식에게 전해지지 않
는다. 새로운 세대는 각각 무에서 시작해야 한다. 몸은 유전자를 불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하
여 유전자가 이용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유전자가 배 발생을 제어하고 있다는 사실이 진화상에 갖는 중요성은 다음에 있다. 즉, 그
것은 유전자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장래의 자기 존재에 책임이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유전자의 존재는 그 것들이 만들어 내서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몸의 효율에 의존하
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 자연 선택은 원시 수프 속에서 자유로이 떠다니는 자기 복제자의
살아 남는 방법의 차이에 의하여 성립되고 있었다. 반면에 지금의 자연 선택은 생존 기계를
잘 만드는 자기 복제자, 즉 배 발생의 제어 기술이 뛰어난 유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이 점에 관하여 자기 복제자는 전처럼 변함없이 의식적이거나 의도적이 아니다. 수
명의 길이, 다산성, 복제의 충실도에 의한 경쟁자 분자간의 자동적 선택이라는 낡은 과정은
아직도 먼 옛날과 같이 계속되고 있다. 유전자는 선견지명이 없다. 그것들은 미리 계획을 세
우지 않는다. 유전자는 그저 있을 뿐이다. 어떤 유전자는 다른 것보다 많이 있다. 그리고 다
만 많이 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유전자의 수명의 길이와 다산성을 결정하는 능력은 옛날
처럼 단순하지는 않다. 훨씬 복잡한 것이다.
최근 6억 년 동안 자기 복제자는 근육, 심장, 눈(몇 번인가 독립적으로 진화하고 있다)과
같은 생존 기계 기술에서 주목할 만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 이전에 그것들은 자기 복제자로
서의 생활 양식의 근본적 특성을 철저히 변혁했다. 이에 관해서는 계속 논의하는 중에 자연
히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현대의 자기 복제자에 관하여 우선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은 떠지어 사는 성질이 대단
히 강하다는 점이다. 하나의 생존 기계는 단 하나만이 아닌 수십만이나 되는 유전자를 가진
하나의 운반체(vehicle)이다. 몸을 구축한다는 것은 개개의 유전자의 분담을 구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협동 사업인 것이다. 하나의 유전자가 몸의 여러 부분에 대하
여 각각 다른 효과를 미치는 수도 있다. 또 신체의 어떤 부위는 여러 유전자의 영향을 받으
며, 어떤 한 유전자는 다른 많은 유전자들의 상호 작용에 의해 효과를 나타내는 수도 있다.
또 그 중에는 다른 유전자군의 작용을 제어하는 지배 유전자(master gene)의 작용을 하는
것도 있다. 이를테면 설계도의 각각의 페이지에는 건물의 각각 다른 부분에 관한 지시가 씌
어 있고, 각 페이지는 많은 다른 페이지의 앞뒤를 참조함으로써 의미를 갖는다.
유전자는 개체의 특성을 정한다
유전자는 어느 정도의 복잡한 상호 의존성을 갖는데도 도대체 왜 '유전자'라는 말을 쓰느
냐고 의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 '유전자 복합체'와 같은 집합 명사를 쓰지 않을까? 과연
그것은 많은 목적으로 보아 좋은 생각이다. 그러나 또 다른 견해로 보면 이 유전자 복합체
란 것이 불연속인 자기 복제자, 즉 유전자로 나뉘었다고 생각하기에는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것은 성이라고 하는 현상 때문이다. 유성 생식에는 유전자를 섞어 붙이는 작용이 있
다. 이것은 개개의 몸이 모두 유전자의 단명한 조합을 위한 임시적 매체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하나하나의 개체에 머물고 있는 유전자의 조합은 단명하지만 유전자 자체는
매우 오래 살아 남는 잠재력이 있다. 그것들이 밟는 길은 끊임없이 만나고 떨어지면서 세대
에서 세대로 이어져 간다. 한 개의 유전자는 몇 세대라도 개체의 몸을 통하여 살아가는 단
위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이것이 이 장에서 논하는 중심 과제이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매우
존경하는 몇 사람의 동료가 완강히 동의를 거절하는 점이기도 하므로 나의 설명은 다소 지
겹게 생각될 것이나 용서하기 바란다. 우선 성의 실태를 간단히 설명해야 하겠다.
인간 설계도
나는 인간의 몸을 만들기 위한 설계도가 46권 속에 똑똑히 그려져 있다고 했다. 이 말은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있다. 사실은 다소 기묘하다. 46개의 염색체는 23쌍의 염색체로 이루어
져 있다. 즉, 모든 세포의 핵 속에 정리되어 있는 것은 23권의 설계도 두 세트라고 해도 좋
을 것이다. 이것들을 1a 권과 1b 권, 2a 권과 2b 권...23a 권과 23b 권으로 하자. 물론 어떤
원이나 어떤 페이지에 어느 번호를 매기는가는 전혀 임의적이다.
우리는 양친으로부터 각기 한 세트씩의 염색체를 받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양친의 정소
와 난소 안에서 조립된 것이다. 예컨대 1a 권, 2a 권, 3a 권...은 부친으로부터 받은 것이고
1b 원, 2b 권, 3b 권...은 모친으로부터 온 것이다. 실제로는 대단히 어려운 것이지만 논리상
으로는 어떤 세포의 46개의 염색체를 현미경으로 보아 부친에서 유래하는 23개와 모친에서
유래하는 23개를 분별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 쌍으로 된 염색체는 서로 물리적으로 붙어서 전생애를 지낼 수도 없고 서로 가까이 지
낼 수도 없다. 그러면 어떤 의미에서 '짝지어진'것일까? 그것은 부친 기원의 각 권이 모친
기원의 특정한 권과 페이지를 바꿔 넣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짝지어진' 상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가령 13a권의 6페이지와 13b권의 6페이지는 둘 모두 눈의 색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한편에는 '청색'이라고 씌어지고 또 한편에는 '갈색'이라고 씌어 있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두 개의 바꿔치기가 가능한 페이지에 같은 것이 씌어져 있는 경우도 있으나 눈 색
깔의 예와 같이 틀릴 수도 있다. 그것들이 모순된 '추천'을 할 때 몸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답은 다양하다. 어떤 경우에는 한쪽의 표시가 다른 쪽의 표시를 이긴다. 눈 색깔이이 그 예
이다. 실제로 갈색 눈을 가진 사람에게는 푸른 눈을 만들기 위한 지령이 무시되어 있는 것
이다(그러나 푸른 눈을 만드는 지령이 자손에게 전해지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니다). 이와 같
이 무시되는 유전자를 '열성 유전자'라고 한다. 열성 유전자의 반대는 '우성 유전자'이다. 갈
색의 눈을 만드는 유전자는 청색 눈을 만드는 유전자에 대해 우세하다. 대응하는 페이지의
두 개의 사본이 일치하여 푸른 눈을 추천할 경우에만 푸른 눈이 되는 것이다. 더 일반적인
경우 상대하는 유전자가 동일하지 않을 때에 그 결과는 어떤 종류의 타협이 된다. 즉, 몸은
중간 형태의 설계가 되든가 또는 어떤 쪽과도 전혀 다른 것이 되는 것이다.
갈색 눈의 유전자와 푸른 눈의 유전자와 같이 두 개의 유전자가 염색체상의 동일 위치에
서 경쟁자일 경우 그것들을 서로의 '대립 유전자'라고 부른다. 우리의 목적을 위하여 대립
유전자라는 말을 경쟁자라는 말과 동의어라고 가정하자. 건축가의 설계도의 권을 루스 리프
(loose leaf)식 바인더로 여기고 페이지를 분리 교환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서 생각해 보자. 매
13권에는 6페이지가 있는데 5페이지와 7페이지 사이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6페이지가 몇
종류 있다. 어떤 것은 '푸른 눈'을 표시하고 있고 어떤 것은 '갈색 눈'을 나타내고 있다. 또
개체군 전체에는 녹색 등 다른 색을 나타내는 것도 있을지 모른다. 아마도 개체군 전체에
흩어져 있는 13번째 염색체상의 6페이지에 위치하는 대립 유전자는 대여섯 개 정도가 있음
에 틀림없다. 어떤 사람이라도 13권의 염색체는 두 개 이상을 갖지 못한다. 따라서 한 사람
이 6페이지의 부위에 갖는 대립 유전자는 최대 2개이다. 즉, 푸른 눈의 사람처럼 같은 대립
유전자의 사본을 갖고 있든가, 또는 개체군 전체에 이용되고 있는 대여섯 개 중에서 뽑힌
어떤 것이든 두 개의 대립 유전자를 갖고 있다.
윤전자 풀
물론 개체군 전체로써 이용되는 유전자 풀(pool) 속을 스스로 나가서 유전자를 선택해 낼
수는 없다. 어떤 시점에서도 모든 유전자는 개개의 생존 기계 속에 포함되어 있다. 유전자는
수정시에 우리에게 나누어지는 것으로서 이에 관해서는 우리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하
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개체군의 유전자는 일반적으로 유전자 풀로 생각되는 성격의 것이
다. 이 말은 유전학자가 사용하는 학술 용어이다. 유성 생식은 주의 깊게 조직된 방법에 따
르기는 하나 유전자를 서로 섞어 붙이기 때문에 유전자 풀이라는 것은 좋은 개념이다. 특히
페이지나 페이지의 뭉치를 루스 리프 바인더로부터 풀었다 바꾸어 넣었다 하는 것 같은 일
이 실제로 행하여지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곧 기술하겠다.
앞에서 말한 바대로 한 개의 세포가 두 개로 갈라지는 정상적인 세포 분열에 있어 그 각
각의 세포는 46개의 모든 염색체 사본을 전부 받는다. 이 정상적인 세포 분열을 '체세포 분
열'이라 한다. 그런데 이외에도 '감수 분열'이라고 하는 다른 형태의 세포 분열이 있다. 이것
은 생식 세포, 즉 난자와 정자를 만들 때에만 일어나는 세포 분열이다. 난자와 정자는 염색
체를 46개가 아니 23개밖에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의 세포 중에서 유일한 존재이다.
물론 이 수는 46개의 꼭 절반이며, 이것은 수정에 의하여 융합하여 새로운 개체를 만들기에
안성맞춤인 수이다. 감수 분열은 정소와 난소에서만 일어나는 특수한 형태의 세포 분열이다.
거기에서는 두 세트의 46개의 염색체를 갖는 1개 세포가 분열하여 한 세트에 23개의 염색체
를 갖는 생식 세포가 되는 것이다(설명에는 인간의 경우의 수를 쓰기로 한다).
정자-23개의 염색체
23개의 염색체를 가진 정자는 정소 내의 46개의 염색체를 갖는 보통의 세포가 감수 분열
하여 만들어진다. 한 정자 세포에 어떤 23개의 염색체가 들어갔을까? 매우 중요한 것은, 46
개 중에서 무조건 아무거나 23개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즉, 13권의 사본이 둘
이 있어 17권의 사본이 하나도 없게 되는 상태로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론상은 어떤
개체가 그 정자 하나에, 이를테면 모친 기원의 염색체만을, 즉 1b 권, 2b 권, 3b 권, ...23b
권을 주는 것이 가능하다. 이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경우, 자식은 그 유전자의 절반을
친할머니로부터 계승하여 친할아버지로부터는 아무것도 계승하지 않은 셈이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와 같은 전체 염색체의 통일된 배분은 일어나지 않는다. 사실은 더 복잡하다. 권
(염색체)은 루스 리프 바인더라고 생각된다고 한 것을 다시 생각해 보고 싶다. 어떻게 되는
가 하면 정자형성 중에서 단일 페이지 또는 여러 페이지가 벗어나 짝이 되는 권의 그것에
맞는 페이지와 교환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정자는 1a 권의 처음 65 페이지와 1b 권의 66
페이지부터 끝까지를 취하여 제 1권을 만드는 수가 있다. 이 정자 세포의 다른 22권도 같은
식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가령 어떤 개체의 모든 정자 세포가 같은 세트의 46개의 염색체
의 작은 조각에서 23개의 염색체를 모았다고 해도 그 정자 세포는 모두 유일한 것이다 난자
는 난소 내에서 같은 식으로 만들어지고 역시 어떤 것이든 유일하다.
교차
이 혼합 메커니즘은 어느 정도 잘 알려져 있다. 정자(또는 난자) 형성 중에 각 부친쪽의
일부 염색체는 물리적으로 떨어져서 모친쪽의 염색체에 있는해당되는 부분과 바뀐다(전술한
바대로, 여기서 부친쪽, 모친쪽 이라고 하는 것은 그 정자를 만드는개체의 양친에서 유래하
는 염색체라는 것이다). 염색체의 일부를 교환하는 이 과정을 '교차(crossing over)'라고 한
다. 이것은 이 책의 논의 전반에 걸쳐 매우 중요하다. 교차라는 것이 행해지는 이상, 당신이
현미경을 가지고 자기의 정자(당신이 여자라면 난자)의 염색체를 본다고 해도 당신의 부친
으로코더 온 염색체와 모친으로부터 온 염색체를 구별한다는 것은 시간 낭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이것은 보통의 체네포의 경우와는 현저한 대조를 이룬다). 한 개의 정자내에 있는 염
색체는 어떤 것이든 모친쪽의 유전자와 부친쪽의 유전자의 모자이크로 된 잡종인 것이다.
페이지와 유전자의 비유는 여기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루스 리프 바인더에서는 한 페이지
전체가 삽입되거나 삭제되거나 교환되거나 하지만 한 페이지의 일부분이 삭제되거나 교환되
거나 하는 일은 없다. 그렇지만 유전자 복합체는 유클레오티드의 문자를 연결한 긴 실이며
페이지에 따로따로 분명하게 나뉘어져 있지 않다. 확실히 '단백질 사슬메시지의 종결과 개
시'에는 단백질 메시지와 같은 4 분자의 알파벳으로 쓰인 특별한 심벌이 있다. 이들 2개의
구두점 사이에는 1개의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암호화된 지령이 있다. 원한다면 단일 유전자
란 개시와 종결의 심벌 사이에 1개의 단백질 사슬을 암호로 나타내고 있는 일련의 뉴클레오
티드 문자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시스트론(cistron)'이란 말은 이와 같이 정의되는 단위로
서 쓰여지고 있고, 일부의 사람들은 유전자라는 말과 시스트론이란 말을 같은 것으로 사용
하고 있다. 그러나 교차는 시스트론간의 간격을 지키지 않는다. 시스트론 사이와 마찬가지로
시스트론 내에서도 쪼개지는 수가 있다. 그것은 마치 설계도가 별개의 페이지에 씌어져 있
는 것이 아니고 46권의 두루마리 테이프에 씌어져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시스트론의 길이
는 일정치 않다. 어떤 시스트론이 어디에서 끈나고 다음의 시스트론이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를 아는 유일한 방법은 테이프상의 심벌을 읽고 '메시지의 새기와 종결'의 테이프상의 심벌
을 읽고 '메시지의 개시와 종결'의 심벌을 찾는 것이다. 교차는 상대하는 모친쪽의 테이프와
부친쪽의 테이프를 잡아 들고, 그것들에게 쓰이어진 것과는 무관하게 대응하는 부분을 잘라
서 서로 교환하는 것에 해당한다.
이 책의 제목에 쓴 유전자라는 말은 단일 시스트론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좀더 미묘한
무엇인가를 가리키고 있다. 나의 정의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지 못하며, 또한 유전자에 대
하여 모든 사람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정의는 없다. 가령 있다손 치더라도 신성하여 범하
기 어려운 정의라는 것은 없다. 어떤 말을 뚜렷이 의심의 여지없이 정의한 다면 자기의 목
적에 맞추어 마음대로 정의할 수 있다. 내가 사용하고 싶어하는 것은 윌리엄스의 정의이다.
그에 의하면 유전자는 자연 선택의 단위로서 역할할 수 있을 만큼 긴 세대에 걸쳐 지속되는
염색체 물질의 일부로 정의된다. 앞 장에서 사용한 말로 표현하면 유전자는 복제 충실도가
뛰어난 자기 복제자라고 할 수 있다. 복제 충실도라는 것은 복제형의 수명을 나타내는 별도
의 표현이다. 나는 이것을 단순히 수명이라고 하기로 한다. 이 정의는 어느 정도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유전 단위
어떤 정의에 있어서도 유전자가 염색체의 일부라는 것은 틀림없다. 문제는 어느 정도 크
기의 일부인가, 즉 테이프의 어느 정도의 부분인 가라는 것이다. 테이프상의 인접한 암호 문
자의 서열을 고려해 보자. 이 암호의 서열을 유전 단위라 부르기로 하자. 그것은 한 시스트
론 내의 겨우 10문자의 서열일지도 모르고, 8개의 시스트론의 서열일지도 모른다. 또는 시스
트론의 중간쯤에서 시작과 마무리를 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그것은 다른 유전 잔위와 중복
되는 수도 있을지 모른다. 작은 단위를 몇 개라도 함유할 수도 있을 것이고, 큰 단위의 일부
를 이룰 수도 있겠다. 현재의 논의에는 길이가 어떻든 상관없다. 이것이 우리가 유전 단위라
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단지 염색체상의 일정한 구간의 일이고, 물리적으로 나머지
염색체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에 착안한다. 유전 단위는 짧으면 짧을수록 몇 세대에 이르기까지도 장
생하는 것 같다. 특히 교차에 의하여 쪼개지는 일이 적다고 생각된다. 감수 분열에 의하여
정자나 난자가 만들어질 때마다 한 염색체에 대하여 평균 1회 교차가 일어나 그 교차가 염
의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 보자. 염색체의 길이의 절반의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 보자. 염색체의 길이의 절반의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 보자.
염색체의 길이의 절반에 이르는 대단히 큰 유전 단위를 생각하면, 그 단위가 1회의 감수 분
에 이르는 대단히 큰 유전 단위를 생각하면, 그 단위가 1회의 감수 분열에서 쪼개지는 확률
은 50%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유전 단위가 염색체 길이의 1%밖에 없으면 1회의 감수
분열에서 절단되는 확률이 1%밖에 없다고 가정할 수 있다. 이것은 그 단위가 개체의 자손
중에 몇 세대를 걸쳐서라도 살아 남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단일 시스트론은 염색체 길이의
1%보다 휠씬 작은 것 같다. 인접한 몇 개의 시스트론까지도 교차에 의해 해체되기까지 몇
세대에 걸쳐 살아 나가는 것으로 생각된다.
유전자의 평균 수명
유전 단위의 평균 수명은 편의상 세대수로 나타낼 수 있고, 다시금 그것을 연수로 환산할
수가 있다. 만약 하나의 염색체 전체를 유전 단위라고 가정하면 그 생활사는 1세대밖에 이
어지지 않는다. 당신이 부친으로부터 이어받은 8a번 염색체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것은
당신이 수태되기 직전에 당신 부친의 정소 속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세계의 모든 역사를 통
하여 그 이전에는 결코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감수분열의 혼합 과정에 의해 생겼다. 즉,
당신의 부친쪽의 조부모로부터 온 염색체 절편이 함께 되어 이루어진 것이다. 그것은 모두
특정의 정자 내에 배치되어 있고, 유일한 존재였다. 그 정자는 막대한 수에 달하는 아주 작
은 배의 대선단 중의 한 척이고 그들 배는 일제히 당신의 모친 속으로 노를 저어 들어갔다.
이 특별한 정자는(당신이 이란성 쌍생아가 아니면) 당신 모친의 난자 중 하나에 도달했으며,
선단 유일의 정자였다. 이것이 당신의 존재 이유이다. 우리가 고찰하고 있는 유전 단위, 즉
당신의 8a번 염색체는 나머지 모든 유전 물질과 같이 스스로 복제를 시작했다. 지금 그것은
짝을 갖춘 형태로 당신의 몸 속에 존재한다. 그러나 당신이 자식을 만드는 차례가 되면 이
염색체는 당신이 난자(또는 정자)를 만들 때에 파괴된다. 그 일부는 당신의 모친쪽의 8b번
염색체의 일부와 교환될 것이다. 모든 생식 세포에서 새로운 8번 염색체가 만들어진다. 그것
은 헌 염색체보다 '좋을'지도 모르고 '나쁠'지도 모르나, 매우 이루어지기 어려운 우연의 일
치가 없는 한 전혀 다르고 아주 유일한 것이다. 한 개의 염색체 수명은 한 세대인 것이다.
더욱 작은 유전 단위, 예컨대 당신의 8a번 염색체의 1/100의 길이의 유전 단위 수명은 어
떨까? 이 단위도 역시 당신의 부친으로부터 온 것인데 그것은 당신의 부친 속에서 비로소
모아진 것은 아니다. 전술한 추론에 의하면 당신의 부친의 조모로부터 온 것으로 하자. 조모
가 자신의 양친의 한 사람으로부터 그 단위를 전부 받아들일 확률도 역시 99%이다. 작은
유전 단위의 선조를 멀리까지 거슬러 올라가 보면 결국은 그 최초의 창조자를 만나게 될 것
이다. 그것은 어느 단계에서 당신의 조상의 한 사람의 정소 또는 난소 내에서 비로소 만들
어졌음에 틀림없다.
나는 '만들어진다'라는 말을 어느 정도 특수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음을 거듭 말해 두게
TEk.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유전 단위를 구성하고 있는 더 작은 소단위는 훨씬 이전부터
존재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유전 단위가 어떤 시점에서 생겨났다고 하는 것은 소
단위의 배치(이것에 의하여 단위가 규정된다)가 그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만들어진 시기는 예컨대 당신의 조부모의 세대 정도로 아주 최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극히 작은 단위를 생각하면 그것은 처음에 아주 먼 조상 중 아마도 원숭이와 닮은
유인원에서 조립되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당신 속의 작은 유전 단위는 먼 미래까지
살아나가 먼 자손에게 완전하게 전해질지도 모른다
어떤 개체의 자손은 하나의 계통을 밟는 것이 아니라 분지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당신
의 8a번 염색체의 그 짧은 일부분을 '만들어낸' 것이 당신의 어느 선조이든 그 사람에게는
다분히 당신 외에 많은 다른 자손이 있을 것이다. 당신의 유전 단위의 하나는 당신의 6촌
형제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내게 있을지도 모르고 수상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신이 키우는 개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아주 옛날로 되돌아가 보면 우리는 다 같은 조상에
도달하기 때문에, 또 동일 한 작은 단위가 우연히 독립적으로 몇 번이고 긁어모아지는 수도
있을 것이다. 유전 단위가 작으면 작을수록 그것이 다른 개체에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즉,
사본의 형태로 이 세상에 몇 번이고 나타날 확률이 높다.
돌연변이
전부터 존재하던 소단위가 교차에 의해 모이는 기회는 새 유전 단위가 만들어지는 보통의
방법이다. 또 하나의 방법-그것은 수가 적으나 진화상 매우 중요하다-은 '점 돌연변이(point
mutation)'라고 한다. 점 돌연변이는 어떤 책 속의 하나의 문자의 오식에 의한 잘못이다. 그
것은 드물지만 유전 단위가 길면 길수록 그 길이의 어디엔가 돌연변이에 의해 변할 가능성
이 크다.
또 다른 중요하고도 드문 종류의 과실 또는 돌연변이를 '역위'라고 한다. 염색체의 일부가
양단으로 잘려서 거꾸로 되어 역의 위치에서 다시 붙는 것이다. 앞에서의 비유로 말하면 이
경우 페이지를 다시 세어 볼 필요가 있게 된다. 때로는 염색체의 일부가 단순히 역으로 되
어 있을 뿐만이 아니라 염색체의 전혀 다른 부분에 붙은 경우도 있고 아주 다른 염색체에
붙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어떤 권에서 다른 권으로 페이지의 다발을 옮기는 것이 된다. 보
통은 유해한 이런 종류의 과오가 중요한 것은 시시때때로 함께 작용하는 유전 물질 조각에
긴밀한 '연관'을 불러일으키는 수가 있다. 양쪽이 존재하는 때만이 유효하게 작용하는 두 개
의 시스트론(이것들은 어떤 점에서 서로 돕고 있다)은 아마도 역위에 의하여 서로 가까워질
것이다. 이때에 자연 선택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새로운 '유전 단위'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경우 그 유전 단위는 미래의 개체군 내에 퍼질 것이다. 유전자
복함체는 세월이 지나는 사이에 이와 같이 큰 폭으로 재조립되어 '편집된' 것으로 생각된다.
나비의 의태
가장 훌륭한 예의 하나는 '의태'로써 알려진 형상이다. 어떤 종류의 나비는 구역질 나는
맛이 있다. 그것들은 보통 선명하고 눈에 띄는 색깔을 하고 있어서 새들은 그 '경고색'을 기
억하여 그것을 피한다. 반면에 맛이 나쁘지 않은 타종의 나비는 쉽게 잡혀 먹힌다. 그래서
이것들은 나쁜 맛의 나비를 흉내낸다. 즉, 나쁜 맛의 나비를 닮은 색깔과 형태(맛은 닮지 않
은)를 가지고 태어난다. 박물학자들은 종종 그것들에게 속으며 새들도 역시 속는다. 정말 싫
은 맛의 나비를 한 번 맛본 새는 비슷하게 보이는 나비를 모두 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 중
에는 의태종도 포함되어 있다. 이 때문에 의태의 유전자는 자연 선택상 유리하게 된다. 이것
이 의태가 발달하는 이유이다.
'나쁜 맛'의 나비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며 그것들이 모두 닮은 것은 아니다. 의태종이 그
것들을 전부 닮을 수는 없다. 나쁜 맛을 내는 한 특정한 종류에 자신을 맡겨야만 한다. 일반
적으로 의태종은 각각 특정한 나쁜 맛을 내는 종으로 흉내낼 수 있는 전문가이다. 그러나
그 중에는 아주 묘한 짓을 하는 의태종이 있다. 그 의태종의 이부 개체는 어떤 하나의 나쁜
맛을 내는 종에 의태하며 다른 개체는 또 다른 나쁜 맛을 내는 종에 의태하고 있다. 중간
상태의 개체나 양쪽에 의태하려고 하는 개체는 즉시 먹혀 버리기가 십상이나 실은 이와 같
은 중간형은 안 생긴다. 한 개체가 암놈이거나 수놈이거나 양단간에 하나이어야 함과 같이
한 개체는 어떤 하나의 나쁜 맛을 내는 종에 의태하든지 양자 중에서 택일한다. 어떤 나비
는 A종에 의태하는 반면에 그 형제 나비는 B종에 의태한다.
그것은 마치 한 개의 유전자가 A종을 닮거나 B종을 닮거나를 결정하고 있는 듯이 보인
다. 그러나 단 한 개의 유전자가 의태의 다종다양한 면 -색깔, 형태, 점 모양, 비행의 리듬
까지-의 모든 것을 어떻게 결정할 수 있을까? 아마도 한 시스트론의 의미의 유전자로는 그
것은 가당치 않다. 그러나 실은 역위와 그 밖의 우연한 재배열에 의하여 유전 물질에 무의
식으로 자동적인 '편집'이 행해진 결과 이전에는 마구 흩어져 있던 다수의 유전자가 염색체
상의 한 장소에 모여 긴밀한 연관 집단을 이룬 것이다. 이 집단 전체는 한 개의 유전자와
같이 행동하여- 실제로 우리의 정의로는 이것은 단일 유전자이다- 별도의 집단인 '대립 유
전자'를 가지고 있다. 어떤 집단에는 A종으로 의태하는 데 관여하는 시스트론이 함유되어
있다. 각 집단이 교차에 의해 분열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자연계에서는 중간형의 나비
는 전혀 볼 수 없으나, 다수의 나비를 실험실에서 사육하면 극히 드물게 나타날 것임에 틀
림없다.
나는 유전자라는 말을 몇 세대까지도 계속되고 많은 사본의 형태로 배분될 정도로 작은
유전 단위라는 의미에서 쓰고 있다. 이것은 전부냐 또는 아니냐라는 엄밀한 정의는 아니고,
'큰' 또는 '늙은' 등의 정의와 같이 이를테면 윤곽이 차차 흐려져 가는 정의이다. 염색체의
어떤 길이의 한 부분이 교차에 의해 분열되거나 여러 종류의 돌연변이에 의해 쉽게 변한다
면 내가 말하는 의미로써 유전자로 불릴 자격은 없다. 시스트론은 아마도 그러한 자격이 있
다고 생각되나 그보다는 더 색체상의 극히 가까이 있는 수가 있어, 이 경우 우리의 목적에
따라 그것은 단일의 장수하는 유전 단위를 구성하고 있다고 한다. 의태하는 나비의 집단은
좋은 예이다. 시스트론은 어떤 몸을 이탈하여 다음의 몸으로 들어갈 때, 즉 차세대로 여행하
기 위해 정자나 난자에 실릴 때 이전의 항해에서 서로 이웃하던 자들, 즉 먼 조상의 몸으로
부터 긴 방랑의 여행을 같이 해 온 옛 길동무와 한 조각배에 같이 타는 수가 많을 것이다.
같은 염색체상의 서로 이웃한 동지의 시스트론은 단단히 뭉친 길동무를 이루고 있고, 감수
분열 시기가 도래할지라도 한 배에 탑승하므로 손해볼 일은 절대로 없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이 책에는 '이기적인 시스트론'도 '이기적인 염색체'도 아닌 '어느 정도 이
기적인 염색체의 큰 도막과 더욱 이기적인 염색체의 작은 도막'이라는 제명을 붙여야 마땅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이것은 매혹적인 제명은 아니다. 거기서 나는 유전자를
몇 대를 계속할 가능성이 있는 염색체의 작은 도막이라고 정의하고 이 책에 "이기적 유전
자"라는 표제를 붙인 것이다.
여기서 1장의 마지막에 남긴 문제로 돌아가자. 1장에서는 자연 선택의 기본 단위라는 대
표적인 모든 단위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았다. 또한 사람에 따라 종을 자연 선택
의 단위라고 여기는 사람, 종 내의 개체군 또는 집단을 단위로 여기는 사람, 개체를 단위로
여기는 사람도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자연 선택의 기본 단위로서 그리고 이기주의의 기본
단위로써 유전자를 생각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나는 이제 나의 주장이 정당할 수밖에 없
게끔 유전자를 '정의'하려 한다.
자연 선택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말하면 자연 선택이란 각 단위의 생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생
존하는 것이 있으면 죽는 것도 있는데, 이 선택적인 죽음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기 위
해서는 좀더 조건이 필요하다. 각 단위는 많은 사본형으로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그 단위의 적어도 일부는 진화상으로 의미 있는 기간(사본형으로) 동안 생존할 수 있는 능
력이 없으면 안 된다. 작은 유전 단위는 이들의 특성을 갖추고 있다. 개체, 그룹, 그리고 종
에는 그것이 없다. 유전 단위를 실제로 불가분의 독립한 입자로써 다룰 수 있음을 제시한
것은 멘델(Gregor Mendel)의 위대한 업적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이것이 어느 정도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시스트론까지도 때로는 분할되는 수가 있고, 동일 염색체상의
두 개의 유전자는 둘 다 완전히 독립하여 있지 않다. 내가 행한 것은 불가분의 입자라는 이
상에 극도로 가까워지는 단위로서의 유전자를 정의하는 것이다. 유전자는 불가분은 아니나
좀처럼 분할되지 않는다. 확실히 그것은 어떤 개체의 체내에 존재하든지 그렇지 않든지 둘
중의 하나이다. 유전자는 조부모로부터 손자 손녀까지 다른 유전자와 섞이지 않고 그냥 그
대로 중간 세대를 통과하여 여행한다. 유전자가 끊임없이 혼합된다면 우리가 현재 이해하고
있는 자연 선택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다윈 시대에 증명된 것이다. 당시는 유전이 혼합 과정
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그것은 다윈을 대단히 곤란하게 했다. 멘델의 발견은 이미 발표
되어 있었으므로 그것에 다윈을 도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다윈은 그것
을 몰랐다. 사람들이 그것을 읽은 것은 다윈과 멘텔이 죽고 난 후 몇 년이 지나서였다. 멘델
은 아마도 자신이 발견한 것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다
윈에게 편지를 썼을 것이다.
유전자는 불사신이다
유전자의 입자성의 또 하나의 측면은 그것이 노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전자가 100만
년을 살았다고 해서 100년쯤 산 유전자보다 쉽게 죽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자기의 목적에
맞추어 자기의 방법으로 다음에서 다음으로 몸을 조절하며, 죽을 운명에 있는 몸이 노쇠하
거나 죽음에 이르기 전에 차례를 따라 그들의 몸을 버리며, 세대를 거치면서 몸에서 몸으로
옮겨 간다.
유전자는 불사신이다. 아니 불사신에 가까운 유전 단위로서 정의된다. 세계에 존재하는 개
개의 생존 기계인 우리들 인간은 수십 년은 산다고 예측된다. 그런데 세계의 유전자의 예상
수명은 십년 단위가 아닌 1만 년 또는 100만 년 단위로서 재지 않으면 안된다.
유성 생식을 하는 종은 개체가 자연 선택의 중요한 단위로서 자격을 얻기에는 지나치게
크고 허황된 유전 단위이다. 개체의 그룹은 더한층 큰 단위이다. 하늘의 구름이나 사막의 모
래 바람 같은 것이다. 그들은 일시적인 집합 내지는 연합이다. 진화적 시간의 척도로 보면
불안정하다. 개체군은 장기간 계속되나 다른 개체군과 끊임없이 배합되고 있고, 그로 인해
그 자체의 정체성을 잃어 간다. 개체군은 또 내부로부터 진화적 변화를 받는다. 그것은 자연
선택의 단위로 될 수 있을 만큼 독립된 존재는 아니다. 즉, 다른 개체군보다 좋은 것으로
'뽑힐' 정도로 안정하지도 않고 단일하지도 않다.
개체의 몸은 그것이 유지되고 있는 한은 충분히 독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것이 도대체 얼마나 계속될 것인가? 각 개체는 유일하다. 그러나 실체의 사본이 한 개씩밖
에 없을 때에는 그들 실체간에 선택이 작용하여 진화가 일어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유성
생식은 복제가 아니다. 개체군이 다른 개체군에 의해 오염되듯이 한 개체의 자손은 성적 파
트너에 의해 오염된다. 당신의 자식은 당신의 절반밖에 안 되고, 당신은 당신의 아주 작은
부분-몇 개의 유전자-을 가진 다수의 자손을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비록 그들이 당신의
성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개체는 안정한 것이 아니다. 정처없이 떠도는 존재이다. 염색체도 또한 트럼프 놀이의 카
드장처럼 즉시 혼합되고 즉시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카드 자체는 섞여져도 살아 남는다.
이 카드가 유전자이다. 유전자는 교차에 의해서도 파괴되지 않는다. 그저 파트너를 바꾸어
행진할 따름이다. 물론 그들은 계속 행진한다. 그것이 그들의 임무이다. 그들은 자기 복제자
이고 우리는 그들의 생존 기계인 것이다. 우리는 목적으로 쓰여진 후 버려진다. 그러나 유전
자는 지질학적 시간을 사는 거주자이다. 유전자는 영원하다.
유전자는 영원하다
유전자는 다이아몬드처럼 영원하나 다이아몬드와 똑같은 것은 아니다. 원자의 불변하는
패턴으로서 지속되는 것이 개개의 다이아몬드의 결정이다. DNA는 그와 같은 영구성을 가
지고 있지 않다. 자연의 DNA 분자는 어느 것이든 그 생명이 극히 짧다. 분명히 일생보다
길지는 않고 아마도 수십 개월일 것이다. 그러나 DNA 분자는 이론적으로는 자신의 사본
형태로 1억 년이라도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원시 수프 속의 고대의 자기 복
제자와 꼭 같은 특정 유전자의 사본이 세계 속에 널리 분포할 수도 있다. 단지 다른 점은,
오늘날의 복제자들은 모두 생존 기계인 몸 속에 완전하게 들어 있다는 점이다.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유전자가 그 정의상 사본 형태로 거의 불멸이라는 것이다. 유
전자를 단일 시스트론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어떤 목적에는 적절하나 진화론을 논하려면 그
것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확대의 정도는 정의의 목적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는 자연 선택의
실제 단위를 발견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자연 선택에 성공하는 단위가 가져야 할
특성을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앞 장에 의하면 그것은 장수, 다산성, 복제의 정확도이다.
그래서 '유전자'를 적어도 잠재적으로 이와 같은 특성을 갖고 있는 최대의 단위라고 간단히
정의하자. 유전자는 많은 사본 형태로 존재하는 장수의 자기 복제자이다. 그러나 무한 장수
는 아니다. 다이아몬드라 해도 문자대로 영원한 것은 아니고, 시스트론도 교차에 의해 둘로
갈리는 수가 있다. 유전자는 충분하게 존속할 수 있을 정도로 짧고, 자연 선택의 의미 있는
단위로서 일할 정도로는 '충분히 긴' 염색체의 한 조각으로 정의된다.
'충분히 긴'이라고 하는 것은 정확하게 어느 정도의 길이일까? 엄밀히 답할 수는 없다. 그
것은 자연 선택의 '압력'이 어느 정도로 강한가에 달렸다. 즉, '열세'로 생각되는 유전 단위가
'우세' 대립 유전자보다 얼마만큼 많이 소멸하는가에 달렸다. 이것은 양적 문제이며, 개개의
경우에 따라 다르다. 실제 자연 선택의 단위로서 최대인 유전자는 시스트론과 염색체 사이
의 중간 어디엔가에 위치하는 크기라는 것을 알 것이다.
유전자-이기주의의 기본 단위
유전자가 자연 선택의 기본 단위의 첫 번째 후보가 될 수 있는 것은 유전자가 잠재적으로
갖고 있는 불멸성 때문이다. 이제 '잠재적'이라는 말을 강조해야 할 때가 왔다. 어떤 유전자
는 100만 년을 살수가 있으나 많은 새로운 유전자는 최초의 세대조차 다 살지 못한다. 소수
의 유전자가 성공을 거두는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운이 좋아서이지만, 대개는 그 유전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며, 이는 곧 그들의 유전자가 생존 기계를 만드는 데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의 유전자는 자기가 붙어살고 있는 각각의 몸의 배 발생에
영향하에 있을 때보다 조금 더 장수하고 더 많이 번식하도록 한다. 예컨대 '우세한' 유전자
는 자기가 붙어살고 있는 몸에 긴 다리를 주어 그 몸이 포식자로부터 도망하기 쉽게 하므로
자기의 생존을 확실하게 할 것이다. 이것은 개별적인 예이지 보편적인 예는 아니다. 즉, 긴
다리는 반드시 이점이라고 만은 할 수 없다. 두더지에게는 긴 다리가 핸디캡일 수밖에 없다.
개개의 세부적인 것에 치우치지 말고 모든 뛰어난(즉, 장수의) 유전자에 공통되는 어떤 보편
적인 특성을 생각할 수가 있을 것인가? 반대로 어떤 유전자를 '열세'의 단명한 유전자라고
간단히 구별할 수 있는 특성은 무엇일까? 이 같은 보편적인 특성이 몇 개 있을지도 몰라도,
이 책에 특히 관계 깊은 특성이 하나 있다. 즉, 유전자 수준에 있어 이타주의는 악이고 이기
주의는 선이다.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에 대한 유리의 정의로 보아, 이와 같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유전자는 생존 중에 그 대립 유전자 풀 내의 대립 유전자는 다음 세대의 염색체상
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대립 유전자를 희생하여 유
전자 풀 속에서 자기의 생존 기회를 늘리도록 행동하는 유전자는 어느 것이든 그 정의로 보
아 장수하는 경향이 있다. 유전자는 이기주의의 기본 단위인 것이다.
유전자의 협동 사업
지금까지 말한 것이 이 장에서 주로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나는 몇 개의 복잡한 문
제와 가정을 숨긴 채 설명해 왔다. 복잡한 문제의 첫 번째 것은 이미 간단히 말한 것이다.
독립된 자유 유전자가 세대를 통해 여행을 하는데, 그것은 배 발생의 제어에 있어서는 별로
자유로운 인자도 독립된 인자도 아니다. 그것은 규칙도 없이 복잡한 방법으로 서로서로 그
리고 외부 환경과 협력하여 상호 작용을 하고 있다. '긴 다리의 유전자'라든가 '이타적 행동
의 유전자'라든가 하는 표현은 말을 알기 쉽게 하기 위한 비유일 뿐 중요한 것은 그것이 의
미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길든 짧든 다리를 혼자 힘으로 만드는 유전자는 없다. 다리를
만드는 일은 많은 유전자의 협동 사업이다. 외부 환경의 영향도 불가결하다. 즉, 다리는 실
은 먹이로부터 만들어진다. 그러나 다른 조건이 같다면 다른 대립 유전자의 영향하에 있는
것보다는 다리를 길게 하는 경향을 갖는 단일 유전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와 비슷한 예로서 밀의 생장을 촉진하는 비료인 질산염의 영향을 생각해 보자. 질산염
이 없는 곳보다 있는 곳에서 밀이 잘 자란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질산염
비료만으로 말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바보는 없다. 종자, 토양, 햇빛, 물 그리고 여러
가지 무기물도 모두 필요하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렇지만 이들 다른 요인이 일정하게 유지
된다면 제한된 범위내에서는 다소 다를지라도질산염 비료의 시비로 밀은 더 크게 자랄 것이
다. 같은 식으로, 배 발생에 있어서 개개의 유전자에 대해서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배 발생
은 매우 복잡하게 맞물린 짜임새에 의해 제어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그 일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유전 인자든 환경 인자이든 간에 어린아이의 어떠한 부분
의 단일 '원인'으로 생각되는 것은 없다. 어린아이의 모든 부분에는 거의 무한의 선행하는
원인이 있다. 그러나 한 어린아이와 또 다른 어린아이 사이에 있는 하나의 '차이', 이를테면
다리 길이의 차이에는 환경이든 유전자이든 어디엔가 하나내지 두셋의 단순히 선행하는 원
인이 쉽게 발견될지도 모른다. 여하튼 살아 남기 위하여 다투고 싸우는 데 관계가 있는 것
은 개체간에서 볼 수 있는 '차이'이고, 진화에 관계 있는 것은 유전적으로 지배되는 차이인
것이다.
어떤 유전자에 관해 말하면, 그것의 대립 유전자는 생명이 걸린 경쟁 상태이나 다른 유전
자는 온도, 먹이, 포식자 또는 동지와 같은 환경의 일부에 불과하다. 어떤 유전자의 작용은
그 환경에 좌우되며, 그 환경에는 다른 유전자도 포함된다. 유전자의 작용은 그 환경에 좌우
되며, 그 환경에는 다른 유전자도 포함된다. 유전자는 다른 특정 유전자가 존재하면 또 전혀
다른 작용을 나타낼 수 있다. 몸 속의 유전자 세트 전부는 일종의 유전적 풍토나 배경을 이
루고 있고, 개개의 유전자의 작용을 변경하거나 그것에 영향을 주거나 한다.
여기서 우리는 역설에 빠져든 듯이 생각된다. 어린아이를 만드는 것이 이 정도로 복잡한
협동 사업이라면, 그리고 모든 유전자가 그 일을 달성하기 위해 수천의 동료의 유전자를 필
요로 하는 것이라면, 세대를 통하여 몸에서 몸으로 불사신의 샤모아(chamois)같이 도약해
가는 불가분의 유전자는 자유롭고 구속되지 않으며, 자기 추구적 생명의 인자라는 나의 도
식과 이 일은 어떻게 양립할 수 잇는 것일까? 그것은 모두 난센스였을까? 아니 그렇지는
않다. 꾸민 문구에 의해 도취한 부분도 있었을지 모르나 결코 무의미한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모순은 없다. 이것은 또 다른 비유로 설명할 수가 있다.
조정 선수의 예
한 사람의 조정 선수는 자기 혼자만으로 옥스퍼드 대 케임브리지의 조정 경기에서 이길
수 없다. 그에게는 8명의 동료가 필요하다. 각각의 선수는 항상 보트의 특정 부분에 앉는 전
문가이다. 즉, 뱃머리에서 노젓는 자든지 조정수든지 키잡이든지 그들은 각각 어떤 역할을
맡고 있다. 보트를 젓는 것은 협동 작업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에는 다른 사람보다
팔심이 좋은 자가 있다. 코치는 뱃머리에서 노젓는 전문의 선수진, 키잡이 전문의 선수진 등
한 그룹의 후보 중에서 자기의 이상으로 하는 조정 팀(크루, Crew)을 뽑아야 한다. 그가 다
음과 같이 뽑았다고 하자. 그는 매일 각 위치의 후보자를 무작위로 조합하여 새로이 3조의
크루를 짜서 그 3조의 크루를 서로 경쟁시킨다. 이것을 몇주간 계속하면 이긴 보트에는 종
종 동일 인물이 타고 있는 경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인물은 우수 선수로서 기록된다.
또 그 중에는 항상 뒤지는 크루 속에 얼굴을 보이는 선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자들은
결국 제거된다. 그러나 특별히 팔심이 좋은 선수라도 때로는 뒤지는 크루에 들어 있는 수가
있다. 다른 멤버의 팔이 나빴던 탓이든지 운이 나빠서 -반대편에서 강풍이 불어 와서- 이
다.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이긴 보트에 있다는 경향은 그저 '평균'해서 그런 것이다.
이 선수들에 해당하는 것이 유전자이다. 보트의 각 위치에 관한 경쟁자는 염색체상의 동
일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있는 대립 유전자이다. 노를 빨리 젓는 것은 생존에 성공하는 몸
을 만드는 것과 같다. 바람은 외부 환경에 해당한다. 교체 요원의 집단이 유전자 풀이다. 하
나의 몸에 관하여 말하면 그 몸의 유전자 전부가 한 보트에 타고 있는 꼴이 된다. 좋은 유
전자가 나쁜 동료 속으로 들어가 치사 유전자와 한 몸 속에서 동거하는 수도 흔히 있다. 이
경우 치사 유전자가 그 몸을 어릴 때에 죽여 버리고 좋은 유전자는 다른 유전자와 같이 파
괴된다. 그러나 이것이 유일한 몸은 아니다. 좋은 유전자와 같은 복제물이 치사 유전자를 갖
지 않는 다른 몸 속에서 살고 있다. 좋은 유전자의 많은 사본은 때로는 버릇 나쁜 유전자와
한 몸에 동거했기 때문에 그것에 이끌려서 멸망하는 수도 있고, 또 머물고 있는 몸이 벼락
을 맞는 등 불운한 일에 휩쓸려서 죽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의에 따르면 운, 불운은 무작위
로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일관해서 손실되는 쪽에 있는 유전자가 불운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몹쓸 유전자인 것이다.
팀워크(teamwork)
훌륭한 조정 선수의 자질의 하나는 팀위크, 즉 크루의 나머지 멤버와 협조할 수 있는 능
령이다. 이것은 강한 근육만큼이나 중요하다. 나비의 예에서 말한 대로 자연 선택은 역위와
다른 염색체 일부의 대규모적 이동에 따라 무의식으로 하나의 유전자 복합체를 '편집'해 잘
협조하는 유전자를 모아서 긴밀하게 결합한 입단으로 만들어 낸다. 그러나 물리적으로는 전
혀 결부될 수 없는 유전자끼리 서로 양립하기 위하여 선택될 수도 있다. 다음 세대의 몸 속
에서 만나는 대개의 유전자, 즉 유전자 풀의 나머지 전부의 유전자와 잘 협조하는 유전자는
유리하게 되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유능한 육식 동물의 몸에는 여러 가지 특성이 필요하다. 그 중에는 고기를 자르
는 이빨, 고기를 소화하기에 적합한 소화관, 그리고 그 밖의 여러 가지 특성이 있다. 한편
유능한 초식 동물은 풀을 씹기 위한 넓은 이빨과 특별한 소화 기구를 가진 아주 긴 창자를
필요로 한다. 초식 동물의 유전자 풀 속에서 육식용의 날카로운 이빨을 그 소유자에게 제공
하는 새로운 유전자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그 것은 일반적으로 육식이라는 착상이
나빠서가 아니다. 적합한 소화관과 기타 육식 생활에 필요한 모든 특성까지도 갖추고 있지
않으면 고기를 효율적으로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육식용의 예리한 이빨에 관한 유전자가
본래 열등한 유전자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초식성을 위한 유전자가 우세한 유전자 풀 속에
있을 때에만 열등한 유전자이다.
이것은 미묘하고 복잡한 개념이다. 어떤 유전자의 '환경'이 대개 다른 유전자로 구성되어
있고, 다른 유전자의 각각이 다시금 또다른 유전자라는 환경과 협력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
선택되어 가기 때문에 복잡한 것이다. 이 미묘한 점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비유가 있는데 이
것은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게임 이론'과 유사하다. 게임 이론에
관해서는 개체간의 공격적인 경쟁에 관련하여 제 5장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그래서 이점에
관한 이 이상의 논의는 제 5장의 끝부분으로 미루고, 이 장의 중신 과제로 이야기를 돌리자.
즉, 자연 선택의 기본 단위로 생각하기에 가장 적합한 것은 종도 아니고 개체군도 아니고
개체조차도 아닌 유전 물질의 약간 작은 단위(이것을 유전자라고 부르면 편리하다)라는 것
이다. 이 논의의 기초가 되는 것은 전에도 언급했듯이 유전자가 잠재적으로 불사신인 데 대
하여 몸과 모든 다른 더 상위의 단위는 일시적인 것이라고 하는 가정이었다. 이 가저은 두
개의 사실, 즉 유성 생식과 교차라는 사실과 개체는 죽는다라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것은 뚜렷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그것들이 왜 사실일까라는 물에
주저하지는 않는다. 왜 우리와 대부분의 다른 생존 기계가 유성생식을 하는 것일까? 우리의
염색체는 왜 교차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우리는 영원히 살지 못하는가?
노화 이론
'우리는 왜 늙어서 죽는가'하는 의문은 복잡한 문제이고 그 상세한 것은 이 책의 범위를
넘는 것이다. 특별한 이유에 덧붙여 보다 일반적인 이유가 몇 가지 제안되었다. 예를 들면
노쇠는 개체의 생애 동안에 일어나는 복제 과정의 유해한 잘못과 다른 유전자의 손상이 축
적된 것이라는 이론이 있다. 또 메다워(Peter Medawar) 경이 제창하는 또 하나의 이론은
유전자 선택에 의한 진화 사상의 좋은 예이다.
메다워는 우선 "늙은 개체는 그 종의 나머지 개체에 대한 이타적 행위로서 죽는다. 왜냐
하면 번식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늙어서 공연히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기 때문이다"라고 하
는 종래의 설을 버렸다. 메다워가 지적하고 있듯이 이것은 증명하려고 하는 것을, 즉 개체가
너무 늙어서 번식할 수 없음을 처음부터 가정하는 하나의 순환 논법이다. 그 부분은 더 훌
륭하게 바꿔 말할 수 있을지라도 이것은 역시 단순한 그룹 선택 내지는 종 선택과 같은 종
류의 설명이다. 메다워 자신의 이론은 훌륭한 논법이다. 그것은 다음과 같이 꾸밀 수가 있
다.
우수한 유전자와 치사 유전자
'우수한 유전자'의 가장 일반적인 특성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했다.
그리고 '이기성'이 그 하나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성공한 유전자가 가지는 또 하나의 일반적
특성은 자기의 생존 기계의 죽음을 적어도 생식 활동 뒤로 미루는 경향이다. 확실한 것은
당신의 사촌과 종조부 중에는 아이 적에 죽은 자가 있다고 해도 당신의 조상은 단 한 사람
도 아이 적에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젊어서 죽지 않은 자야말로 조상이다.
자신을 지니고 있는 개체를 죽게 하는 유전자를 '치사 유전자'라고 한다. 반치사 유전자는
어느 정도 개체를 쇠약하게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고, 다른 원인에 의해서 죽을 가능성을
높인다. 어떤 유전자도 생애의 한 특정 단계에서 몸에 최대의 효과를 나타내나 이점에서
치사 유전자와 반치사 유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의 유전자는 태아기에 그 영향을 나
타내나 어떤 유전자는 유아기에, 어떤 유전자는 청년기에, 어떤 것은 중년기에, 그리고 어떤
것은 노년기에도 계속 영향을 끼친다(한 마리의 유충과 그것이 변태한 나비는 똑같은 유전
자 세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분명히 치사 유전자는 유전자 풀로부
터 제거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후기에 작용하는 유전자는 적어도 개체가 생식 활동을 할
때까지 그 치사 효과를 나타내지 않는다면 유전자 풀 속에서 지금도 번창할 것이다. 이를테
면 늙은 몸에 암을 유발시키는 유전자는 암의 발현 전에 개체가 번식하기 때문에 다수의 자
손에게 전해진다. 한편 젊은 성인에게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벼로 많은 자손에게 전해지
지 않으며, 어린아이에게 치명적인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자손에게 전혀 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노쇠는 후기에 작용하는 치사 유전자와 반치사 유전자가 유전자
풀에 축적되는 현상의 부산물에 불과하다. 이들 치사 및 반치사 유전자는 단지 후기에 작용
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연 선택의 그물에 걸려들지 않게 허락되어 온 것이다.
메다워 자신이 강조하고 있는 점은 선택이 다른 치사 유전자의 작용을 늦춰 주는 효과를
가진 유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좋은 유전자의 효과를 빠르게 하는 효과를 가진 유전자
에게도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진화의 많은 부분의 유전자 활동의 개시 시기를 유전적
으로 조절하여 변화시키므로써 이루어졌는지도 모른다.
이 이론에서는 번식이 어떤 연령일 때에만 이루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 주의하길 바란다. 모든 개체가 연령에 상관없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첫째 가
정으로 해도 메다워 이론은 후기에 작용하는 유해한 유전자가 유전자 풀 내에 축적되는 것
을 즉시 예언한다. 그리고 그 다음 과정으로서 노년이 되면 번식하기 어렵게 되는 경향이
생긴다는 것은 틀림없다.
인간의 수명
의미는 좀 다르나 이 이론의 좋은 점의 하나는 이것으로부터 퍽 재미있는 추찰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고 싶으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가능한 방
법이 두 가지 있다는 것이다. 그 하나는 어떤 연령, 예컨대 40세 이전에는 번식을 금지하는
것이다. 그 수백 년 후에는 최저 연령 한계를 50세로 올리고 그 후에도 조금씩 올려간다. 이
방법으로 인간의 수명은 수백 세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누구도 이와 같은 방법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싶어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두 번째는 유전자를 '속여서'품고 있는 몸이 실제의 연령보다 젊도록 생각하게 하는 것이
다. 실제로 이것을 행하려면 나이가 들어가는 사이에 일어나는 몸 속의 화학 환경의 변화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들 변화의 어떤 것이 후기에 작용하는 치사 유전자의 '스위치
를 켜는 시작'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면 젊은 몸의 표면적인 화학 특성을 흉내내는 것으
로 인해 후기에 작용하는 유해한 유전자의 'switch on'을 막을 수가 있는 것은 아닐까. 흥미
롭게도 노화의 화학신호는 통상의 어떤 의미로도 그 자체가 유해하지는 않다. 예를 들어 물
질 S는 젊은 개체보다 늙은 개체의 몸에 많이 농축되어 있다고 하자. S는 그 자체로는 전
혀 무해하며 먹이에 함유되어 있던 것이 나이를 먹음에 따라 점점 몸에 농축된 것일지도 모
른다. 그러나 종종 S의 존재하에서는 유해한 효과를 끼치는데 그렇지 않으면 좋은 효과를
끼치는 유전자가 유전자 풀에서 자동적으로 확실히 선택되어 남아 있고, 그것이 사실상 '노
쇠사의 유전자'라는 것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 경우 그 치료법은 몸에서 S를 제거하는
것이다.
이 생각의 혁명적인 점은 S자체가 노령의 '표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S의 대량 축적이
죽음에 이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에 주목한 의사는 아마도 S를 일종의 독으로 생각하고 S와
몸의 기능 부전과의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 관계를 발견하려고 고심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말한 가설과 같이 되어 있다면 그는 시간을 낭비할 뿐이다.
늙은 몸보다 젊은 몸에 많이 저장되어 있다는 의미로 젊음의 '표시'인 물질 Y가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역시 Y의 존재하에서는 좋은 효과가 있는데 Y가 없을 때에는 유해한 유
전자가 선택될지도 모른다. S와 Y -이와 같은 물질은 만이 있을 수 있다- 가 무엇인지 모
르더라도 단순히 늙은 몸으로 젊은 몸의 특성을 (그들의 특성이 아무리 표면적인 것으로
보일지라도)흉내낼 수가 있으면 그만큼 늙은 몸은 장수한다라고 하는 일반적인 예언을 할
수가 있다.
이것은 메다워 이론에 기초한, 완전히 추측에 지나지 않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메다
워 이론이 논리적으로 어떤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는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이 노쇠의 어떤 실례에 대한 옳은 설명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의 중요성은 유전자 선
택 진화설이 개체가 늙어서 죽는 경향을 용이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장에서 논
의의 중심인 개체가 죽어야 한다는 가정은 이 이론의 체계 내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내가 말한 다른 가정, 즉 유성 생식과 교창의 존재라는 가정은 증명하기가 더욱 어렵다.
교차는 필히 일어나지 않아도 좋다. 초파리 수놈에게서는 교차가 일어나지 않는다. 암놈도
교차를 억제하는 유전자가 있다. 만약 이 유전자가 널리 퍼져 있는 파리의 개체군을 사육하
려고 하면 유전자 풀이 아닌 '염색체 풀'내의 염색체가 자연 선택의 초소기본 단위로 됨은
틀림없다. 사실 우리의 정의의 논리적 결론에 따르면 한 개의 염색체 전체를 하나의 '유전
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성 구별의 이로움
한편, 유성 생식에 대신하는 것도 존재한다. 초록진드기의 암놈은 부친이 없는 살아 있는
암놈새끼를 낳을 수 있으며 그 암놈들은 모두 모친의 유전자를 깡그리 이어받고 있다(때로
는 모친의 '자궁'내의 배가 그 자궁 내의 더 작은 배를 기르고 있는 수가 있다. 이 경우 진
드기의 암놈은 딸과 손녀딸을 한꺼번에 낳는 꼴이 되어 깔과 손녀는 둘 다 모친의 일란성
쌍생아에 상당한다). 많은 식물은 흡착근을 뻗어서 무성적으로 번식한다. 이럴 경우에는 번
식이라기보다 '생장'이라고 하고 싶으나 생각해 보면 생장과 무성 생식은 단순히 체세포 분
열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에 어쨌든 이 양자간에는 거의 구별이 없다. 때로는 무성 생식에
의해 번식한 식물이 '부모'로부터 떨어지는 일도 있다. 또 어떤 경우에는 , 예컨대 느릅나무
에 있어서는 흡착근이 그대로 남아 이어져 있다. 실제로 느릅나무 사밈 전체를 한 개체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초록진드기와 느릅나무는 그런 일을 하지 않는데 우리는 왜 아이
를 만들 때까지 자기의 유전자와 다른 누군가의 유전자를 겄어 붙여야 하는 귀찮은 짓을 하
지 않으면 안 되는가? 이런 방법이 생기는 것은 기묘한 것처럼 생각된다. 단순 명쾌한 무성
생식대신에 성이라는 어쩌면 기묘하고 번거로운 방식을 취하게 된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일
까? 성의 장점은 무엇일까?
이것은 진화론자가 답하기에 대단히 어려운 문제이다. 이 의문에 대해 신중한 답을 시도
한다면 대개 복잡한 수학적 추리가 따라야 한다. 그러나 나는 다음 한 가지 이야기만 하고,
복잡한 수학적 추리는 솔직하게 피하려고 한다. 그것은 이론가가 성의 진화를 설명하려고
하다 부딪치는 어려움의 일부는 그들이 관습적으로 개체란 살아 남는 유전자 수를 최대로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기인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고 방식에
의하면 성은 역설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개체가 자기의 유전자를 증식시키
기 위한 방법으로서는 '비능률적인'것이기 때문이다. 즉 각각의 새끼에는 개체의 유전자의
단 50%만이 주어지며 다른 50%는 배우자로부터 공급되기 때문이다. 만약 진드기와 같이
다만 무성 생식에 의해 자기의 정확한 사본인 새끼를 만드는 것이라면 모든 새끼의 몸을 토
해 차세대에게 자기의 유전자를 100% 전할 수가 있다. 이 뚜렷한 모순에서 일부의 이론가
들은 그룹 선택설로 빠져들었다. 성에 대한 그룹 수준의 이점은 비교적 생각하기 쉽기 때문
이다. 보드머(W.F.Bodmer)가 간결히 지적한 것처럼 성은 "다른 개체에서 따로따로 일어난
유리한 돌연변이를 개체에 모으는 역할을 한다."
유전자의 이기성
그러나 이 역설도 이 책의 논의에 따라서 개체를 영원한 유전자의 잠깐 동안의 연합에 의
해 만들어진 생존 기계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역설 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경우 개체
전체라는 관점에서의 "효율성'은 잘못 본 것 같다. 유성 생식 대 무성 생식은 푸른 눈 대 갈
색 눈과 똑같이 단일 유전자의 제어하에 있는 특성이라고 생각될 것이다. 유성 생식을 위한
유전자는 다른 유전자 모두를 자기의 이기적 목적을 위해 조작한다. 교차의 유전자도 역시
그렇게 한다. 다른 유전자 복제의 오차율을 조작하는 유전자(돌연변이 유전자)까지 있다. 정
의에 따르면 복제 과정의 실수는 복제되는 유전자에게는 명백히 불리하다. 그러나 만약 이
일이 그것을 유발시킨 이기적인 돌연변이 유전자를 이롭게 한다면 그 돌연변이 유전자는 유
전자 풀 속에 분포를 넓힐 수가 있다. 같은 식으로 교차가 교차의 유전자를 이롭게 한다면
이 때문에 교차의 존재가 충분히 설명된다. 무성 생식에 대립하는 유성 생식이 유성 생식의
유전자를 유리하게 한다면 이것으로서 유성 생식의 존재는 충분히 설명된다. 그 유전자가
개체의 나머지 유전자 모두에게 필요한가 아닌가의 여부는 별로 관계가 없다. 유전자의 이
기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결국에 가서 성은 그다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이렇다면 논의가 순환 논법이 될 우려가 있다. 성의 존재는 유전자를 선택의 단위로 생각
하는 일련의 논의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 순환성을 피할 방법이 있다고 보나 이 책
은 이 문제를 추구하는 입장은 아니다. 성은 존재한다. 이것은 사실이다. 작은 유전 단위, 즉
유전자를 진화의 기본적인 독립한 인자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성과 교
차가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의 이기성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하기 시작할 때에 역설이 풀리 게 되는 것은 성뿐만
이 아니다. 예컨대 생물체의 DNA 총량은 그 생물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은
것 같다. DNA의 많은 부분이 단백질로 번역되지 않는다. 개개의 생물체의 관점에서 고찰해
보면 이것은 역설적으로 생각된다. 만약 DNA의 '목적'이 몸을 만드는 과정을 지휘하는 것
이라면 그런 일을 하지 않는 DNA가 대량으로 발견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생물학자들은
이 여분으로 생각되는 DNA가 어떤 유익한 일을 하고 있나를 생각해 내려고 머리를 쓰고
있다. 그러나 유전자의 이기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모순은 업다. DNA의 진정한 '목적'은
생존하는 것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여분의 DNA를 가장 단순하게 설명하려면
그것을 기생자 또는 대체로 다른 DNA가 만든 생존 기계에 편승하고 있는 무해하고 무용한
길손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어떤 사람들은 지화를 지나치게 유전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결국 실제로 살거나 죽거나 하는 것은 유전자 전부를 가진 개체 바로 그것이다. 이
점에 이견이 없는 것은 이장에서 충분히 기술한 탓이다. 경기에 이기로 지는 것은 보트 자
체인 것과 마찬가지로 살거나 죽거나 하는 것은 개체이고, 자연 선택이 직접 나타나는 것은
항상 개체 수준이다. 그러나 개체의 죽음과 번식의 성공이 아무렇게나 생기는 것은 안기 때
문에 오랜 동안에 유전자 풀내의 유전자 빈도가 변한다는 결과를 초래한다. 조건부이기는
하나 유전자 풀은 원시 수프가 옛날의 자기 복제자에 대해 하고 있던 것과 같은 역할을 현
대의 자기 복제자에 대해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성과 염색체의 교차에는 현대판 원시 수
프의 유동성을 유지시키는 효과가 있다. 성과 교차에 의해 유전자 풀은 잘 섞어지며 유전자
는 부분적으로 뒤섞여진다. 진화는 유전자 풀 속에서 어떤 유전자는 수를 늘리고, 어떤 유전
자는 수를 줄이는 과정이다. 이타적 행동 등과 같은 어떤 형질의 진화를 설명하려고 할 때
는 언제든지 단적으로 다음과 같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좋다. "이 형질은 유전자 풀 속에
서 유전자의 빈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때로는 유전자 용어가 다소 지루할 수가 있으므
로 간결히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비유를 쓰기로 한다. 비유에 대해서는 항상 의심을 품
어 오던 사람도 필요한 때에는 그것을 유전자 용어에 적용할 작정을 한다.
유전자의 측면에서 보면 유전자 풀은 새로운 형태의 수프, 즉 생활을 하고 있는 곳이다.
옛날과 달리 오늘날의 유전자는 죽을 운명에 있는 생존 기계를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기 위
하여 유전자 풀로부터 계속 뽑아낸 동지들의 집단과 협력하여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
음 장에서는 생존 기계 자체에 주목하여 유전자가 어떤 의미로 그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눈을 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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