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남자는 남자다
남자와 여자는 왜 다를까
"도대체 남자들은 왜 그러는 걸까?"
이것은 우리 모두가 그동안 꽤나 궁금하게 여겨 왔던 질문이다. 특히 직
장 여성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 더욱 궁금해 할 것이다. 다음은 직장 여성
들이 실제로 겪었던 일들이다.
[ 임원회의 때 내가 썩 괜찮은 아이디어를 내놓았죠. 그런데 모두들 아
무런 반응이 없는 거였어요. 몇 분 후, 내 동료인 아서가 내 의견과 똑같은
의견을 제시했죠. 그러자 사장님은 그가 내놓은 아이디어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는 게 아니겠어요. 왜 남자들은 여자들을 무시하는 거죠? (나탈리) ]
[ 언젠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면서 내가 완상한 방법을 쓴 적이 있었어
요. 그리고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윌이 조에게 하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되
었죠.
"오늘은 실레스트 주변에 얼씬거리지 않는게 좋겠어. 여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거 있잖아, 아무래도 그거 할 때가 됐나봐."
왜 남자들은 날 진지하게 대해 주지 않는 거죠? (실레스트) ]
[ 정말 설전이 오가는 힘겨운 협상이었어요. 샘은 적이었고 조는 우리편
이었죠. 그리고 우린 정말 열심히 싸웠어요. 그런데 협상이 끝난후 자리를
뜨기 위해 내가 서류를 챙기기 시작할 때였죠. 샘과 조가 껄껄 웃으며 나
란히 걸어 나가는 게 아니겠어요. 나만 남겨 두고 말이에요. 방금 전까지만
도 서로 못 잡아먹오 안달이더니 어쩌면 그렇게도 금방 친해질 수가 있죠?
또 어째서 나만 남겨 놓고 자기들끼리만 나가 버리는 거죠? (헬렌) ]
[ 승진시켜 달라는 내 요구를 회사측은 완전히 묵살해 버렸어요. 내 능
력이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거였죠. 게다가 나는 건방지고 공격적인
데가 사람들을 다루는 기술도 부족하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정말 능력도
없으며 상상도 못할 정도로 무례하고 공격적인 남자들은 상투적인 관례에
따라 차례차례 승진되고 있어요. 이런 차별대우를 받았을 때 도대체 난 어
떻게 해야 하는 거죠? (도리스)]
[ 내가 했던 제품 설명은 완벽에 가까웠어요. 이번에는 거래가 성사되겠
구나 확신이 들었죠. 그런데 거래처 사람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
하는 거였어요.
"수고했어, 아가씨."
그 순간 나는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했다는 걸 알아차렸죠. 당신이라면
이런 남자를 만났을 때 어떻게 하시겠어요? (신시아) ]
유능한 여성들은 많은데 왜 성공한 여성은 드문 걸까? 남자들은 왜 직장
의 여자 동료들에게 비협조적이며 심지어 적대적이기까지 하는 걸까? 남녀
사이에 의견을 나누고 이해하는 일에는 왜 그토록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걸까? 남녀는 태어날 때부터 너무나 다른 존재로 자라온 것을 아닐까?
시작 단계서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바로 거기서
부터 모든 불화의 원인이 싹터 왔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서 남자와 여자는 마치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만큼이나 다른 환경 속에
서 성장하게 된다. 태어남과 동시에 남자와 여자는 각기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남녀가 나란히 서서 같은 사물을 본다
하더라도 그 자리를 뜰 때에는, 이미 보았던 사물에 대해 각자 판이한 느
낌을 가지게 된다. 남녀가 각기 다른 현실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다.
심리학자나 정신분석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생물학자 등은 모두 인간
의 발달 과정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남자와 여자
가 왜,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선 각기 의견을 달리하고 있지만 남녀가 서로
다른 것만은 확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남녀가 차이를 보이는 것이 선
천적 이유가 큰지, 후천적 영향이 큰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선천
적, 후천적 이 모두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남녀간에 차이가 왜 생기는지, 또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
한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이것을 알고 있으며 그동안 이해하기 힘들었던
서로의 행동이나 태도에 대해 하나씩 이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남자들
과 일할 때 당황하거나 실망하기보다는 우리가 배운 정보를 통하여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다른 점
남녀간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생물학적 차이점을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몸의 크기나 형태, 힘, 호르몬 구성 등 신체적으
로 확연히 다르다. 이러한 신체적인 차이점들이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
기도 한다.
남녀간의 생물학적 차이는 임신과 함께 시작되어 임신 기간을 통해 서서
히 진행된다. 임신이 되었을 때 남녀 태아의 유일한 신체적 차이점은 여아
가 두 개의 X염색체를 가진 데 반해 남아는 X와 Y염색체를 한 개씩을 가
지고 있다는 것뿐이다. 임신 6주까지는 남아와 여아 모두 똑같은 모습으로
성장하게 된다. 정확히 말해 처음 6주 동안은 모든 태아가 신체상으로는
여아의 구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6주가 지나면 남아 속의 Y염색
체가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게 된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 호르몬이다. 만약 이 호르몬이 없다면 모든 태아는
여자의 모습으로 태어나게 될 것이다. 자궁 내에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이
출현함으로써 남아는 남자의 모습으로 신체가 바뀌는 것이다. 테스토스테
론의 위력은 강력한 것이어서 유전학적으로 태아가 여자라 할지라도(X염
색체만 가지고 있는 경우) 테스토스테론에 노출되면 남성의 2차 성징이 나
타나게 된다.
출산 후 대부분의 테스토스테론은 고환에서 생성된다. 그러나 부신에도
소량의 테스토스테론이 숨겨져 있다. 물론 고환은 남자에게만 있지만 남녀
모두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남녀 모두가 테스토스테론을 분비하게 된다. 분
비량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당연히 남자가 여자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을
분비하게 된다.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은 남자와 여자의 공격성과 연관이 있다. 평균치
보다 많은 양의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는 남자는 보통 남자들보다 훨씬 공
격적이다. 평균치 이상으로 테스토스테론을 분비하는 여자 역시 보통 여자
들에 비해 공격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결국 남자들이 여자들에 비해 공격
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결국 남자들이 여자들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의 테
스토스테론을 분비하기 때문에, 자연히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훨씬 강한 공
격성을 띠게 된다는 것이 과학계의 설명이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의 신체적 본능은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
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에는 사회화나 문화, 사고 능력 등이 그것들을 조절
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신체적 본능은 사회화에 의해 억압당한다. 그렇
다고 신체적 본능이 아주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페로몬'이라
불리는 보이지 않는 미분자는 상대방을 성적으로 유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 매혹되는 것은 상대방이 우리가 좋아
하는 냄새를 발산하기 때문이기도 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수면 또
한 호르몬의 명령을 받고 있다. 호르몬의 양과 우리 몸의 체온은 정확히
24시간을 주기로 반복해 흐르고 있다. 우리 모두는 잠을 자고 일어나는 데
있어 우리의 몸이 결정지어 준 본능적인 패턴을 따르게 된다. 이것은 개개
인에 따라 다르다. 어떤 사람은 아침 일찍 일어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늦
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타고난 패턴
과는 상관없이 우리는 사회화의 지배를 받게 된다. 우리는 각자 하루 일과
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일터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원시 시대의 남녀의 역할
'적자 생존'이라는 다윈의 이론은 공격성이 왜 남자들의 보편적인 특성이
되었으며 자녀의 양육은 왜 여자들이 맡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준다. '적자
생존' 이론은 자연환경에 따라 생명체들이 각자의 종족을 보존해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자신들의 특성을 결정짓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에 적응할
만한 특성을 갖추지 못한 생명체는 도태되어 버리고 만다. 이러한 특성들
은 세대를 거쳐 이어지게 된다. 인간의 세계에서 이처럼 세대를 이어온 특
성은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다윈의 이론에 의하면 여자는 출산과 자녀 양육을 위한 특성들을 발전시
켜 왔으며 반대로 남자는 출산한 여자를 보호하기 위한 특성들을 발전시켜
왔다. 여자들은 자녀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일정기간 동안에는 신체적으로
무기력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남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시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여자의 보호자 역할은 임신을 못하는 성, 즉 남성이 맡게
된다.
조호자의 임무를 제대로 해내개 위해 남자는 신체적을 H강해야 하며 필
요할 때는 언제든 나가 싸울 수도 있어야 했다. 태어난 아기의 생명과 그
아기를 양육해야 하는 여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남자 원시인이
자녀 양육에 특별히 관심이 많았다면 싸움터에 나가서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여자 원시인이 지나치게 공격성이 강했다면 임신을
극도로 자제했을지도 모른다. 남자의 공격성, 여자의 모성애, 이 두 가지
특성은 종족을 널리 퍼뜨리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해 주었다. 그 후 셀 수
도 없이 오랜 세월을 거쳐오면서 이러한 특성은 남녀간의 독특한 성질로
자리잡게 된다.
현대 남녀의 역할
낸시 코도로우 박사는 자신이 집필한 [페미니즘과 정신분석학 이론]이란
책에서 남녀간의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의 이론에 따르면,
오로지 남자에게만, 혹은 여자에게만 존재하는 개별적 특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단지 각각의 특성이 남녀간에 서로 다른 비율로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여섯 살까지의 남자와 여자아이들에게서는 성별에 따른
차이점이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일곱 살이 되고 나면 남자아이들
은 보다 활동적이 되며 호기심이 많아지는 반면 여자아이들은 보다 온순해
지게 된다. 문화적으로도 이 같은 일반적인 경향을 볼 수 있게 된다. 남자
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공격적이 되는 것이다. 공격성은 모든 연령 대의
아이들을 남녀로 확연히 구분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행동양식이기도 하다.
성별에 따른 차이점의 유형이나 정도는 그때 그때의 사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나 원시 사회의 전형적인 패턴으로 볼 때 남자가 하는 일은
능동적, 협동적인 태도가 요구되는 것이었으며 장기간의 여행도 필요로 하
는 것이었다. 반면 여자들이 하는 일은 주로 식량 비축과 요리, 수공예, 옷
만들기, 자녀 양육 등이었다. 산업사회에서도 이러한 일의 차별화 현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현대로 들어와서 이러한 현상은 조금씩 변화
하고 있다.
여러 문화권을 통틀어, 일반적으로 어른들은 남자아이들에게 여자아이들
보다 강한 성취욕과 자립심을 요구한다. 그리고 여자아이들에게는 남자아
이들보다 온순해야 된다고 가르친다. 적극성과 소극성이 어떤 비율이어야
한다는 것은 사회에 따라 각기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사회를 막론하
고 남자가 여자보다 더 적극적이어야 된다는 생각은 대체로 같다. 적극성
과 소극성간의 균형이 대부분의 사회에서 거의 비슷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
는 것이다.
남녀의 역할은 선천적일까, 후천적일까?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몇 가지 차이점을 지니고 있
다. 남아는 여아보다 더 많이 몸을 움직이며, 울기도 잘 울고, 호기심도 많
다. 별로 깜짝깜짝 놀라지도 않으며, 엄마에게서 떨어져 혼자 서는 시기도
여야에 비해 빠르다. 그러나 같은 아기라도 남자아기인지 여자아기인지에
따라 어른들이 다르게 대하는 것도 사실이다. 남아의 경우, 어른들은 여아
에 비해 더 오래 울도록 내버려둔다. 아이들과 놀아 줄 때에도 남자아이들
과는 좀더 거친 놀이를 한다. 어른들은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좀
더 활동적이며 모험적인 놀이를 하며 놀도록 배려한다. 반대로 남자아이들
보다는 여자아이들을 더 많이 끌어안아 준다.
나는 성별에 따른 편견을 생각지 않고 자녀를 양육하고자 하는 부모들을
많이 만났다. 그런데 내가 만났던 부모들은 다들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부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이 각자의 성에 따라 구분 지어진 장난감
만 고집하기 때문이었다. 부모가 장난감을 빼앗기라도 하면 아이들은 자기
들 스스로 그러한 장난감을 만들어 낸다. 여자아이들이 장난감 트럭을 인
형처럼 흔들어 재운다든다, 남자아이들이 인형을 권총처럼 가지고 논다든
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경우 그들의 부모들은 남자아이와 여아아이
의 성격차이가 유전에 의한 것인지를 어김없이 내게 묻는다. 그럴 때 내
대답은 '그렇다'와 '아니다' 모두 해당한다.
나는 상담실에서 부모들에게 항상 성 차별을 없애는 노력을 지속해 달라
고 부탁한다. 그러나 문화적 편견의 영향력은 매우 큰 것이어서 문화적 편
견으로부터 자녀를 떼어놓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문화적 편견은 아무도 모
르는 사이에 아이들의 보모나 선생님, 텔레비전, 심지어는 부모 자신들에
의해 아이들에게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것을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실험이 있었다. 실험자가 남자아기와 여자
아기에게 옷을 입혔다. 색깔만 다를 뿐 디자인은 똑같은 옷이었다. 우선 실
험자는 남자 아기에게는 파란색 옷을, 여자 아기에게는 분홍색 옷을 입혔
다. 그런 다음 서로 옷을 바꿔 입혔다. 남자 아기는 분홍색, 여자아기는 파
란색 옷을 입힌 것이다. 그리고 실험자는 성인 실험 대상자들에게 두 경우
모두 같은 질문을 던졌다. 어느 쪽 아기가 더 씩씩해 보이는가 하는 것이
었다. 그러자 남녀 할 것 없이 그 둘을 비교한 사람들은 모두 파란색 옷을
입은 아기가 더 씩씩해 보이며 분홍색 옷을 입은 아기는 더 귀여워 보인다
고 답했다.
어린이의 성장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확고한 이론은 남녀 어린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차이점들이 선천적 영향인가 후천적 영향인가를 분리해서 생각해
선 안 된다는 것이다. 성별에 따른 차이는 선천과 후천, 두가지 모두의 결
합과 상호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남자의 자아, 여자의 자아
정신분석학자 진 베이커 밀러와 자넷 L.수레이를 비롯한 윌레슬리 대학
의 '발육 연구를 위한 스톤 센터' 연구팀들은 어린이의 성장 과정에서 나타
나는 성별간 차이점을 연구하는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고 있다.
그들의 뛰어난 연구 결과는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왜 다른지에 대해 잘
알려주고 있다.
모든 인간들은 자기 인식을 필요로 한다. 스스로의 자기 인식을 통해 모
든 개개인은 개성을 지닌 인간의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어린이가 자
아를 형성하는 방식은 훗날 어른이 되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지어
준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아를 개발해 나간다.
그 결과 성인 남녀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서로가 자연스럽다고 여기는
행동과 인간관계 방식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남녀간의 차이는 직장에서 남녀간 역할 분담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된
다.
그렇다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자아 형성 과정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주된 이유는, 아이를 돌보는 역할을 어머니
가 맡고 있고 대부분의 보모들도 여자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모든 아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어머니이다. 또한 아이들이 제일 먼저
관계를 맺는 사람도 바로 어머니이다.
여자아이들은 엄마의 모습을 본뜸으로써 여성이 되는 법을 배운다. 그러
나 남자아이들은 그들이 원한다 할지라도 여자아이들처럼 엄마를 따라함으
로써 남성이 되는 법을 배울 수는 없다. 따라서 남성이 되는 법을 배우는
길은 '엄마와는 다른 모습'을 익히는 것 뿐이다. 결국 남자아이들은 모든
일에 있어서 자신들을 여성과 차별화 시킴으로써 자아를 형성해 나가게 되
는 것이다.
여자아이들은 엄마와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에 남과의 관계나 애정 따
위에 자아의 근원을 마련하게 된다. 여성들의 자아의 핵심은 '남자들과의
관계 속의 나'라고 할 수 있다. 여자 어른들은 자신을 '사랑을 베푸는 사람'
과 동일시하므로 여자아이들도 남에게 사랑을 베푸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여자아이들은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을 중시하게 된다. 따라서 건강한
가정에서 자란 여자아이들은 남을 보살피는 사람, 자신의 것을 남에게 주
는 사람, 남을 동정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게 되며 더 나아가서는 남에
게 순종하는 사람으로 자라게 된다.
여자들 세계의 중심에는 인간관계가 놓여 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과의
상호 관계를 중시하며 한번 맺은 인연은 소중히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
다. 여자들은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미칠 영향을 언제나 염두에 두고 있다.
여자들에게는 이 세상이 인간관계로 얽히고 얽힌 거미줄과 같은 것이다.
남자아이들의 경우는 이와 반대이다. 남자아이들은 엄마와 같아지려는
자신의 욕구를 억제해야만 하기 때문에 여성적인 특성들은 모두 격렬히 거
부하게 된다. 그들은 보살핌이나 동정심, 순종 따위에는 그다지 가치를 두
지 않는다. 따라서 남자아이들의 자아는 독립심, 차별화를 근거로 형성되게
된다. 남성 자아의 핵심에는 인간 관계에 대한 거부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
다.
여자로서 여성의 자아는 단순히 출산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그들의 어머니처럼 말이다. 남자로서 남성의 자아는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여성으로부터 벗어나 끊임없이 차별화를 이루려는 것에 근거를 둔다.
자아 형성에 있어서 남녀간의 차이는, 내가 속한 요트 팀이 시합을 마치
고 집으로 가던 중에 동료 선수들끼리 나누었던 대화에서도 나타났다. 남
자들은 최신 비디오 게임에 관해 떠들썩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남자들에게 왜 그렇게 야단법석을 떠는지 물었다. 그러자 우리 팀의
열두 살 먹은 용감무쌍한 이삭이 남자들의 열광을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얼마나 인간적인 모습입니까! 직접 총쏘는 게임을 해 보기 전에는 아마
남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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