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장 비즈니스는 시합이다.
비즈니스를 시합이라고 생각해 보자. 남자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남자들
은 스포츠 시합에 출전하는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비즈니스에 덤벼든다. 스
포츠 시합, 전쟁, 일 등은, 여자들은 잘 모르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잘 알
고 있는 불문율에 의해 이끌어지고 있다. '비지니스' 라는 시합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시합의 룰을 익혀야만 한다.
남자들에게 '시합'의 의미를 물어보면 양 선수가 서로 기량을 겨루는 것
이라고 대답한다. 이것은 시작과 끝을 서로 다르게 보는 개념이다. 모든 시
합에는 룰이 있다. 그리고 각각의 시합에는 승자와 패자가 생기기 마련이
며 시합의 목적은 이기기 위한 것이다. 남자들은 일과 축구의 정의를 똑같
이 생각한다.
남자들만이 가지는 시합의 또 한가지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시합이 남자
들간의 인간 관계를 맺어 주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여자아이
들은 인간 관계를 발전시키고 유지시킴으로써 남과의 상호 관계를 익히지
만 남자아이들은 시합을 통해 상호 관계를 익히게 된다. 남자아이들은 지
배와 경쟁을 통하여 남과의 관계를 배우는 것이다. 그들은 적들이 가득한
세상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비즈니스와 시합을 결부시키기
때문에 비즈니스도 시합처럼 구체적이고 조직화된 환경 속에서 이루어질
때 비로소 편하게 느끼게 된다.
어떤 남자들은 비즈니스를 핑계삼아 사람과의 만남을 피하기도 한다. 이
런 남자들은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보다 일하는 시간을 더 좋아한다.
이런 남자들은 일하고 있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들은 대화
를 통하여 맺는 인간 관계를 가치 없는 것으로 여기며 그런 식으로 인간
관계를 맺는 것에 서투르다. 그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끼
는 경우는 규격화된 조직 환경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 나갈 때뿐이
다. 일이나 시합을 하고 있을 때처럼 말이다. 비즈니스나 시합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룰이 존재한다.
남자아이들은 스포츠 스타를 동경한다. 운동은 아버지와 아들을 연결시
켜 주는 매듭 역할을 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운동을 가르치길 좋아하며
아들이 운동에 재능을 보이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어렸을 때 남자아이
들이 스포츠와 결부되는 현상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에는 비즈니스와 결부되기 때문이다. 남자들끼리 이야기
할 때 쓰는 단어를 주의 깊게 들어보면 비즈니스와 스포츠를 깊이 연관시
키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직장 남성들은 일을 할 때 다음과 같은
말을 즐겨 사용한다.
"이번 일은 업어치기 한 판으로 끝내야겠어."
"이번엔 어떤 작전을 펼 거야?"
"그 사람, 꽤 깐깐한 승부를 벌이더군."
남자들이 자신의 일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스포츠나 전쟁에 빗대어 말하
는 것을 얼마나 자주 듣게 되나 귀 기울여 보아라. 또한 남자들이 전쟁이
나 시합, 일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라.
남자들에게 있어 일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들은 일의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는 능력에 따라 스스로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일은 사회적
지위를 차지하게 해주는 매개체이며 자존심의 원천이기도 하다. 남자들의
세계에게 멋진 남자란, 남들에게 존경받을 만한 위치에 오를 수 있는 능력
을 지닌 남자를 뜻한다.
남자들에게는 운동시합이 곧 중대한 비즈니스이며, 비즈니스 또한 중대
한 시합이다. 내가 인터뷰했던 남자들은 자신의 일에서 성공한 만큼 스포
츠에도 열정적이었다. 성공한 남자들을 보면 시합 치르는 법을 제대로 이
해하고 있었다. 그것이 스포츠 시합이든, 일이라는 시합이든 상관없이 말이
다. 시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경쟁적인 상황이 닥치더
라도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시합의 룰에 대해선 전문가인 것이다.
남자들은 여자들도 룰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동네의 여학생 축구팀을 맡고 있던 할이라는 남자가 여학생들에게 축구
를 가르치면서 자주 화를 내는 모습은, 직장에서 남자들이 여자들과 생활
하면서 마찰을 빚는 모습과 비슷하다. 할은 원래 남학생 축구팀을 맡고 있
었다. 그는 여학생 축구팀을 창설해 달라는 동네 사람들의 요청을 기쁜 마
음으로 수락했다. 그러나 한 시즌을 넘기기가 무섭게 그는 여학생 축구팀
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다시는 여학생 팀을 맡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그
가 여학생들을 상대하면서 느꼈던 좌절감은 남자들이 직장 내의 여자 동료
들을 상대하면서 느끼게 되는 좌절감과 비슷하다. 그는 자신이 겪었던 일
중 한가지를 말해 주었다.
[나는 남자아이가 연습에 늦게 올 경우, 운동장을 돌리거나 윗몸 일으키
기를 시킵니다. 남자아이들도 이 룰을 알고 있고 다들 군소리 없이 따르죠.
나는 여학생들에게도 똑같은 룰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한 여학생
이 연습에 늦게 나타났죠. 그런데 그 아이는 운동장을 돌기는커녕 울음을
터뜨리는 거였어요. 다른 여학생들은 그 학생이 우는 것이 나 때문이라며
내게 항의했습니다. 어째서 내가 그 아이를 울린 겁니까? 이해를 못하겠습
니다. 나는 여학생들도 축구의 룰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할은 룰을 깬 학생은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여학생이
벌을 받게 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벌받았던 상황은 금세 잊어버릴 거라고
생각했다. 이건 오로지 내 개인의 추측이지만 그 여학생은 '선생님이 날 예
뻐하시니까 벌을 안 주실 거야'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여학생은 할이 룰을 적용하려는 것을, 선생님이 자길 싫어하는 표시로 받
아들인 것이다. 여학생들은 축구의 룰은 알고 있었지만 시합의 불문율에
대해선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들은 일이라는 시합을 치르고 있는 여자들이 당연히 두가지 종류의
룰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룰은 일과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기술들에 관한 룰이다. 이러한 룰은 학교에서도 배우고 직장에 들어와서
배우기도 한다. 여자들도 이 룰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한
가지의 룰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다. 시합에 필요한 불문율, 이 룰에 대해서
는 누구도 일러주질 않는다. 그러나 남자들은 여자들이 이 두 가지 룰을
모두 지킬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당신이 하얀 테니스 복 차림에 테니스 라켓을 들고 테니스 코트에 나타
났다고 해보자. 상대편은 당신이 당연히 테니스 치는 법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할 것이다 당신이 정장에 서류 가방을 들고 출근했을 경우, 남자 동료
들도 그와 마찬가지의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당신의 시합의 룰을
알고 있으며 룰을 준수할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여자
들은 그 룰을 모르고 있다.
내가 만났던 남자 중 여자에게 호의적이었던 남자들마저도 직장의 여자
동료들의 행동에 대해선 당혹해 하고 있었다. 나는 남자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 프로이드의 그 유명한 질문, '여자들이 원
하는 게 대체 무엇입니까?' 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여자들도 남자들과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자들이 당혹해
하는 이유는 여자들이 목표를 이루는 데 자신들과 다른 방식을 취하기 때
문인 것이다.
상대편이 룰을 모르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의 충격이 얼마나 큰지는 요트
시합에서의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나는 시합에 필요한 불문율을 남
들 몰래 익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자 동료들에게 여러 가지 것들
을 물어 보았다. 남자들은 선뜻 대답해 주었지만 간혹 의아해 하는 일도
많았다. 그들은 내가 농담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정말 그것도 몰라?
농담이지? 그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야' 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
는지 모른다. 남자들은 자신들만 알고 있는 것들을 누구나 알고 있을 걸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들은 어렸을 때 놀이의 룰을 신봉하고 그 룰에 의지했던 습관을 직
장에까지 가져오게 된다.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직장에서도 룰의 정확
한 의미에 대해 토론하길 좋아한다. 반면 여자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독단
적인 룰보다는 인간 관계에 가치를 둔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완고한 룰에 거부감을 느낀다. 또한 도움이 되지 않
는 룰일 경우 ,그것을 따르기보다는 변경하거나 없애려고 한다. 그러나 직
장은 남성이 지배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러한 룰들은 절대 깰 수 없는 신
성한 것으로 되어 있다. 당신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 입히기 싫다고 해서
룰들을 바꾸거나 어길 순 없다. 그러나 룰의 정당성을 따져보는 법과 룰의
허점을 찾는 법을 배울 수는 있다. 룰을 이해하고 남자들이 룰에 두는 비
중을 인식하고, 룰들을 제대로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은 직장 생활을 하는
데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필수요건이다.
룰의 융통성을 발휘하라
남자들에게 있어 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
다. 어느 날, 일요판 [뉴욕 타임스 매거진]에 실린 기사를 접했을 때였다.
화려한 음식 사진과 함께 실린 그 글은, 잡지 편집장인 윌리엄 그림스 씨
가 아내의 음식 만들기에 대해 쓴 것이었다.
[ ...두 번째로 황당했던 부분은 바로 조리법이었다. 내 아내는 교만한 태
도를 보였다. 대충 손으로 양을 재질 않나, 재료도 자기 마음대로 바꾸질
않나, 심지어 정해진 조리 시간도 어기는 것이었다. 이것은 룰을 어기는 것
이나 마찬가지이다.]
남자들이 볼 때 부엌에서의 룰은 축구장에서나 잡지 편집실에서의 룰과
다를 바 없이 중요한 것이다. 룰을 알아두는 것뿐만 아니라 남자들이 룰을
따르는 방식 또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한다. 여자들이 상황을 따져가며 사
건을 바라보는 동안 남자들은 룰에 따라 모든 사건을 해결한다. 여자들이
혹시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나를 체크하는 동안 남자들은 모든 게
룰에 따라 제대로 행하여졌는가를 체크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남자들이 어떤 룰이든간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아니다. 따
르고 싶지 않는 룰일 경우에는 그것을 조정하기도 한다. 이것은 룰을 어기
는 것이 아니라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여자들은 룰이 싫을 경우, 그것
을 바꾸려고 한다. 그림스 부인이 조리법을 바꾸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남자들이 보았을 때 그림스 부인의 행동은 룰을 어기는 것이다. 남
자들은 다르고 싶지 않는 룰이 있으면 그것의 허점을 찾아내는 데 몰두한
다. 만약 그림스 부인이 자기 마음대로 재료를 바꾸는 대신, '오늘같이 습
한 날씨에는 이 재료가 알맞디 않아'라고 말했다면 그림스 씨도 만족했을
것이다.
시합에 있어 중요한 한 가지를 말하자면 룰을 실제로 깨뜨리진 말고 될
수 있는 한, 깨뜨리는 것에 가깝도록 하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이
말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남자들은 이 말이 '룰의 융통성'을
뜻하는 것임을 정확히 알고 있다. 이처럼 남녀간에 이해에 차이가 나는 이
유는, 여자는 법의 정신을 따르는 반면 남자는 문자 그대로 법을 따르기
때문이다. 우연한 계기를 통해 내게 위와 같은 사실을 설명해 준 사람이
있다. 바로 내 친구, 로버트이다. 어느 날, 저녁을 먹은 후, 그가 체중을 줄
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내게 물어 왔다. 그 말을 하면서도
그의 시선은 디저트를 담은 그릇에 고정되어 있었다. 나는 '저 그릇에 있는
건 절대 먹어선 안돼'라고 말한 뒤 다른 테이블에 있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잠시 자리를 떴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고 돌아왔을 때 로버트
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그는 쑥스러운 듯 싱긋 웃으며 이렇게 말하
는 것이었다.
"이건 그 그릇에 있던 게 아니야.'
법을 다루는 일은 룰을 깨뜨리지 않으면서도 융통성을 발휘하는 대표적
인 전문 분야이다. 법도 룰이다. 절대 깨뜨려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러나
문서화된 룰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하여 판사를 설득시킨다면 전혀 다른 결
과를 얻을 수도 있다. 변호사들은 헌법 창시자들이 문자로 명시한 헌법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가지고 논쟁을 벌인다. 현명한 변호사라면 몇
가지의 문장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재해석하기 위
해 노력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직장에서 남녀가 겪는 충돌의 원인은 직장
여성에 대한 남자들의 불쾌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다. 이러한 충돌과 적대감이 생기는 이유는 룰의 기능에 대해 남
녀가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룰에 두는 비중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여자들이 룰을 소홀히 하며 룰을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또한 남자들이 룰을 신봉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여자들은, 남자들이 룰만을
적용하려 드는 모습을 보는 순간, 자신에 대한 개인적인 적대감으로 오해
하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직장은 남자들에 의해 조정되고 있다. 직장은 남성 스타일로
운영되며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남성만의 규율이 적용되고 있다. 남자들과
같은 경기장에서 시합을 치르고 싶다면 그들의 룰들을 알아두어야만 한다.
그리고 룰을 어떻게 다루는지도 배워야 한다.
목표는 이기는 것이다
승리에 대한 남녀간의 가치관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 내가 겪었던 경험
한 가지를 소개하겠다.
[요트 선수가 갖추어야 할 능력 중 한가지는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에 부
딪쳤을 때 그것을 극복해 내는 역량이다. 이것은 요트 시합이 가지는 매력
이기도 한다. 이같은 어려움은 언제나 끊임없이 일어난다. 체사피크 만에서
펼쳐진 결승전 도중, 우리 배의 핼야드(돛을 지탱하고 있는 밧줄)가 끊어지
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때문에 돛이 쓰러졌고 우리는 배를 수선하기 위해
천천히 항구로 항했다. 말할 것도 없이 우리는 시합에 패하고 말았다. 팀원
들 모두가 낙심했지만 시합을 하다 보면 당연히 이런 상황을 겪을 수도 있
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었다. 이와 똑같은 상황이 여자들끼리의 요트
시합에서 일어났을 경우를 비교해 보자. 주최측과 선수들이 모두 여자들로
만 이루어지는 요트 시합은 흥미로울 뿐 아니라 여자들의 자신감을 키우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런 경우, 앞에서 내가 겪었던 경험은 매
우 특별한 상황으로 취급받는다.]
[연속 레이스 경기 중 마지막 레이스가 치러지고 있을 때였다. 어떤 배
의 핼야드가 끊어지면서 돛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배의 팀원들
은 핼야드를 갈아 끼우느라 시간을 지체했고 결국 결승점에 맨 마지막으로
들어왔다. 주최측은 그 팀을 불쌍히 여겼던지 룰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주
최측은 그 팀의 마지막 레이스 성적을 그 전 레이스에서의 평균 성적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4등을 할 뻔한 그 팀은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다. 주최측은 진정한 요트 시합을 치르기보다는 파손된 배로 인해 상
처받았을 여자 선수들의 마음을 달래 주는 쪽으로 일을 처리했던 것이다.]
나에게서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남자들은 백이면 백,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 '그건 공평치 않아'라는 게 남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었다. 남자들은
주최측의 결정에 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지를 더 의아해 한다.
심지어 우승을 차지했어야 할 2등 팀마저도 왜 가만 이었냐는 것이다. 우
승을 빼앗겼으니 격렬히 항의할 만도 한데.... 남자들은 여자들이 남에게 상
처 주지 않기 위해 자신의 우승까지도 포기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남자들이 시합을 치르는 목적은 우승을 하기 위한 것이다. 모든 사람의 마
음을 편하게 해 주기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테니스 시합에서 지고 난 후에 가졌던 인터뷰에서 안드레 아가시가 했던
이 한마디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싸우고 이기는 것 외에 가장 근사한 일은 싸우고 지는 것입니다."
그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남자들은 '싸우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싸우고 나면 끝에는 승자나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남자들에게는 이기고
지는 것이 시합의 중요한 일부인 것이다.
승리를 바라보는 남녀간의 시각 차이는 아이들의 놀이에서도 드러난다.
남자아이들은 친구들과 누가 이기나 겨루길 좋아한다. 그러나 여자아이들
은 다같이 어울리거나 솜씨를 뽐내는 정도이다. 여자아이들의 놀이는 대개
다같이 상을 타고 다같이 승리하도록 짜여져 있다. 그러나 남자아이들의
놀이에는 승자와 패자가 엄연히 나누어져 있다.
남자와 여자가 같은 놀이를 하더라도 그들은 각지 다른 목적으로 놀이에
임한다. 예를 들어 테니스를 칠 경우, 여자들은 주로 공을 주고받기만 한
다. 점수는 따지지 않는다. 그러나 남자들은 시합하길 좋아한다. 시합에 들
어가기 전에 몸을 풀거나 타법을 익힐 때에만 서로 점수없이 공을 주고받
는다. 그러나 공만 주고받다 끝나는 법은 없다. 남자들에게 있어 테니스를
치는 목적은 이기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자신의 일을 수행해 나가는 것은 테니스에서 공을 주고받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그러나 공만 주고받아서는 승진할 수 없다. 당신의
목적이 승진하는 것이라면 경쟁을 피해선 안된다. 당신은 지게 될까봐 두
려운가? 아니면 이기게 될까봐 두려운가? 대부분 여자들의 대답은 두 가지
모두에 해당될 것이다. 경쟁을 한다는 것은 여자들에겐 이중 부담을 안겨
주는 일이다.
여자들에게 있어 승리라는 것은 마냥 기쁜 것만은 아니다. 여자들은 다
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단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승리함으로써 다른 사람이 상처받게 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면,
당신은 승리의 기쁨만을 만끽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또한 당신이 물리친
상대편이 당신을 미워하게 되는 게 싫다면 당신은 패자가 되는 길을 선택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다른 사람이 상처받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미움을 받는 것에 초연해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경쟁을 할 때 여자들이 접하게 되는 또 한 가지 어려움을 경쟁이라는 것
이 여성적이지 못한 것이라는 문화적 인식이다. 특히 남자보다 강함을 드
러내 보여야 하는 경쟁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우리네 문화 인식에서 여
자들은 남자들이 스스로를 강한 존재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남
자들이 약해 보이도록 만들어선 안 되는 것이다. 또한 승리하기 위해서는
공격성이 필수적이지만 만약 여자가 공격성을 발휘할라치면 사람들로부터
비난받기 일쑤이다. 당신은 경쟁에서 이기고 싶은가? 그렇다면 거리낌없이
상대편을 무너뜨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승자가 있기 위해선 패자가 있어
야 한다. 당신의 승리가 남을 치욕스럽게 만드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당신은 훌륭한 승자가 아니며 당신의 상대편도 훌륭한 패자는 아
닌 것이다.
시합 중에는 시합에만 몰두하라 그리고 집에 돌아갈 때에는 시합을 잊어
라
남자들은 각기 다른 두 시합을 구분 짓듯이 일이라는 시합을 나머지 인
생과 구분 지을 줄 안다. 일도 여러 가지 시합 중 한 가지일 뿐인 것이다.
직장 내의 야구 시합을 예로 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야구 시합이 시작
되면 자기 팀 티셔츠와 운동화 차림에 손에는 배트와 글러브를 든 채 야구
장으로 뛰어 나간다. 그리고 자신이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한다. 9회가 진행
되는 동안 가장 열심히 뛴 팀이 승리를 안게 된다.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
가면 끝이다.
직장을 나설 때 '일을 다했다'라는 말에 비해 '일을 놔두고 간다'라는 말
은 왠지 어색하게 들린다. 그러한 일과 나머지 인생을 분리시키는 것은 맡
은 일에 최선을 다해놓고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것은 '당신의 존재'
와 '직장에서 당신의 역할' 사이의 차이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게 분리시
키고 나면 집에서와는 다른 직장의 룰들을 잘 따를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한 따르고 싶지 않은 룰이라 할지라도, 집으로 갈 때에는 그 룰을 놔두고
간다고 생각하면 룰을 따르는 일이 보다 쉬워질 것이다. 시합에 이겼을 대
에는 트로피를 집으로 가져가 승리를 되새겨 볼 수 있다. 그러나 졌을 때
에는 경기장에 실패를 남겨 둔 채 집으로 가야 한다.
일과 나머지 인생을 더 잘 분리시키기 위해 일과 관련되는 사물이나 공
간을 설정해 보자. 유니폼은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일할 때에만 입는 옷
이 따로 있다면 그 옷을 입을 때만큼은 일에 몰두하는 자신을 보게 될 것
이다. 공간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당신이 어떤 특정한 공간에서만 일하고
있다면 그 공간에서는 일에만 몰두하게 될 것이다. 격식을 차리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하루 일과가 끝났다는 신호로 근무가 끝날 때마다 자기 자리
에 앉아 조용히 차를 마신다거나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다거나 체육관에
가거나 상점에 들러 보아라. 일을 놔두고 집에 오는 게 얼마나 쉬운 일인
가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남자들은 옷에 대한 여자들의 관심을 가지고 짓궂은 농담을 하곤 한다.
그러나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스웨터 하나만 구질구질해질 때까지 입어대
는 남자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남자들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스웨터를
입고 있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 그러나 그런 남자들도 주말에는 그
스웨터를 벗어버린다. 그 옷은 '일할 때 입는 유니폼'이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는 것은 집에서 그들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일깨
워 준다. 집에서 일을 할 경우, 남자들은 특별히 정해 둔 방으로 들어간다.
서재나 작업실처럼 남에게 방해받지 않고 일활 수 있는 공간을 따로 정해
두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에서 나올 때가 비로소 집으로 돌아오는 때인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도 일할 때와 쉴 때의 복장을 따로 구분 지어 놓아라. 심
지어 쉴 때 입는 옷과 일할 때 입는 옷은 색깔까지도 다르게 정해 놓아라.
그리고 일할 때 입는 옷은 집에 오는 즉시 벗어라. 집에서 일해야 하는 경
우에는, 남자들처럼 일정한 거리감을 조성하라. 일하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
놓고 아무도 당신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라.
일할 때에 일 하나에만 몰두하기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여자는 남자
에 비해 여러 가지 역할들을 동시에 떠맡기 때문이다. 가령, 일을 하는 동
안에도 엄마의 역할은 24시간 지속된다. 만약 집안 일을 돌봐 주거나 아이
를 맡아 주는 사람이 있다면 일할 때 집에 관한 일들은 잊을 수 있을 것이
다. 그러나 불행히도 대부분의 여자들은 남편이 있으나 없으나 가정과 아
이에 대해 최고의 책임을 떠맡고 있다. 나는 자기 자식을 '돌봐준 것'을 자
랑하고 다니는 남자들을 많이 보았다. 그들은 자식들에 대한 책임이 자기
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있기나 한 것처럼 말하고 다닌다. 또한 너무나 많
은 남자들인 '집안 일을 거들어 준 것'을 자랑스레 말하고 다닌다. 이렇게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가정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이 오로지 아내에게만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자기들과 똑같이 오랜 시간 동안 바깥일을 하는
아내를 둔 남편의 입에서도 이런 말은 거침없이 나오곤 한다.
책임져야 할 다른 일이 있는 여자라고 해서 직장에서 봐주는 일은 없다.
오히려 다른 책임에 신경 쓰는 것을 배신 행위로 취급해 버린다. 이것이
바로 현재까지 일이라는 시합이 진행되어 온 방식인 것이다. 이러한 방식
은 점차 변해 가고 있다. 그러나 변화 속도는 매우 느리다. 불공평해 보일
진 몰라도 가정을 돌보는 일은 시합의 일부분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당신이 맡고 있는 다른 책임들을 모두 외면해 버릴 순 없지 않
은가. 따라서 당신이 일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당신의 신경이 온통 일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
다는 걸 명심하여라. 만약 근무시간 중에 책임져야 할 다른 일들이 불거져
나온다면 그것들을 숨기도록 하여라. 당신이 일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걸 남자들에게 보여주는 순간, 그들로부터 놀랄만한 신임을 얻게 될 것이
다.
시합이 끝나면 상대편과 친구가 되라
어떤 회사에서 법률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헬렌은 그녀의 첫 번째 상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쌍방의 의견 대립이 얼마나 심각했던지 이러다가 서로 으르렁대며 이빨
을 드러내진 않을까 염려될 정도였습니다. 나는 우리 쪽 파트너인 더그와
상대편 변호사가 맞고함을 지르려는 순간, 딱 한번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
었죠. 그러나 그들은 절 무시해 버렸어요. 마침내 협상을 마친 후, 저는 더
그와 밖으로 나가 자축하려고 있죠. 그런데 상황은 달랐습니다. 더그는 방
금 전까지만 해도 고함을 지르며 싸우던 그 남자와 웃고 농담까지 하며 함
께 회의실 밖으로 걸어나가는 것이었어요.]
스포츠에선 이런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시합중엔 서로 이기려고 안달
이던 남자들이 시합이 끝나면 서로 다정하게 걸어나가는 모습을 자주 지켜
보지 않았는가?
요트 시합에 처음 출전했을 때 남자 선수들이 상대편을 고함을 지르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요트 선수처럼 욕하다' 라는 표현이
왜 생겼는지 족히 이해될 정도였다. 그런데 막상 시합이 끝나자 모든 선수
들이 사이좋게 뒤풀이장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어떤 주장은 이런 모습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분노의 감정은 결코 결승점을 통과하지 못한다."
헬렌은 그처럼 격렬한 논쟁을 벌인 더그와 상대편이, 협상이 끝났다고
해서 어떻게 서로를 용서할 수 있었는지 의아해 했다. 그러나 그녀는 한가
지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남자들은 서로를 용서하지 않는다. 왜냐하
면 아무것도 용서할 게 없기 때문이다. 협상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벌였던
논쟁은 단지 타당한 행위에 불과하다. 그들의 적대적인 행동은 그저 시합
의 일부에 불과한 것이다. 일단 협상이 끝나고 나면 그들에게 더 이상 적
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남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상대편과 친구가 되는 법을 배운다. 그들의 놀
이는 여자아이들의 놀이보다 경쟁적이고 격렬하며 자주 충돌을 일으킨다.
상대편을 친구로 삼지 않는다면 남자아이들은 친구를 하나도 못 얻을 것이
다. 어제에는 상대편이었던 아이가 오늘은 우리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
다. 따라서 남자아이들은 우정과 놀이를 구분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여자
아이들은 놀면서 충돌을 일으키는 걸 피하기 때문에 남자아이들의 이와 같
은 분리법을 굳이 배울 필요가 없다.
일에서 자신의 역할로부터 자기 자신을 잘 분리해 낼수록 상대편과 더
자연스럽게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쟁적인 상황에서 당신의 목표는
상대편을 이기는 것이다.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상대편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면 공격적인 행동도 타당한 행동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시합에
서 당신의 상대편을 경쟁자가 아닌 개인으로 대하여 모욕을 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라. 그리고 시합이 끝나면 친구가 되라.
비즈니스를 시합이라고 생각하라.
1. 남자들은 여자들도 룰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2. 룰의 융통성을 발휘하라.
3. 목표는 이기는 것이다.
4. 시합중에는 시합에만 몰두하라. 그리고 집에 돌아갈 때에는 시합을 잊어
라.
5. 시합이 끝나면 상대편과 친구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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