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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빨래 내가 어릴 적에는 지금 같이 세탁기가 없었다. 작은 빨래는 대충 우물을 길어서 했지만 이불이나 한복 빨래는 멀리 시냇가에 가서 방망이로 두드려야 했다. 빨래 비누도 귀한 때여서 잿물에 빨래를 담그었다가 몽근 겨로 만든 새까만 빨래 비누를 발라 가면서 손으로 문지르고 발로 밟아야만 때가 빠졌다. 이렇게 힘든 빨래를 구정 가까운 겨울에는 얼음을 깨고 해야 했다. 한 번은 나도 닭표 성냥 한갑과 짚 한 다발을 묶어 들고 어머니를 따라 빨래터에 간 적이 있었다. 어머니가 솥에 뜨겁게 삶은 빨래를 이고 간 빨래터에는 아무도 없었고 빨래판 주변에는 얼음이 얼어 있었다. 어머니는 빨래 방망이로 얼음을 깨뜨려 구멍을 내고 그 차가운 물속에 빨래를 헹구었다. 맨손으로 빨래를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나는 약간 언덕진 곳에서.. 2020. 3. 22.
어린왕자에게 보내는 편지 "사람들은 이제 무얼 알 시간조차 없어지고 말았어. 다 만들어놓은 물건을 가게에서 사면 되니까. 하지만 친구를 팔아주는 장사꾼이란 없으므로 사람들은 친구가 없게 됐단다. 친구가 갖고 싶거든 날길들여!" 현대인들은 바쁘게 살고있다. 시간에 쫓기고 일에 밀리고 돈에 추격당하 면서도 정신없이 산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피로회복제를 마셔가며 그저 바쁘게만 뛰어다니려고 한다. 전혀 길들일 줄을 모른다. 그래서 한 정원에 몇천 그루의 꽃을 가꾸면서도 자기네들이 찾는 걸 거기서 얻어내지 못하고 있는 거다. 그것은 단 한송이의 꽃이나 한 모금의 물어세도 얻어질 수 있는 것인데... 너는 또 이렇게 말했지. "그저 아이들만이 자기네들이 찾는 게 무언지를 알고 있어. 아이들은 헝겊으로 만든 인형 하나 .. 2020. 3. 22.
어떤 모녀 섣달 그믐도 며칠 남지 않은 어느 추운 날, '맑은물 목욕탕'의 유리문을 열고 80살쯤 된 할머니를 업은 중년의 아주머니가 들어왔다. "저런 착한 며느리가 없지. 아니, 며느리가 아니고 딸인가?" 벌써 여러번 보아 온 광경 이지만 주인은 그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숱이 없는 엉성한 은빛 머리칼, 앙상하게 드러난 갈비뼈, 할머니는 몹시 쇠잔해 보였다.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은 중년 여인은 샤워기 를 틀어 노인의 몸을 구석구석 깨끗이 씻겼다. 조심조심 머리를 감기고 입안에 손가락을 넣어 양치질까지 해주더니 밖으로 나와 옷을 입히고 편안히 바닥에 눕혀 주었다. 그리고 다시 욕탕 안으로 들어와 샤워를 하자 옆에 있던 여자가 아는 체를 했다. 여인이 목욕을 하는둥 마는 둥 금새 밖으로 나가자 몇몇 여자들이 인사.. 2020. 3. 22.
어느 사랑이야기 만년설을 이고 선 히말라야의 깊은 산골 마을에 어느날 낯선 프랑스 처녀가 찾아왔다. 그년는 다음날부터 마을에 머물면서 날마다 마을 앞 강가에 나가 앉아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렸다. 달이 가고 해가 가고, 몇해 몇십년이 흘러갔다. 고왔던 그년의 얼굴엔 어느덧 하나둘 주름이 늘어갔고 까맣던 머리카락도 세월속에 희어져 갔지만 속절없는 여인의 기다림은 한결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이제는 하얗게 할머니가 되어 강가에 앉아 있는 그녀 앞으로 상류로부터 무언가 둥둥 떠내려 왔다. 그것은 한 청년의 시체였다. 바로 여인이 일생을 바쳐 기다리고 기다린 그 사람이었던것이다. 그 청년은 히말라야 등반을 떠났다가 행방불명이 된 여인의 약혼자였다. 그년는 어느 날인가는 꼭 눈 속에 묻힌 약혼자가 조금씩 녹아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2020. 3. 22.
어느 봄날의 기억 그해 뉴욕시의 겨울은 4월이 돼도 추위가 누그러들 줄 몰랐다. 혼자 사는 데다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인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보냈다. 마침내 추위가 가시고 봄이 성큼 다가온 어느날. 나는 지팡이를 들고 산책을 나왔다. 얼굴에 내리쬐는 햇볕이 한없이 따사로웠다. 조용히 길을 걷고 있는데 이웃 사람이 날 불렀다. 그는 내가 가는 곳까지 차로 태워 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정중히 거절하고 혼자 걸었다. 모퉁이에 도착하자 습관대로 걸음을 멈췄다. 파란 신호등이 들어올때 사람들과 같이 길을 건너기 위해서였다. 차 소리가 멈춘지 꽤 오래됐는데도 주위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나는 참을성 있게 기다리며 어릴 적 학교에서 배운 봄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강하면서도 듣기 좋은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2020. 3. 22.
약이되는 웃음, 독이되는 웃음 웃음은 인간의 질병을 예방하고 또 질병을 치료하는 상당한 효과가 있다. 웃음을 잘만 사용하면 스트레스로 가득한 복잡한 사회에서 큰 정신적, 사회적 도움이 된다. 하지만 맛있는 버섯에도 독버섯이 있듯이 모든 웃음이 다 약이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웃음은 독이 된다는 것을 많은 웃음요법 학자 들은 지적하고 있다. 건강을 해치는 웃음은 냉소적 유머, 유해한 유머, 신랄한 유머, 모욕적 유머 등이다. 이런 웃음은 인간 사이에 벽을 쌓고, 분노와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며, 방어적인 공격성을 키우며, 부정적인 생각을 더하고, 드디어 몸에 병을 초래한다. 하지만 건강한 웃음은 인간 사이에 유대관계를 높여 주고, 긴장감을 줄여주고, 불안감을 해소시켜주며, 희망을 불어넣고, 드디어 우리에게 건강을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2020. 3. 22.